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블'부터 '우영우'…선입견 깨고 흥행 잡는 K콘텐츠

자폐 소재부터 다운증후군 배우 출연
"장애에 대한 인식 달라지며 이같은 변화"
"동정하는 시선보다는 더불어살아가는 존재로 그려야"
  • 등록 2022-07-20 오전 5:00:00

    수정 2022-07-20 오전 6:32:41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포스터
[이데일리 스타in 김가영 기자] K콘텐츠의 소재가 다양해지고 있다. 흥미 위주의 소재 선정에서 울림을 주고 메시지를 던질 수 있는 소재들을 제작하며 선한 영향력까지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단순히 수익적인 성과만 거두는 것이 아닌, 사회적 역할에 대한 고민을 하며 콘텐츠의 성장을 보여주고 있다.

김병건 나사렛대학교 유아특수교육과 교수는 “그동안 장애에 대한 차별을 낮추기 위한 연구들이 이어졌고 프로그램도 많이 생겼지만 연구와 프로그램이 실제 우리 사회에 큰 효과를 보여줬는지는 모르겠다”라며 “파급력이 큰 영화와 드라마에서 다뤄지면서 장애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는데 도움이 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우리들의 블루스’에 출연한 배우 정은혜(사진=tvN)
◇소재부터 배우까지…영역 확장


최근 장애인이 주인공이 된 콘텐츠들이 등장하며 인식 변화의 계기를 마련해주고 있다. tvN ‘우리들의 블루스’에서는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는 영희(정은혜 분)와 그의 쌍둥이 동생 영옥(한지민 분)이 에피소드 주인공으로 다뤄지며 장애인과 장애 가족이 겪는 편견과 고충을 담아냈고, 영화 ‘니얼굴’은 다운증후군 은혜(정은혜 분)가 문호리 리버마켓에서 만난 사람들의 얼굴을 그리며 진정한 예술가로 성장하는 과정을 담아 장애인에 대한 시선을 바꾸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달하는 역할을 했다.

현재 인기리에 방송 중인 ENA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하 ‘우영우’)는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변호사 우영우(박은빈 분)의 이야기를 다뤘는데 자폐 스펙트럼에 대한 선입견을 깨는 것은 물론, 자폐를 동정해야 하는 대상이 아닌 함께 어우러져야 하는 동료로 이해시키며 인식 개선에 앞장서고 있다.

최근 콘텐츠 업계에서는 작품의 소재로 장애를 다룬 것을 넘어 장애를 가진 배우까지 연기자로 출연하며 활약하는 영역이 확장되고 있다. 다운증후군 배우 정은혜는 ‘우리들의 블루스’, ‘니얼굴’에 동시에 출연해 탄탄한 연기와 감정선을 보여주며 극의 완성도를 한층 높였고 정은혜가 출연한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는 농인 배우 이소별도 출연해 활약했다.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이 같은 배경에 대해 “장애를 바라보는 인식이 많이 나아졌다. 그로 인해 장애가 소재로 다뤄지고 장애인 배우가 출연한다고 해도 공감과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장애, 약자에 대한 인식 개선은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고민하고 노력하고 있는 부분이다. 다양한 국가에서 이 같은 소재를 다룬 작품들이 등장하고 있다. 지난 3월 OTT 영화 최초 미국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청각장애인 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코다’가 대표적인 예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플랫폼, 콘텐츠가 다양해지면서 다양한 소재들이 등장하고 있다”며 “장애와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이야기는 해외에서도 관심이 큰 작품인데 글로벌 공감대가 있고 메시지를 줄 수 있기 때문에 제작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들의 블루스’ 스틸컷
장애 행동보다는 시선 고민해야

‘우리들의 블루스’, ‘니얼굴’, ‘우영우’가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장애인과 장애 가족들에게도 응원 받는 이유는 그동안 콘텐츠와는 차별화된 시선으로 장애를 바라봤기 때문이다. 이 작품들 모두 극중 인물을 불쌍하고 도움이 필요한 존재로만 그려내는 것이 아니라 사회의 인식 변화 안에서 충분히 사회인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우영우’의 자문을 맡기도 한 김 교수는 “장애를 동정한다는 시선이 들어간 작품들은 그들의 어려움을 보여주는 측면도 있지만 한편으로 또 하나의 간극을 만들어낼 수 있다”며 “더불어 살아갈 수 있게 하는 것이 간극을 줄이는 것인데 장애인을 도움도 주고 도움도 받는 더불어 살아가는 일원으로 그려내는 것이 좋다. 한가지 시각으로 묶어놓기 보다는 비장애인들처럼 가능성 있는 존재로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많은 작품들이 장애를 다루며 공부를 많이 하겠지만 장애 행동을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생각과 마음을 공부하는 것이 더 필요하다. 무분별하게 행동 패턴을 사용하는 것은 편견을 심어놓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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