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들의 친구 야구] 눈물의 씨앗, 감독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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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08-01-31 오전 9:10:42

    수정 2008-01-31 오전 9:10:42

[이데일리 SPN 한들 통신원] #1 먼저 감독의 정(情) 이야기입니다.

1군에 올라와서 야구 한번 해보는 게 소원이었던 무명의 2군 선수가 마침내 소원을 이뤘습니다. 하지만 그는 몇 경기만에 부상을 당하고 말았습니다. 다음날 감독이 그를 불렀습니다. 목발을 짚고 나타난 그에게 감독은 흰 봉투를 내밀면서 "집에서 어머니한테 손벌리지 말고 이 돈으로 약값도 하고 먹고싶은 것도 사먹어라. 몸관리 잘해라. 다 나으면 다시 너를 부르마."

봉투에는 그가 프로에 와서 한번도 만져보지 못했던 100만원 짜리 수표가 들어 있었습니다. 10년 전 한국 프로야구 삼성 백인천 감독과 최익성 사이에 있었던 일입니다.

#2 하염없이 눈물을 흘린 감독의 이야기입니다.

지난 2006년 5월 25일 당시 워싱턴 프랭크 로빈슨 감독은 휴스턴에 8-5로 이기며 3연승을 거뒀는데도 경기 후 마이크 앞에서 닭똥같은 눈물을 주르륵 쏟았습니다. 포수 매튜 리크로이가 7회 교체 전까지 7개나 도루를 허용한 것이 전적으로 "내 탓"이라며 자책한 것입니다. 한 팀의 7도루는 메이저리그서 4년만에 처음 나온 기록이었습니다. 그는 리크로이의 어깨가 약하다는 것을 익히 알고서도 30세의 7년차 선수를 그렇게까지 망신을 당하도록 내버려둔 것은 아무리 팀 형편(주전 포수 2명의 부상)을 감안하더라도 심했고, 그래서 눈물로써 그에게 용서를 구한 것입니다.

로빈슨 감독은 냉정하기 이를데 없는 사람입니다. 전신 몬트리올 시절 김선우가 선발로 승리 요건에 아웃카운트 단 한개만을 남겨놓은 상황서 강판시키기도 했습니다. 4년 전엔 독단적인 팀운영으로 선수들이 집단 항명 사태를 일으키도 했었습니다. 그렇기에 생뚱맞기만 했던 그의 눈물은 '악어의 눈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3 심술을 부린 감독의 이야기입니다.

역시 2006년 5월 29일. 애틀랜타전서 당시 그래디 리틀 다저스 감독은 8-5로 앞선 5회 1사 1, 3루서 선발 브래드 페니를 바꿔버렸습니다. 보스턴 감독이었던 2003년 챔피언십시리즈에서 한계에 도달한 페드로 마르티네스를 그대로 밀어붙였다가 양키스에 역전패를 당할 정도로 선수에 대한 믿음이 돈독한 그였기에 이례적이었습니다. 더욱 페니는 다저스의 에이스나 다름없는 존재입니다.

하지만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페니가 이전 경기에서 사보타지 행태를 보였기 때문입니다. 5이닝 무실점으로 승리 요건을 채운 뒤 "팔꿈치가 안좋다"며 안 던진 것입니다. 리틀 감독은 불펜의 피로도를 감안해서 더 던져주기를 바랬는데 페니는 자기 생각만 하고 거부했습니다. 결국 리틀 감독은 전선에서 이기주의는 결코 용납할 수 없기에 심술의 칼로 본때를 보였던 것입니다.

감독은 매니저(Manager)입니다. 모든 것을 관리하고 안고 이끌고 가야 합니다. 좋으면 좋은 대로 나쁘면 나쁜 대로.

그래서 때론 아버지의 정을 보여주고 어머니의 눈물과 악어의 눈물을 번갈아 흘려야 할 때도 있는 것입니다. 형처럼 손뼉을 마주쳐 주기도 하고 가끔은 부러 깡패의 심술도 부려야 합니다. 두 얼굴의 야누스가 아니라 백의 얼굴을 가져야 합니다. 레오 듀로셔 감독의 저 유명한 말 "사람 좋으면 꼴찌(Nice guys finish last)"도 딴 뜻이 아닙니다.

#4 감독의 이야기 끝입니다.

그 누구도 피할 수 없고 거스를 수 없는 심판대에 서는 것입니다. 그의 곁에는 이제 아무도 없습니다. 혼자뿐입니다. 결과 앞에서 그만이 무한책임을 지기 때문입니다.

지난 시즌이 끝난 후에도 적지 않은 감독들이 성적에 책임을 지고 지회봉을 놓아야 했습니다. 위에 언급한 세 감독만 하더라도 이미 그렇게 됐군요.

얼마 안있어 봄이 오고 스프링캠프가 시작됩니다. 감독들이 또다시 아무 것도 없는 벌판에 씨를 뿌릴 것입니다. 그것은 멀지 않은 시간에 눈물의 씨앗이 될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들은 뿌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것이 자기들의 숙명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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