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럼프도 이겨냈다…다시 비상하는 ‘덤보’ 전인지[Zoom人]

메이저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 제패
3년 8개월 만에 LPGA 투어 통산 4승
악성 댓글로 인한 우울증에 슬럼프 겹쳐
"힘들면 그만두라"…"은퇴하고 싶냐"는 말에
골프 열정 되살아나
이제 목표는 커리어 그랜드슬램
역대 7명만 달성한 대기록…한국선 박인비 유일
  • 등록 2022-06-28 오전 12:10:00

    수정 2022-06-28 오전 12:10:00

전인지가 27일 열린 LPGA 투어 메이저 대회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뒤 트로피를 번쩍 들어올리고 있다.(사진=AFPBBNews)
[이데일리 스타in 주미희 기자] “주위에서 걱정할까봐 우울증이 나아지고 있다고 이야기해 왔어요. 근데 불과 지난주만 해도 언니와 통화하면서 울었거든요. 많은 일을 겪고 우승한 제가 정말 자랑스러워요.”

18번홀(파4)에서 1m 남짓한 챔피언 퍼트를 넣고 우승을 확정한 전인지(28)는 눈물을 훔쳤다. 동반 플레이어들과 인사를 나누고 스코어카드를 접수한 뒤 시상식에서 우승 트로피를 받아들 때까지 그는 연방 눈물을 닦아냈다. 슬럼프를 겪었던 지난 시간을 보상받는 듯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전인지는 27일(한국시간) 미국 메릴랜드주 베세즈다의 콩그레셔널 컨트리클럽 블루코스(파72)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메이저 대회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총상금 900만 달러)에서 최종 합계 5언더파 283타로 정상에 올랐다. 긴 슬럼프에서 빠져나와 3년 8개월 만에 LPGA 투어 통산 4번째 우승을 거둔 전인지는 “포기하지 않으면 얻는 게 있다는 걸 배웠다”고 밝혔다.

“골프 그만둬” 언니 말에 열정 다시 솟아

2013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 데뷔한 전인지는 출중한 골프 실력은 물론, 온화한 미소와 예쁜 외모까지 갖춰 투어의 간판 스타로 떠올랐다. 2015년까지 3년 동안 KLPGA 투어에서 10승을 휩쓸었고 그해 US 여자오픈까지 제패하며 ‘전인지 신드롬’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는 2016년에는 에비앙 챔피언십에서도 정상에 오르며 승승장구했고 거칠 것이 없어 보였다.

하지만 시기 어린 악성 댓글들이 전인지를 괴롭혔다. 특히 에비앙 챔피언십 이후 2년 넘게 우승이 없자 악성 댓글이 더욱 극성을 부렸다. 전인지가 우울증에 대해 털어놓은 건 2018년 인천에서 열린 LPGA KEB 하나은행 챔피언십에서 2년 1개월 만에 우승을 차지하고 나서다. “악플로 인해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스스로를 바닥에 밀어 넣었다”고 말이다.

전인지가 우승을 확정한 뒤 눈물을 보이며 기뻐하고 있다.(사진=AFPBBNews)
지난해만 해도 전인지는 우울증 등 내적 갈등을 지속적으로 겪어왔다고 밝히며 “슬럼프는 샷의 문제가 아니라 정신적인 문제 때문이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 우승 후에도 그는 “슬럼프에 빠졌을 때는 정말 골프를 그만두고 싶었다”며 힘든 시간을 겪었다고 털어놨다. 우승이 없던 기간에 ‘경기력도 안 좋은데 은퇴해야지’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렇지만 전인지는 ‘압박감에 흔들리지 말고 내가 원하는 걸 하면 된다. 누가 뭐라 하든 나는 다시 우승할 수 있다’고 굳게 믿었다.

우울증과 싸우던 전인지는 지난주 언니와 통화를 하면서 감정이 북받쳤다. 상실감을 느꼈고 한국에 돌아가고 싶었다. 전인지는 언니에게 “미국에 계속 있는 게 힘들고 뭘 하고 싶은지, 목표가 뭔지 보이지 않는다”고 털어놓으며 눈물을 쏟았다. 그러자 전인지의 언니는 “골프를 그만해도 괜찮다. 골프만큼 중요한 건 너 자신”이라며 다독였다. 이 이야기가 오히려 그의 골프 열정을 깨웠다.

미국 골프위크에 따르면 전인지의 스윙 코치인 박원 코치는 지난주 마이어 LPGA 클래식이 끝난 뒤 다음 대회장으로 이동하는 길에 전인지에게 은퇴 의사를 물었다. 이달 초 US 여자오픈을 15위로 마무리한 뒤 2개 대회에서 열정 없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당시 박원 코치의 말이 충격 요법이 됐는지 전인지는 이번 대회에서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였다. 전인지는 “강한 정신력으로 골프를 계속해나가고 싶어졌다. 이번 주에 더 열심히 하는 동기부여가 됐다”고 말했다.

전인지가 18번 홀에서 챔피언 퍼트를 한 뒤 갤러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사진=AFPBBNews)
‘메이저 퀸’…커리어 그랜드슬램 정조준

전인지는 프로 통산 15승 중 한·미·일 투어 메이저 대회에서만 8승을 거둔 ‘메이저 퀸’이다. 이번 대회 우승으로 LPGA 투어 4승 중 3승을 메이저 우승으로 장식했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도 기아자동차 한국여자오픈 등 3차례 메이저 대회를 제패했다.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에서는 두 번 메이저 여왕의 자리에 올랐다.

2015년에는 5월 일본에서 월드 레이디스 챔피언십 살롱파스 컵 정상에 오른 뒤 2개월 만에 US 여자오픈을 제패했고, 귀국해 2주 만에 KLPGA 투어 메이저 대회 하이트진로 챔피언십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그해 10월 일본여자오픈과 국내 메이저 대회 KB금융 스타챔피언십을 연이어 휩쓸며 한 해에 메이저 대회에서만 5차례 우승을 차지했다.

이듬해인 2016년에는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21언더파 263타로 우승하며 남녀 메이저 대회 역대 최소타 우승 기록을 써냈다.

이날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 정상에 오른 전인지는 LPGA 투어 5개 메이저 대회 중 4개를 석권하는 ‘커리어 그랜드슬램’에 한 발 더 가까워졌다. AIG 여자오픈이나 셰브론 챔피언십에서 트로피를 추가하면 대기록을 쓰게 된다. 커리어 그랜드슬램은 역대 7명만 달성했으며 한국 선수 중에는 박인비(34)가 유일하게 이 기록을 갖고 있다.

오는 8월 초 스코틀랜드에서 열릴 AIG 여자오픈이 전인지에게는 첫 기회다. 전인지는 “메이저 3승을 했으니 또 다른 목표가 하나 더 생겼다”면서 “내가 이루고자 하는 것, 내 앞에 놓인 새로운 목표에 다가가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전인지의 애칭은 디즈니 애니메이션 주인공인 아기 코끼리 ‘덤보’다. 늘 환한 웃음을 잃지 않는 덤보와 전인지가 닮아 붙여진 별명이다. 큰 귀를 펄럭이며 날아다니는 덤보처럼 전인지도 긴 터널에서 벗어나 다시 훨훨 날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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