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마 유영철에겐 사법부조차 하찮게 보였다[그해 오늘]

"법원 신뢰 안한다"…1심 두번째 재판서 법정난동
20명 연쇄살인…노약자·여성 등 취약계층만 노려
범죄 반복해 수차례 교도소行…반성없이 "사회 탓"
  • 등록 2022-09-21 오전 12:03:00

    수정 2022-09-21 오전 12:03:00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2004년 9월 21일 오후 4시. 서울 서초동 소재 서울법원종합청사 417호 대법정에서 큰 소란이 일어났다. 수갑을 찬 채 재판을 받던 피고인이 소리를 지르며 재판부가 위치한 법대를 향해 달려든 것. 근처에 있던 교도관들이 급하게 제지해 피고인은 법대까지 다다르지 못했다.

사건의 주인공은 수십 명을 잔혹하게 죽인, 희대의 살인마 ‘유영철’이었다. 유영철이 이 같이 행동을 하게 된 것은 재판부가 자신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연쇄살인범 유영철의 과거 모습(좌)과 최근 모습(우). (사진=SBS ‘그것이 알고 싶다’ 갈무리)
유영철은 이날 재판이 끝날 무렵 발언권을 얻어 “검찰과 경찰은 물론이고 재판부도 신뢰하지 않는다. 다시 법정에 진짜 안 나오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 재판장이었던 황찬현 부장판사(현 변호사, 감사원장 역임)는 “다음 기일에도 나와서 밝힐 것 밝히고 진술하는 것을 잘 생각해보라”며 이를 일축했다.

이에 유영철이 “생각해보라는 것이 아니라 안 나온다고요”라고 소리를 지르며 법대를 향해 달려든 것이다. 10여 명의 교도관이 제지하는 동안에도 유영철은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1970년생으로 3남 1녀 중 셋째였던 유영철은 어린 시절부터 교도소를 제집 드나들듯 했다. 고등학교 재학 시절인 1988년 절도 혐의로 구속돼 소년부송치처분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수차례 처벌을 받았지만 전혀 교화되지 않았다.

유영철은 고교 중퇴 후 사진기사, 중장비기사, 선원, 음식점 종업원 등으로 근무하다 1995년 이후부턴 경찰관을 사칭해 불법유흥주점이나 노점상을 상대로 갈취행위를 하는 방식으로 돈을 모았다.

이렇게 쌓인 전과로 △1991년 특수절도 징역 10월 △1993년 절도 징역 8월 △1995년 음란물 판매 벌금 300만원 △1998년 경찰관사칭 징역 2년 △2000년 경찰관사칭 및 미성년자 강간 징역 3년 6월 등으로 수감 생활을 했다.

유영철은 강간 혐의로 복역 후 2003년 9월 만기출소한 직후부터 사회에 대한 불만과 적개심을 드러내며 연쇄살인을 계획했다. 사회에 불만을 품게 된 이유는 ‘원하던 집행유예 판결 대신 실형이 선고됐기 때문’이었다.

유영철의 연쇄살인 범행을 모티브로 한 영화 ‘추격자’의 한 장면.(사진=쇼박스)
애초 유영철은 교도소에서 이혼을 당하고, 만 19세에 얻은 아들의 양육권을 빼앗기자 전처와 아들을 살해할 계획을 세웠다가 다른 사람들로 범행 대상을 바꿨다. 구체적으로 100명을 살해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개를 상대로 살인 연습을 하거나 범행 도구를 직접 제작하기도 했다.

유영철의 살인 행각은 출소 13일 뒤인 2003년 9월 24일부터 2004년 7월 15일까지 계속됐다. 범행 대상으로는 오직 여성이나 노약자, 장애인 등 자신보다 힘이 약한 사람만을 노렸다. 대상엔 ‘젊은 성인 남성’은 일절 없었다. 특히 범행에 취약한 보도방 여성 등을 자신의 집으로 불러들여 살해하는 수법을 반복했다.

하지만 체포된 이후에도 수사기관이나 재판에서 내내 피해자 탓만 했다. 자신보다 약한 대상만을 골라 살인한 유영철은 수사기관과 법정에서 자신의 범행을 과시하듯 떠벌렸다. 자신이 죽인 여성들을 향해 “죽을 사람이 죽었다”는 식의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법원은 “피해자가 20명이고 대상도 대부분 연약한 노인이거나 여성”이라며 “반인륜적이고 엽기적 범행으로 사회에 큰 충격과 경악을 준 만큼 영원히 사회로부터 격리시켜야 한다”며 사형을 선고했다. 유영철에 대한 사형은 2005년 6월 확정됐다. 현재 대구교도소에서 사형수 신분으로 수감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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