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재보궐선거 선거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됐습니다. 그런데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선거운동 규정에 대해 직접 유감을 표하고 법 개정 의사를 밝혀 눈길을 끌었습니다. 다른 나라에 비슷한 사례가 없을 정도로 복잡한 우리나라 특유의 선거법 규정이 불러온 풍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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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법상 ‘선거일 180일 전부터 선거일까지 시설물과 인쇄물을 통해 특정 정당과 후보자에 대한 지지·추천·반대 입장을 보이거나, 정당명 또는 후보자 이름·사진 또는 그 명칭과 성명을 유추할 수 있는 내용을 게시·배부·설치하는 행위’는 제한됩니다.
쉽게 말해 선거법이 허용하는 공보물, 벽보 등을 제외하고 후보자를 지칭, 연상시킬 수 있는 내용물 게시를 금지하고 있지만 해당 캠페인이 특정 인물을 연상시켜 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것입니다.
이같은 판단은 ‘법이 규정한 선거운동을 법이 규정한 선거운동 기간 동안 허용한다’는 우리나라 선거법 규정의 기본 원칙과 일맥상통합니다.
그러나 이 규정이 지나치게 광범위한 위반 소지를 낳을 수 있다는 점이 대번에 눈에 띕니다. 당장 ‘특정 정당, 인물을 유추하는’이라는 표현이 걸립니다. 직접 명기가 아니라 유추할 수 있기만 해도 선거법 위반이 될 수 있다는 규정이기 때문입니다.
선관위는 “공직선거법이 선거운동과 유권자 표현의 자유를 제한해 국민의 법 감정과 눈높이에 부합하지 못하고, 지나치게 규제 위주라는 지적에 깊이 공감한다”며 재보선 이후 일부 개정 의견을 입법부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사실 선관위가 개정 의견을 내더라도 한국 선거법 특유의 과잉 규제 문제는 해소되기 어렵습니다. 애초에 ‘선거운동’ 자체를 법령에 규정해 규정 외는 모두 단속하는 형태 자체가 특이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영미는 물론 유럽 선진국에서는 ‘선거운동’ 개념을 별도 규정해 단속하지 않습니다. 이런 개념 규정이 대단히 어렵고, 선거와 관련한 시민의 표현을 과도하게 제한할 우려가 있음을 알기 때문입니다.
한국 선거법의 난점은 이 법이 행정법 가운데 도로교통법보다도 더 자주 수정이 이뤄진다는 오명으로도 쉽게 확인됩니다. 사례가 생길 때마다 규정을 수정하거나 더하고 빼야 할 일이 빈번해 각종 선거 한번에도 수차례 수정이 필요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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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관위가 나선 사안은 아니지만 이번 주에는 서울시내 버스 광고에 민원이 들어와 해당 광고를 내리는 소동이 있었습니다. OTT업체 넷플릭스가 드라마 방영을 앞두고 “민주야 좋아해”라는 문구가 들어간 광고를 냈는데, 이것이 ‘민주당’을 연상시킨다는 항의가 들어온 것입니다.
문구의 ‘민주’는 공모를 통해 선정된 40여 개의 일반인 이름 중 하나일 뿐이었지만, 어쨌든 넷플릭스는 논란 확산 방지를 위해 해당 이름은 광고에서 제외했습니다.
이에 “국민이라는 말도 앞으로 못쓰는 거냐”는 실소 어린 반응들이 쏟아졌습니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 당명을 고려하면 국민을 국민이라고 불러도 안되는 것 아니냐는 겁니다.
다음 달 ‘선거의 혼란’이 마무리되면 행정부와 입법부 모두 이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선거마다 반복되는 혼란에서 영원히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