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에 몸살 앓는 한강공원…대책 내놨지만 방문객엔 손못써

지난달 22일, 서울 한강관리본부 '청소개선대책' 발표…
입주업체 "방문객 배출 쓰레기대책은 없어…실효 의문"
한강관리본부 "수년째 계도에도 시민들 변화 없어"
  • 등록 2019-05-13 오전 6:17:00

    수정 2019-05-13 오전 7:19:17

1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강공원 잔디 광장에 아무렇게나 버려진 쓰레기가 나뒹굴고 있다.(사진=박순엽 기자)


[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방문객들이 버리고 가는 쓰레기가 사실 더 문제인데…”

서울시민들의 대표 쉼터인 한강공원이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서울시 한강관리본부는 지난달 22일 한강공원 청소개선대책을 마련해 한강공원에서 배출되는 쓰레기를 분리수거 등을 통해 줄여보겠다고 나섰지만, 여전히 한강공원 곳곳에선 아무렇게나 버려진 쓰레기를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방문객들이 아무렇게나 버리는 쓰레기가 한강공원 쓰레기 문제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도 이번 대책엔 이를 관리하는 방안이 빠져 있고 방문객 계도가 쉽게 이뤄지지 않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쓰레기 공원=한강공원’…대책 마련했지만 실효성 의문

매년 한강공원을 찾는 이들이 증가하면서 한강공원 쓰레기 배출량도 크게 늘었다. 서울시에 따르면 한강공원 방문객 수는 2008년 4000만명에서 2017년 7500만명으로 10년 사이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에 따라 한강공원에 버려지는 쓰레기 또한 함께 늘어났다. 2015년 3806t이었던 쓰레기는 2017년 4823t으로 연평균 12% 이상 급증했다. 그러면서 한강공원은 자연스레 쓰레기 공원이란 오명을 얻었다.

이 때문에 서울시 한강관리본부는 지난달 한강공원 청소개선대책을 내놨다. 이 대책엔 △공원 입주업체 대상 쓰레기봉투 실명제 실시 △공원 내 각종 행사 시 청소가이드라인 구성·이행 필수화 △그늘막 텐트 설치허용 구역 조성 △쓰레기 신속 수거 및 청소 공백 최소화 등 구체적 방안들이 담겼다.

그러나 대책이 시행된 지 3주 가까이 지난 12일 한강공원은 여전히 쓰레기로 뒤덮인 모습이었다. 업자들이 버리는 쓰레기보단 방문객이 버리고 가는 쓰레기가 문제라는 지적이다. 한강공원 곳곳에선 종류가 구분되지 않고 버려진 쓰레기가 눈에 띄었다. 공원 내 쓰레기통은 일반쓰레기와 재활용쓰레기로 나뉘어 있었지만, 쓰레기통마다 잘못 버려진 쓰레기를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음식물 쓰레기통에는 플라스틱 용기와 종이상자 등이 음식물쓰레기와 뒤섞여 있기도 했다.

한 편의점 앞에서는 다수 방문객이 분리수거하지 않은 채 음식물과 포장용기가 함께 담긴 비닐봉투를 그냥 두고 가고 있었다.

한강공원 입주 업체들은 이번 대책이 실효성이 없다며 볼멘소리를 했다. 자신들이 배출하는 쓰레기보다 방문객들이 내버리고 가는 쓰레기가 문제인데 이번 대책에 포함된 쓰레기봉투 실명제 등 때문에 본인들만 번거로워졌다는 것이다. 한강공원 내에서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A씨는 “우리는 쓰레기봉투를 구매해서 쓰기 때문에 원래부터 분리수거를 열심히 해왔다”며 “정작 분리수거가 안 되는 건 방문객들인데 이에 대한 대책은 없다”고 밝혔다.

한강공원에서 만난 자원봉사자 B씨는 “수년째 지켜본 한강공원 쓰레기 문제의 심각성은 여전하다”며 “시민 의식이 개선돼 쓰레기를 스스로 잘 처리해줬으면 좋겠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12일 오후 캔, 병, 플라스틱 용기 등 재활용 쓰레기가 분리되지 않은 채 여의도 한강공원 일반 쓰레기통에 버려져 있다.(사진=박순엽 기자)


한강관리본부 “방문객 계도 안 돼… 쓰레기 투기도 발생”

한강공원을 관리하고 있는 한강관리본부 역시 방문객 쓰레기의 분리수거가 쓰레기 배출량을 줄이는 데 중요한 부분이라는 점을 파악하고 있지만 시민을 계도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쓰레기를 수거하는 그물망도 곳곳에 설치하는 등 쓰레기 배출 장소를 확대했지만 방문객들이 이를 이용하지 않고 그대로 두고가는 경우가 많다는 것. 한강관리본부 관계자는 “공원을 찾는 이들에게서 배출되는 쓰레기를 잘 거둬들여 처리하는 것도 중요한 문제”라며 “하지만 몇 년째 공원 방문객들에게 배출되는 쓰레기를 분리수거해 버려달라는 캠페인을 펼치고 있는데도 전혀 상황이 달라지지 않아 곤란하다”고 말했다.

한강공원 내 편의점 종업원인 정모(73)씨도 “공원 방문객들은 편의점 소유의 쓰레기통에도 아무 쓰레기나 가져다가 버린다”며 “처음엔 다른 곳에서 나온 쓰레기를 못 버리게 하려고 쓰레기통 앞을 지키고 있었지만, 여기서 쓰레기를 안 받아주면 인근에 쓰레기를 그냥 두고 가기 때문에 이젠 받아서 대신 분리수거 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정씨는 “공원 내 업소들에만 분리수거를 잘해 쓰레기를 줄이라고 강요하는 것보다 방문객들이 집에 쓰레기를 들고 가게 하거나, 최소한 분리수거를 하게끔 하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1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강공원 내 잔디밭에 음식물을 담았던 것으로 보이는 종이 상자가 버려져 있다.(사진=박순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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