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시, 승부차기 끝에 챔피언스리그 첫 우승 감격

  • 등록 2012-05-20 오전 6:29:48

    수정 2012-05-20 오전 6:40:29

▲ 승부차기 결승골을 터뜨린 뒤 기쁨을 감추지 못하는 디디에 드록바. 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 첼시. 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챔피언스리그 우승 트로피 '빅이어'의 주인은 운명의 승부차기에서 가려졌다. 승자는 첼시였다.   첼시는 20일(이하 한국시간) 독일 뮌헨 알리안츠아레나에서 열린 바이에른 뮌헨과의 2011~12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전후반 90분에 연장 전후반 30분 동안 1-1로 비겼지만 승부차기에서 4-3으로 승리했다.

이로써 첼시는 구단 창단 이래 처음으로 챔피언스리그 정상에 올라섰다. 올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는 6위에 머물러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 출전이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이번 우승으로 다음 시즌 챔스 진출권을 따냈다.   아울러 2008년 모스크바에서 열린 대회 결승전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게 승부차기로 졌던 아픔도 씻어냈다. 특히 적의 심장부에서 우승을 차지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있는 우승이었다.   이번 우승으로 첼시는 FA컵에 이어 더블을 달성했다. 로베르토 디 마테오 감독은 감독 대행으로선 처음으로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하는 기록을 세웠다.   반면 통산 9번째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진출했지만 바이에른 뮌헨은 다섯번째 우승 달성에 실패했다. 특히 안방에서 열린 결승전에서 선제골을 넣고도 승부차기 끝에 졌다는 점에서 더욱 뼈아픈 패배였다. 경기 내용만 놓고 보면 바이에른 뮌헨의 완승이었지만 스코어에서 이긴 쪽은 첼시였다.

이날 바이에른 뮌헨과 첼시는 나란히 마리오 고메스와 디디에 드록바를 원톱으로 배치하는 전술을 들고 나왔다. 특히 양 팀은 주축 선수들이 경고 누적과 부상 등으로 대거 빠진 공백을 신예들로 메우려고 시도했다.

첼시는 올시즌 챔피언스리그에 한 경기도 뛰지 않고 2005년 7월 첼시 이적 후 단 12경기 밖에 뛰지 않은 라이언 버트란드를 선발로 내세웠다. 하미레스와 하울 메이렐레스가 징계로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플로랑 말루다가 햄스트링 부상으로 선발 출전이 어려운 상황에서 가동한 고육지책이었다.

반면 뮌헨은 역시 22살의 디에고 콘텐토를 오른쪽 풀백으로 기용했다. 당초 브라질 출신의 하피냐가 선발로 나설 것으로 보였지만 유프 하인케스 감독은 예상을 깨고 콘텐토를 내세웠다.

전반전은 바이에른 뮌헨이 완벽하게 주도했다. 슈팅 숫자에서 13-2로 바이에른 뮌헨이 지배했고 코너킥도 8-0으로 큰 차이가 났다. 바이에른 뮌헨이 일방적으로 몰아붙인 전반전이었다.

전반전 경기의 대부분은 첼시 진영에서 펼쳐졌다. 바이에른 뮌헨은 프랑크 리베리와 아르옌 로벤의 측면 돌파를 활용해 첼시의 수비를 흔들었다. 전반 20분 로벤이 개인 돌파에 이은 강력한 왼발 슈팅을 날렸지만 공은 골키퍼 체흐의 팔에 맞은 뒤 골대를 스치고 밖으로 흘러나갔다.

전반 39분에는 공격 찬스에서 로벤, 리베리, 고메스의 연속 슈팅이 골과 연연을 맺지 못했다. 전반 42분에도 고메스가 첼시 문전에서 완벽한 찬스를 맞았지만 슈팅이 그만 골대를 넘기고 말았다.   수세에 몰린 첼시는 전반 33분경 수비수 개리 케이힐이 상대 파울로 얻은 프리킥 찬스가 유일한 득점 기회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마타의 슈팅은 크로스바를 훌쩍 넘어가고 말았다.

전반을 득점없이 마친 가운데 후반전에도 바이에른 뮌헨의 우세가 계속 이어졌다. 후반 9분 리베리가 첼시 골문 안에 공을 집어넣었지만 오프사이드 위치에 있는 바람에 득점으로 인정되지 않았다.

바이에른 뮌헨은 계속 골문을 두드렸지만 첼시의 두터운 수비벽을 뚫지 못했다. 무수히 많은 코너킥을 시도했지만 동료의 머리에 전혀 맞지 않았다. 바이에른 뮌헨의 최전방 공격수 고메스는 수비수 사이에 고립된채 전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첼시는 후반 25분 이후 볼점유율을 높이면서 반격에 나섰다. 버트란드를 빼고 플로랑 말루다를 교체투입해 공격 의지를 내비친 첼시는 날카로운 반격으로 바이에른 뮌헨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바이에른 뮌헨도 계속 공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하지만 로벤과 뮐러의 슈팅이 잇따라 골키퍼에 걸리거나 골문을 벗어났다.
▲ 후반 선제골을 터뜨린 뒤 기뻐하는 바이에른 뮌헨 선수들. 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하지만 바이에른 뮌헨이 그토록 기다렸던 골은 후반 38분에 터졌다. 리베리가 왼족에서 대각선 크로스를 올린 것을 반대쪽에서 돌아들어간 뮐러가 머리에 정확히 맞혔다. 뮐러의 헤딩슛은 바운드가 되면서 골키퍼 키를 넘겨 골문 안으로 빨려들어갔다.

다급해진 첼시는 곧바로 공격수 페르난도 토레스를 교체투입하며 만회골 사냥에 나서기 시작했다. 반면 바이에른 뮌헨은 선제골을 넣은 뮐러를 빼고 수비수 다니엘 반 부이텐을 투입해 골문 잠그기에 돌입했다.

첼시는 그냥 물러서지 않았다. 반격에 나선 첼시는 후반 43분 오른쪽 측면에서 올라온 코너킥을 드록바가 절묘한 헤딩골로 연결해 승부를 원점에 놓았다. 드록바의 놀라운 득점 감각이 다시 한번 돋보이는 순간이었다.   결국 승부는 1-1 동점에서 연장전으로 돌입했다. 결정적인 기회는 바이에른 뮌헨에게 먼저 찾아왔다. 연장 전반 4분 첼시 페널티박스 안에서 수비에 가담한 드록바가 리베리의 공을 빼앗으려다 다리를 걸어 넘어뜨린 것. 하지만 로벤이 찬 페널티킥은 첼시 골키퍼 체흐의 선방에 걸렸고 바이에른 뮌헨의 기대는 물거품이 됐다.   설상가상으로 바이에른 뮌헨은 공격의 핵인 리베리 마저 다리 부상으로 교체돼 더욱 어려운 상황에 빠졌다. 이후에도 바이에른 뮌헨은 연장전에서 두 차례 결정적 득점 찬스를 만들었지만 마지막 마무리가 아쉬웠다. 첼시는 승부차기까지 간다는 생각으로 연장 후반들어 거의 수비에만 몰두했다.   결국 연장전에서도 승부를 가르지 못한 두 팀은 승부차기에 운명을 맡기는 신세가 됐다. 양 팀 골키퍼 체흐와 마누엘 노이어의 싸움으로 압축됐다.   선축은 바이에른 뮌헨이었다. 1번 키커로 나선 필립 람은 깔끔하게 골을 성공시켰다. 반면 첼시의 1번 키커 마타의 왼발 슈팅은 노이어에게 완벽하게 막혔다.   바이에른 뮌헨의 2번 키커는 고메스였다. 고메스의 슈팅도 골문 구석을 뚫었다. 첼시의 2번 키커 다비드 루이스도 골을 성공시켜 스코어는 2-1이 됐다.   바이에른 뮌헨의 골키퍼 노이어는 3번 키커로 직접 나서 골을 집어넣었다. 첼시의 3번 키커는 프랭크 램파드였다. 램파드 역시 깔끔하게 성공시키면서 팽팽한 승부가 이어졌다.   바이에른 뮌헨의 4번 키커는 교체투입된 이비차 올리치였다. 올리치의 발을 떠난 공은 체흐의 오른손에 그대로 걸렸다. 첼시의 4번 키커 애슐리 콜이 골을 넣으면서 스코어는 3-3 원점으로 돌아왔다.   바이에른 뮌헨의 5번 키커는 슈바인슈타이거였다. 슈바인슈타이거의 슈팅은 골대를 맞고 나왔다. 반면 첼시의 5번 키커 드록바는 골을 성공시키면서 우승을 확정지었다. 첼시가 사상 최초로 챔피언스리그 정상에 오르는 순간이었다. 120분이 넘는 혈전 끝에 빅이어 트로피에는 첼시의 이름이 새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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