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에 취하고 술에 취하고…봄나들이 ‘술판’ 여전

봄철 맞아 공공장소 음주 증가…국민 93.2% “타인의 음주로 피해 경험”
  • 등록 2019-04-21 오전 12:05:44

    수정 2019-04-21 오전 12:05:44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봄철 야외활동 증가와 함께 술을 마시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주취소란, 음주운전, 쓰레기 처리 등음주로 인한 문제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 음주청정지역 지정, 국립공원 음주행위 금지 등 공공장소 음주를 제한하는 법적 근거가 마련되고 있지만 제대로 단속이 이뤄지지 않아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이무형 다사랑중앙병원 원장은 “우리나라는 술 마시고 저지른 일도 ‘취하면 그럴 수 있지’라고 여길 만큼 음주 문제에 관대하고 시간과 장소에 구애없이 술을 쉽게 구매할 수 있다”며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와 환경으로 인해 공공장소에서의 음주 피해 역시 심각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민의 93.2%가 타인의 음주로 피해를 받았다고 인식했으며 특히 66.7%는 음주로 인한 폭력행사(기물 파괴, 난동)로 두려움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응답자 94.8%는 공공장소에서 음주를 제한하는 정책에 찬성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문제는 공공장소 음주를 제한하는 법적 근거가 있음에도 실효성이 없다는 데 있다. 현재 서울시, 제주도 등 여러 지자체에서 공원, 관광지 등을 음주청정지역으로 지정?고시하고 있지만 사실상 금주가 강제사항이 아닌 권고사항이기 때문에 술을 마셔도 처벌받지 않는다. 과태료도 음주로 인한 소음이나 악취 등 타인에게 혐오감을 주는 행위를 한 자에게만 부과ㆍ징수할 수 있다.

국립·도립·군립공원 역시 지난해 3월부터 시행된 자연공원법 시행령 개정안에 따라 음주행위 금지구역으로 지정된 곳에서 술을 마시다 적발되면 과태료를 내야 하지만 실제로 산속에서 단속은 어려운 실정이다. 또한 음주행위만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술병을 지니고 있어도 술을 마시는 현장만 걸리지 않는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반면 해외에서는 우리나라보다 좀 더 강력한 음주 규제를 시행하고 있다. 캐나다는 대다수 주에서 주류판매가 허용된 음식점 등에서만 음주가 허용되며 공공장소에서는 술을 마실 수 없다. 브리티시 컬럼비아주에서는 아예 취객이 공공장소에 있을 수 없다는 법도 있다. 호주 역시 공공장소 음주를 엄격히 규제하고 있으며 공원에서 취한 모습으로 휘청거리면 경찰이 격리할 수 있다. 미국 뉴욕주의 경우 오픈컨테이너법(Open Container Law)에 따라 개봉한 술병을 공공장소에서 남의 눈에 띄게 들고 다녀도 불법이다.

이무형 원장은 “우리나라는 휴게음식점으로 등록된 편의점의 야외 테이블에서 술을 마시는 것도 불법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문제라고 여기지 못하는 것처럼 음주에 대한 관대한 사회 문화로 인해 정책 추진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음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은 9조 4524억원으로 흡연(7조 1258억원)보다 더 많으며 주취폭행, 음주운전 등 사회적 문제도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며 “금연정책처럼 금주정책이 안착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것뿐만 아니라 음주에 대한 경각심을 알리고 건전한 음주문화를 조성할 수 있도록 국가적 차원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봄철 야외활동 증가와 함께 술을 마시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주취소란, 음주운전, 쓰레기 처리 등 음주로 인한 문제가 이어지고 있다. 사진=123R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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