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범의 현장칼럼]세계 축구의 흐름 대세는 ‘4-3-3’이었다

ㆍ우승팀 스페인 등강호들 대부분 적용

ㆍ공격·수비 모두 용이… 수비형 MF 비중 늘어
  • 등록 2010-07-13 오전 8:00:08

    수정 2010-07-13 오전 8:00:08


[경향닷컴 제공] 4-3-3이 세계 강호들이 즐겨 입는 최신 패션이 됐다. 12일 막을 내린 남아공월드컵을 통해 드러난 세계 축구의 대세는 4-3-3 포메이션이다.

4-3-3을 처음 접한 것은 지난 2003년 아약스 등 네덜란드 프로구단에서 연수하면서였다. 2년 후 4-3-3은 잉글랜드, 이탈리아 등 빅리그로 퍼져나갔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첼시, AC 밀란 등 세계 명문 프로팀들도 4-4-2에서 4-3-3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2006년 독일월드컵에서도 4-3-3 포메이션을 쓰는 국가가 많이 눈에 띄었다. 당시는 미완의 4-3-3이었다. 그러나 이번 남아공 월드컵에서는 세계 강호들이 대부분 4-3-3을 썼고 그 완성도도 무척 높아졌다.

왜 4-3-3인가

요즘 수비는 대부분 포백 시스템이다. 이번 월드컵에서도 알제리 등 몇몇 팀을 제외하고는 모두 포백을 썼다. 포백은 전형적인 수비수 3명을 쓰는 스리백과 달리 양쪽 측면 수비수의 활용법에 따라 공격적 또는 수비적으로 변한다. 포백은 스리백에 비해 측면 공간이 더 좁다. 앞뒤로 주로 움직이는 투톱으로는 포백을 뚫기 쉽지 않다. 그래서 나온 게 스리톱이다. 공격숫자를 늘리는 동시에 공격수들이 서로 자리를 유기적으로 바꿔야만 포백이 흔들리면서 빈틈이 생긴다. 4-3-3은 수비에서도 수적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측면 공격수 2명이 미드필드로 내려오면 미드필더가 두터운 4-5-1이 되기 때문이다.

이번 월드컵에서 브라질,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파라과이, 멕시코, 포르투갈 등 강호들이 모두 4-3-3을 썼다. 4-3-3이 갖고 있는 다양한 전술 변화가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스페인과 네덜란드, 완성된 4-3-3을 보여줬다

4-3-3은 크게 두가지로 나뉜다. 미드필더 3명을 어떻게 배치하느냐가 관건이다. 공격형 미드필더 2명을 두는 역삼각형으로 하면 공격 성향이 강해진다. 이를 가장 잘 활용한 게 스페인이다. 스페인은 공격적으로 나갈 때는 알론소(레알 마드리드)를 앞으로 올리거나 세스크 파브레가스(아스널)를 대신 투입해 사비(바르셀로나)와 짝을 이루게 했다. 양쪽 측면 수비수들도 전진시켜 중앙 수비수가 활처럼 안쪽으로 들어간 포백 라인이 구축됐다.

반대로 수비형 미드필더 2명을 세우는 정삼각형 형태가 되면 중앙이 두터운 수비적인 4-3-3이 된다. 네덜란드는 판봄멀(바이에른 뮌헨), 더용(맨체스터 시티)을 수비형 미드필더 2명으로 기용하는 정삼각형 미드필더진으로 7경기를 모두 치렀다.

측면 수비수도 수비에 치중해 포백 라인은 일(一)자에 가까왔다. 네덜란드가 실리축구를 한다는 말이 나온 이유는 수비형 미드필더 2명과 측면 수비수 2명이 주로 수비에 무게를 뒀기 때문이다.

수비형 미드필더가 중요해졌다

과거에는 공격형 미드필더, 소위 플레이메이커라고 하는 선수가 공격의 시발점이었다. 이들이 한복판에서 공을 갖고 있다가 앞에 있는 공격진들에게 뿌려주는 식이다. 그때 수비형 미드필더는 상대 공격의 예봉을 꺾는 등 수비 위주로만 움직였다. 그러나 현대 축구에서는 수비형 미드필더의 공격 능력이 무척 중요해졌다. 월드컵에서는 브라질, 네덜란드 등 강팀도 선수비 후역습 전략을 썼다. 역습 비중이 높아졌다는 뜻이다. 역습은 볼을 가로채는 순간 공격진으로 나가는 첫 패스의 정확성이 성패를 가른다. 현대축구에서 수비형 미드필더가 공격형 미드필더 노릇도 해야 한다.

<김학범 | 전 프로축구 성남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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