"티에리 프레모, '타이거클럽' 인맥으로"(인터뷰)

김동호 강릉국제영화제 조직위원장
'타이거클럽' 인연으로 티에라 프레모 초청
국제영화제 수장 10여명 강릉 집결…영화제 다보스 포럼으로
"지속된 지원과 차별화된 색깔 중요"
  • 등록 2019-10-24 오전 6:26:03

    수정 2019-10-24 오전 7:32:30

김동호 강릉국제영화제 조직위원장(사진=영화제 제공)
[이데일리 스타in 박미애 기자]“내가 새로 영화제 만들었으니까 와줬으면 좋겠다고 했더니 흔쾌히 오케이 하더군요.”

김동호(82) 강릉국제영화제 조직위원장이 티에리 프레모 칸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을 ‘전화 한 통’에 섭외했다며 한 말이다. 프레모 집행위원장은 김동호 조직위원장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물러난 뒤 9년 만인 내달, 첫 해를 맞는 강릉국제영화제로 한국을 찾는다. 김동호 조직위원장과 깊은 우정에서다.

경기중·고등학교, 서울대 법대 출신인 김동호 조직위원장은 24세때부터 30년간 공무원으로 공직에 몸담았다. 그는 부산국제영화제를 아시아를 대표하는 영화제로 키워냈을 뿐 아니라 독립기념관·예술의전당·현대미술관·국악당 등 설립을 주도했다. 2010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물러난 뒤에는 단국대 영화콘텐츠전문대학원 원장을 맡기도 했다.

김동호 조직위원장은 최근 이데일리와 만난 자리에서 “운명, 숙명인 것 같다”고 영화제에 다시 몸을 담은 소회를 밝혔다. 그는 “새로운 일을 한다는 생각에 에너지가 충전되고 젊어지는 느낌”이라며 나이를 잊은 듯 설렌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1996년부터 2010년까지 부산국제영화제를 이끌었던 그는 지난 8월 강릉국제영화제 조직위원장에 취임하며 다시 영화제와 인연을 맺었다.

강릉국제영화제는 오는 8일부터 14일까지 문학을 테마로 세계 30개국의 거장과 신인들의 작품 73편을 선보인다. 특히 유수의 국제영화제 거물 인사들의 참석으로 주목을 받는다. 프레모 집행위원장이 그 중 한 명이다. 김동호 조직위원장은 ‘타이거클럽’을 소개하며 “티에리 프레모와 나는 타이거클럽 멤버인데 (타이거클럽이) 세계 영화제에서 꽤 유명하다”고 소탈하게 웃었다. 김동호 조직위원장이 언급한 타이거클럽은 2002년 로테르담국제영화제 당시 사석에서 만들어진 사교모임이다. 김동호 조직위원장과 당시 로테르담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이었던 사이먼 필드· 네덜란드 언론인 피터 반 뷰렌· 영화제 심사를 맡았던 허우샤오시엔 감독 그리고 프레모 집행윈장, 다섯 명이서 출발했다.

“티에리 프레모가 2001년 부임하자마자 초청해 부산에 왔고 허우샤오시엔 감독도 심사위원정으로 왔습니다. 이듬해인 2002년 로테르담에 갔을 때 허우샤오시엔 감독이 심사위원으로 와있었는데 사이먼 필드, 피터 반 뷰렌, 그리고 저 네 사람이 심사가 끝나면 바가 문을 닫을 때까지 어울렸어요. 그때 세 사람에게 로테르담의 로고가 호랑이고, 내 이름에도 호랑이(범 호)가 들어가니 ‘타이거클럽’을 만들자고 제안했죠. 이후에 이를 안 티에리 프레모가 ‘부산에서 같이 술을 마셨는데 나는 왜 빼느냐’고 해서 ‘너도 당연히 (들어와야지)’ 해서 다섯 명이 타이거클럽을 만들어 매년 부산을 왔어요. 그 모임을 2010년까지 했어요. 티에리 프레모와는 그런 관계니까 이번에 오게 된 겁니다.”

프레모 집행위원장뿐 아니라 윌프레드 웡 홍콩국제영화제 조직위원장, 베로 베이어 로테르담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피어스 핸들링 토론토국제영화제 조직위원장 등 10여명의 국제영화제 수장들이 참석한다. 이들은 ‘20+80:21세기 국제영화제 전망’이라는 타이틀로 포럼을 열어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영화제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논한다.

“전 세계 100여개의 영화제를 다녀봤지만 집행위원장들이 수석 프로그래머를 겸하고 있어서 필요한 영화만 보고 필요한 사람만 만나고 영화제가 끝나버리는 것이 아쉬웠습니다. 국내외에 영화제가 많으니까 집행위원장들끼리 모여서 그들의 지식과 경험을 나누고 앞으로 영화제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논의하는 장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올해를 시작으로 내년부터 크고 작은 영화제들의 영화인들이 모여 앞으로서의 방향성이나 공조할 상황에 대해 논의하는 장으로 정착한다면 강릉에서 이를 테면 ‘영화제의 다보스 포럼’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여기에 지난해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으며,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올해의아시아영화인상을 수상한 일본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도 강릉을 찾는다. 김동호 조직위원장의 글로벌 인맥 힘이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자기 영화가 있을 때마다 부산에 왔었기 때문에 친합니다. 조직위원장을 맡자마자 그를 데려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지금 한일관계가 정치적으로 꼬여있는 시기지만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이런 때일수록 예술과 영화의 교류는 지속돼야 한다면서 영화제에 와주기로 했습니다. 고맙죠.”

해마다 국내에서 100여개의 크고 작은 영화제가 열린다. 각 지자체에서 부산국제영화제 같은 그림을 꿈꾸며 새로운 영화제가 생기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초반의 활력을 잃고 유명무실해진다. 지속 가능한 영화제는, 강릉국제영화제도 고민해야 할 사안이다. 이를 위해서는 지속적인 금전적 지원이 중요하다. 부산국제영화제의 부침을 겪으며 ‘간섭 없는 지원’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아는 그다. 김동호 조직위원장은 “그런 측면으로 강릉 시장이 적극적으로 도와주고 있다”면서 덧붙여 “차별화된 색깔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릉국제영화제는 율곡 신사임당 허난설헌 허균 등 문인들을 대거 배출한 지역의 이점을 살려 ‘문학’과 ‘영화’의 만남으로 차별화를 둘 생각이다. 이번 영화제에서 최인호(1945~2013) 작가의 작품을 비롯해 문학이 원작인 한국영화,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미국 가수 겸 시인 밥 딜런을 다룬 영화들을 상영한다.

“강릉이 많은 문인들을 배출한 도시인만큼 영화제를 통해서 문학을 집중 조명할 생각입니다. 그 점이 다른 영화제들과 차별화된 색깔을 만들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올해는 강릉국제영화제를 영화제로서 확고한 기틀을 만든 뒤 내년과 내후년을 거쳐 국제영화제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제1회 강릉국제영화제 기자회견 현장. 김홍준 예술감독, 김동호 조직위원장, 조명진 프로그래머, 김한근 강릉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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