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추여행②] 낙엽 따라 걷는 자연사 시간 여행

한국관광공사 추천 11월 가볼만한 곳
경기 포천시 영북면 포천 한탄강길
글·사진= 구완회(여행 작가)
  • 등록 2017-10-28 오전 12:00:02

    수정 2017-10-28 오전 12:00:02

은빛 물결이 출렁이는 명성산억새밭
한탄강벼룻길 부소천 협곡의 구름다리
한탄강벼룻길 비둘기낭 폭포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혹, 아시는지. 한반도에 용암대지가 수십만년 강물에 깍이면서 형성된 혐무암 협곡이 있다는 사실을. 지금은 북녘 땅인 강원도 평강군 오리산에서 거대한 화산이 폭발했다. 이때 솟아오른 것은 물처럼 점성이 낮은 현무암질용암. 오리산에서 시작한 용암은 한탄강을 따라 흐르고 흘러 철원과 포천, 연천을 지나 파주까지 이르렀다. 강물과 만난 용암은 빠르게 식어 육각형 연필심 모양 주상절리가 되었는데, 그 틈으로 다시 강물이 흐르면서 바위를 조금씩 깎아 거대한 현무암 협곡을 만든 것이다.

◇국가지질공원 ‘한탄강 협곡 지대’

명성산 등산로는 가을로 가득하다
용암대지가 협곡으로 변하는 데 걸린 시간은 자그마치 수십만 년. 그 지질학적 가치를 인정받아 포천시와 연천군 일대의 한탄강 협곡 지대는 2015년 국가지질공원이 되었고, 독특한 자연과 그 안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문화를 엮는 지질트레일이 조성 중이다. 모두 4개 코스로 구성된 지질트레일은 현재 1코스가 개통했다. 2코스는 공사 중이고 3·4코스는 일부 구간 통행이 가능한데, 포천시는 2019년까지 총 30km에 이르는 지질트레일을 완성할 계획이다. 부소천협곡에서 비둘기낭폭포까지 이어지는 1코스는 ‘한탄강벼룻길’. 벼룻길은 강이나 바닷가로 통하는 벼랑길을 가리키는 순우리말이다. 길은 이름처럼 한탄강 옆 깎아지른 절벽을 따라 폭포와 협곡, 마을을 잇는다.

한탄강벼룻길은 계절마다 색다른 풍경을 볼 수 있지만, 늦가을 푸른 하늘 아래 낙엽을 밟으며 걷는 맛이 각별하다. 벼룻길의 공식 시작점인 부소천협곡 대신 비둘기낭폭포에서 출발한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기에는 비둘기낭폭포가 편리하기 때문이다. 짙푸른 비둘기낭폭포 아래 소에도 낙엽이 수북하다. 안내판에는 〈추노〉부터 〈늑대소년〉까지 이곳에서 촬영한 드라마와 영화 포스터가 줄줄이 붙었다. 높이 30m가 넘는 현무암 주상절리 협곡 아래 거대한 동굴을 품은 비둘기낭폭포는 신비한 풍경 덕분에 촬영 명소가 되었다.

가만, 현무암이라면 제주도를 상징하는 검고 구멍 숭숭 뚫린 돌 아닌가? 그런데 비둘기낭폭포 주변의 주상절리는 검붉은 색에 구멍도 없다. 현무암은 땅 위로 나온 용암이 급속도로 식으며 생기는 돌이다. 부글거리는 용암 속에 있던 가스가 빠져나오면 급격히 굳으며 생긴 것이 구멍 뚫린 현무암이다. 그러나 한탄강 현무암이 제주도보다 여유 있게 굳은 셈이다. 풍화 과정에 돌 속의 철분이 산화되면 붉은색이 더해진다. 용암과 물, 바람이 만들어낸 비둘기낭폭포는 살아 있는 지질학 교과서다.

비둘기낭폭포에서 출발한 길은 멍우리협곡으로 이어진다. 멍우리는 ‘멍’과 ‘을리’가 합쳐진 이름이다. 멍은 ‘온몸이 황금빛 털로 덮인 수달’을 뜻하고, 을리는 ‘강물이 새을(乙) 자처럼 흐른다’는 의미라고. 따스한 가을 햇살 아래 황금빛 협곡이 굽이치는 강물을 따라 4km 넘게 뻗었다. 협곡 위로 난 길은 전망대를 지나 숲으로, 캠핑장으로, 한적한 마을로 통한다.

길 중간쯤에 커피나 음료수를 파는 매점이 있다. 다시 숲과 절벽, 마을을 지나면 부소천협곡에 이른다. 멍우리협곡보다 규모는 작지만 절벽을 연결하는 구름다리가 그림 같은 풍경을 선물한다. 다리 하나를 더 건너니 한탄강벼룻길의 공식 출발점이 나타난다. 비둘기낭폭포에서 여기까지 6.2km, 약 1시간 30분 걸린다. 비둘기낭폭포에 차를 두고 왔다면 되짚어가고, 그렇지 않으면 40분쯤 더 걸어 운천시외버스터미널에 가서 버스를 탄다.

버려진 채석장을 이용해 인공협곡을 만든 포천아트밸리
◇산정호수 등 포천의 다양한 볼거리

포천에는 다른 볼거리도 많다. 비둘기낭폭포에서 차로 25분쯤 걸리는 산정호수는 연간 150만여 명이 찾는 ‘포천 관광 1번지’다. 옛날식 오리배를 타거나 호숫가 조각공원을 둘러보고, 호숫가 산책로를 따라 걸어도 좋다.

깊은 가을을 느끼고 싶다면 산정호수에서 시작하는 등산로를 따라 명성산에 오르자. 울긋불긋 단풍을 즐기며 1시간 30분쯤 오르면 은빛으로 물결치는 억새가 장관이다. 19만 8000여 ㎡에 이르는 억새밭을 가로지르며 보는 풍경은 카메라를 어디에 들이대도 그림 같다.

포천아트밸리는 버려진 채석장을 활용해 만들었다. 돌을 깎아내느라 생긴 절벽 사이에 물을 채우니 멋진 인공 협곡이 탄생한 것이다. 주위에 조각공원을 꾸미고 천문과학관과 호수공연장까지 더하니 온 가족이 즐거운 여행지로 거듭났다.

2014년에 문을 연 어메이징파크는 자연, 과학, 휴식이 어우러진 복합 문화 공간이다. 200여 가지 공학 기구를 직접 움직여보는 어메이징파크과학관, 각종 톱니바퀴로 만든 높이 23m 자이언트분수, 중력과 회전운동을 이용한 대형 물레방아 진자펌프 등을 통해 과학과 공학의 원리를 체험할 수 있다. 향기로운 잣나무 숲으로 연결되는 길이 130m 아치형 흔들다리 서스펜션브릿지가 짜릿한 즐거움을 더한다.

포천시와 함께 한탄강 협곡 지대를 이루는 연천군은 구석기시대 유적으로 유명하다. 연천 전곡리 유적(사적 268호)에서 나온 아슐리안형 주먹도끼는 동아시아 지역에서 처음 발견되었다. 이로써 양쪽에 날이 있는 아슐리안형 주먹도끼 문화는 유럽과 아프리카에 발달했다는 당시 세계 고고학계의 정설이 뒤집혔다. 전곡선사박물관에 구석기시대 역사를 다시 쓰게 만든 유물과 유적이 있다.

연간 150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 산정호수는 ‘포천관광1번지’이다.
◇여행메모

△당일 여행 코스=한탄강벼룻길→전곡선사박물관→어메이징파크

△1박 2일 여행 코스=한탄강벼룻길→전곡선사박물관→어메이징파크→(숙박)→산정호수→명성산→포천아트밸리

△가는길= 구리포천고속도로 남구리 IC→운천제2교차로→방골길 전곡 방면→비둘기낭1길→한탄·임진강지질공원 입구

△먹을곳= 산비탈(031-534-3992)에서는 두부 요리, 원조이동김미자할머니갈비(031-532-4459)에서는 양념갈비(031-533-9207)에서는 쌈밥정식, 청산별미(031-536-5362)에서는 버섯샤부샤부, 동이호박오리(031-543-3534)에서는 호박오리구이가 유명하다.

△주변 볼거리= 한가원, 산사원, 허브아일랜드, 백운계곡, 국립수목원, 평강식물원, 아프리카예술박물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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