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고 있는 논밭 널렸는데”…LH발 농지 취득 규제 강화 딜레마

LH 사태로 비농업인 투기 막는 농지법 개편 요구 빗발
휴경면적 최대·재배면적 최저…“농사 지을 사람이 없어”
“제도 개선 취지 공감하지만…농업인 재산권 피해도 우려”
  • 등록 2021-03-24 오전 12:00:00

    수정 2021-03-24 오전 12:00:00

[세종=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를 계기로 농지법 개편이 속도를 내고 있다. 농사를 짓는 사람만 농지를 소유한다는 경자유전 원칙 아래 취득 요건과 사후 관리를 강화할 전망이다. 대대적인 규제 강화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무작정 농지 취득을 막을 경우 오히려 농민들의 재산권 침해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농지의 이용 실태를 지속 모니터링하고 상속 제도를 개편하는 등 근본적인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이 제기된 경기도 시흥시 과림동 일대 모습. (사진=연합뉴스)
농식품부, 이달 중 농지법 개편 방안 마련·발표

LH 일부 직원들이 사들인 광명시흥지구 토지 대부분이 농지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관련 제도 개선 요구가 높아졌다. 마음만 먹으면 비농업인도 쉽게 농지를 살 수 있을 만큼 제도가 허술하다는 이유에서다.

23일 농지법을 담당하는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이달 중 LH 사태와 관련한 농지법 개편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사안의 긴급성을 감안해 의원 입법 형태로 농지법 개정안을 마련, 이달 중 국회에 제출하고 3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농지법 개편 방안은 사전 농지 취득과 사후 관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혔다. 김현수 농식품부 장관은 지난 11일 국회에 출석해 “농지 소유 취득 과정과 내용 처분을 포함한 사후관리를 어떻게 강화할지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선 전체 농지의 44%(74만ha)를 비농업인이 차지하고 있는 현황을 감안해 취득 진입요건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농지를 취득하려면 농업경영계획서(영농계획서)를 제출해 농지취득자격증명(농취증)을 받아야 하는데 상속을 받거나 1000㎡ 이하 농지를 주말·체험영농으로 이용할 경우 등은 예외로 두고 있다.

조병옥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농특위) 농지제도개선 소분과장은 “원거리 타 시도 거주자의 영농계획서 심사를 강화하고 2년 이상 영농 경력자에게만 농취증을 발급해야 한다”며 “비농업인 농지 취득시 최소 2년 이상 경작기간을 설정해 지키지 않을 경우 전용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주말·체험영농 목적의 농지 소유를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주철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7일 국회에서 “주말·체험영농 농지 수요가 외지인의 투기 수단으로 변질됐다”며 “실제 체험·영농을 하고 싶을 경우 임대하는 방식으로 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사후적으로는 농지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이고 있다. 현재 10% 가량만 시행하는 농지 이용 실태 조사를 전수 조사로 바꾸고 정기적으로 실시해 투기 행위를 적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석두 GSnJ 인스티튜트 연구위원은 “농지 면적 감소와 가격 상승 주범인 전용은 농헙진흥지역의 경우 원칙적으로 금지해야 한다”며 “효율적인 농지 관리를 위해 농지전용심의기구와 농지관리기구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쪼개기 상속 개선 등 근본 농지 제도 전환 고려해야”

농지의 취득이나 이용 등 관리를 일제히 강화할 경우 나타날 부작용도 감안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정부는 그동안 급속한 산업화로 농업 비중이 감소하면서 농지의 취득과 전용 등의 규제를 지속 완화했다.

농업인 고령화와 농촌 과소화 등으로 놀고 있는 논과 밭도 크게 늘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농사를 짓지 않은 휴경면적은 전년대비 4.1% 증가한 6만3032ha로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08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경지 이용 현황을 나타내는 경지이용률은 107.0%로 140%에 달하던 1970년대보다 크게 줄었다. 전국 경지면적 자체도 156만5000여ha로 통계를 시작한 1975년 이후 최저치에 머물렀다. 그사이 경지면적은 약 224만ha에서 30.1%(67만5000ha) 줄었다.

지역 개발과 비농업인의 농지 처분 등이 원인이지만 과거와 달리 농사를 지을 여건이 불리해진 것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연간 양곡 소비량은 66.3kg으로 30년 전인 1990년(130.5kg)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식습관의 서구화와 수입 농산물 개방 등으로 국내 농산물 수요가 줄어든 탓이다.

농지를 농민들에게 준다고 해도 막상 농사를 지을 여건이 마땅치 않은 것이다. 매년 수급 예측에 따라 재배면적을 조절하는 상황에서 비농업인의 놀고 있는 농지에 무조건 농사를 짓도록 강제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농지를 취득할 때 영농 경력에 제한을 두거나 주말·체험영농을 위한 매입을 금지할 경우 귀농·귀촌을 장려하는 정책과 상충한다는 지적도 있다.

규제 강화에 따른 농민 재산권 침해도 우려 사항이다. 농지 매매에 대한 규제를 강화할 경우 농민들이 보유한 농지 가치가 하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농업계 관계자는 “투기적 목적을 가진 비농업인의 농지 취득을 막기 위한 제도 개선 필요성에는 공감한다”면서도 “농지 취득 규제를 천편일률로 강화하면 농지 가격은 내려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일부 농민들은 반발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비농업인의 농지 상속 등 제도의 근본적인 문제를 살피고 농지 관리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개편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임정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과부 교수는 “농지 쪼개기 상속을 허용하면서 비농업인이 농지를 받고 이를 처분하면서 문제가 생기는 만큼 농민에게 상속 시 우대하는 방안 등을 활용해야 한다”며 며 “농업진흥지역은 융자 혜택, 비농업인 매매 시 세금 중과 등을 통해 온전히 농지를 보전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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