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군에 올라와서 야구 한번 해보는 게 소원이었던 무명의 2군 선수가 마침내 소원을 이뤘습니다. 하지만 그는 몇 경기만에 부상을 당하고 말았습니다. 다음날 감독이 그를 불렀습니다. 목발을 짚고 나타난 그에게 감독은 흰 봉투를 내밀면서 "집에서 어머니한테 손벌리지 말고 이 돈으로 약값도 하고 먹고싶은 것도 사먹어라. 몸관리 잘해라. 다 나으면 다시 너를 부르마."
봉투에는 그가 프로에 와서 한번도 만져보지 못했던 100만원 짜리 수표가 들어 있었습니다. 10년 전 한국 프로야구 삼성 백인천 감독과 최익성 사이에 있었던 일입니다.
#2 하염없이 눈물을 흘린 감독의 이야기입니다.
지난 2006년 5월 25일 당시 워싱턴 프랭크 로빈슨 감독은 휴스턴에 8-5로 이기며 3연승을 거뒀는데도 경기 후 마이크 앞에서 닭똥같은 눈물을 주르륵 쏟았습니다. 포수 매튜 리크로이가 7회 교체 전까지 7개나 도루를 허용한 것이 전적으로 "내 탓"이라며 자책한 것입니다. 한 팀의 7도루는 메이저리그서 4년만에 처음 나온 기록이었습니다. 그는 리크로이의 어깨가 약하다는 것을 익히 알고서도 30세의 7년차 선수를 그렇게까지 망신을 당하도록 내버려둔 것은 아무리 팀 형편(주전 포수 2명의 부상)을 감안하더라도 심했고, 그래서 눈물로써 그에게 용서를 구한 것입니다.
로빈슨 감독은 냉정하기 이를데 없는 사람입니다. 전신 몬트리올 시절 김선우가 선발로 승리 요건에 아웃카운트 단 한개만을 남겨놓은 상황서 강판시키기도 했습니다. 4년 전엔 독단적인 팀운영으로 선수들이 집단 항명 사태를 일으키도 했었습니다. 그렇기에 생뚱맞기만 했던 그의 눈물은 '악어의 눈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3 심술을 부린 감독의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페니가 이전 경기에서 사보타지 행태를 보였기 때문입니다. 5이닝 무실점으로 승리 요건을 채운 뒤 "팔꿈치가 안좋다"며 안 던진 것입니다. 리틀 감독은 불펜의 피로도를 감안해서 더 던져주기를 바랬는데 페니는 자기 생각만 하고 거부했습니다. 결국 리틀 감독은 전선에서 이기주의는 결코 용납할 수 없기에 심술의 칼로 본때를 보였던 것입니다.
감독은 매니저(Manager)입니다. 모든 것을 관리하고 안고 이끌고 가야 합니다. 좋으면 좋은 대로 나쁘면 나쁜 대로.
#4 감독의 이야기 끝입니다.
그 누구도 피할 수 없고 거스를 수 없는 심판대에 서는 것입니다. 그의 곁에는 이제 아무도 없습니다. 혼자뿐입니다. 결과 앞에서 그만이 무한책임을 지기 때문입니다.
지난 시즌이 끝난 후에도 적지 않은 감독들이 성적에 책임을 지고 지회봉을 놓아야 했습니다. 위에 언급한 세 감독만 하더라도 이미 그렇게 됐군요.
얼마 안있어 봄이 오고 스프링캠프가 시작됩니다. 감독들이 또다시 아무 것도 없는 벌판에 씨를 뿌릴 것입니다. 그것은 멀지 않은 시간에 눈물의 씨앗이 될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들은 뿌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것이 자기들의 숙명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