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남아공) 실패로 끝난 마라도나의 심리전

  • 등록 2010-06-17 오전 3:03:50

    수정 2010-06-17 오후 1:58:56

▲ 마라도나 감독 (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남아공 = 이데일리 SPN 송지훈 기자] "한국 선수들이 발차기를 한다거나 거친 행동을 보인다면 심판은 카드를 꺼내들어야만 한다. 만약 한국 선수들이 테베스나 메시를 다치게 만든다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 - 디에고 마라도나 아르헨티나 감독

"우리는 축구를 하려는 것이지 말싸움을 하려는 것이 아니다. 현재의 우리 선수들은 당당하고 경험도 풍부하다. 정정당당히 실력으로 승부하겠다." - 허정무 한국축구대표팀 감독

한국과의 남아공월드컵 본선 맞대결을 앞두고 한국의 사령탑 허정무 감독을 도발하려던 디에고 마라도나 감독의 계획이 실패로 돌아갔다.

한국과 아르헨티나는 17일 오후8시30분(이하 한국시각)에 열리는 남아공월드컵 B조 조별리그 2차전 맞대결을 앞두고 16일에 각각 공식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마라도나 감독이 먼저 포문을 열었다. "스타들은 경기 중에 엄격하고 안전한 대우를 받을 필요가 있다"고 운을 뗀 뒤 "한국이 메시와 테베스에게 발차기 등 심한 반칙을 저지른다면 심판은 옐로카드를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선수가 경기 중에 생명을 위협받거나 다리가 부러지는 등의 불상사를 겪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마라도나 감독의 이러한 발언은 과거 자신이 겪은 경험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1986멕시코월드컵 본선 무대에 출전한 그는 조별리그서 만난 한국 선수들로부터 거친 파울과 위협적인 태클 세례를 받아 수 차례 그라운드에 나뒹굴었다. 허정무 현 한국축구대표팀 감독 또한 당시 한국 선수로 마라도나와 맞대결을 벌였다. 이와 관련해 당시 외신들은 우리 선수들의 거친 플레이를 '태권축구'라는 별칭으로 부르며 조소를 보내기도 했다.

마라도나 감독이 한국과의 맞대결을 앞두고 24년 전 해묵은 이야기를 꺼낸 건, 당시 상황을 다시금 부각시켜 한국대표팀과 허정무 감독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고자 한 의도로 풀이 된다.

하지만 허정무 감독의 반응은 단순명료했다. 경기가 열릴 사커시티 스타디움에서 공식 기자회견을 개최한 허 감독은 "우리든 아르헨티나든 정도를 넘어서는 플레이를 펼치는 선수가 있다면, 심판이 알아서 판단할 것"이라며 여유있는 미소를 지어보였다.

1986년 당시의 상황에 대해 "한국은 32년만에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았고, 세계적인 수준에 제대로 따라가지 못한 건 사실"이라 인정한 그는 "24년 전에 내가 마라도나를 상대로 지나친 파울을 저질렀다고들 하는데, 만약 그랬다면 심판이 즉각 레드카드를 꺼내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파울이 많았던 것과는 별도로, 당시의 판정 기준을 뛰어넘을 정도의 과격한 플레이는 없었다는 주장이다. 

허정무 감독의 대응은 '해명' 수준에서 그치지 않았다. "상대가 강한 팀이라는 점은 분명하지만, 우리에게도 승리의 기회는 찾아올 것"이라 언급한 그는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선 수비 후 역습'이 아닌, 공격과 수비가 함께 움직이는 전술을 펼칠 것"이라 강조했다.

선수가 아닌 지도자로서 수비 위주의 지키는 축구가 아닌, 정면승부를 통해 승리를 거머쥐겠다는 의지를 밝힌 셈이다. 이후에도 기자회견장을 찾은 몇몇 외신기자들이 마라도나 감독의 발언을 재차 언급하며 의중을 살폈지만, 허 감독은 차분한 표정과 답변을 선보이며 흔들림 없이 대응했다.

'24년 전의 기억'을 떠올려 상대를 자극한 마라도나 감독과 담담하게 맞대응에 나선 허정무 감독 중 '마지막에 웃는 자'는 어느 쪽일까. 맞대결 이전부터 치열한 심리전으로 접전을 예고하고 있는 한국과 아르헨티나의 맞대결 결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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