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손 된 중장년 팬덤]①가요계 쥐락펴락…중장년팬덤, 메가히트 중심에

1020 팬덤 못지않은 결집·행동력
좌절 이겨낸 스토리에 '감정이입'
"내 손으로 직접 키운다" 끈끈한 애정
열성적 활동…가요계 신주류로
  • 등록 2020-09-11 오전 6:00:00

    수정 2020-09-11 오전 6:00:00

[이데일리 스타in 김현식 기자] “가수에게는 값비싼 명품 선물보다 소중한 것이 음원 순위입니다. 멜론에 평점, 좋아요, 응원댓글 적으러 출동합시다!” 인기 아이돌 가수를 동경하는 10대 팬이 적은 글이 아니다. TV조선 트롯 경연 프로그램 ‘미스터트롯’ 출신 가수 김호중의 공식 팬카페 ‘트바로티’에 올라온 공지글 내용이다. 회원 수가 8만3000명이 넘는 ‘트바로티’의 결집력과 행동력은 방탄소년단을 미국 빌보드 차트 1위 가수로 만드는 데 일조한 팬덤 ‘아미’ 못지않다. 김호중 소속사 생각을보여주는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공식 팬카페 회원과 유튜브 채널 시청층 모두 40대 이상 연령층이 90%가 넘는다”며 “‘소녀 시절로 돌아간 것 같다’면서 열성적으로 팬 활동하는 분들이 많고 팬클럽 회원들간 친목 모임도 활발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김호중 광고(사진=생각을보여주는엔터테인먼트)
김호중 광고(사진=생각을보여주는엔터테인먼트)
중장년층이 절대다수인 ‘트바로티’ 회원들은 ‘미스터트롯’ 경연 당시부터 사비를 들여 전국 주요 도심에 전광판 광고를 게재하는 등 가수를 위한 홍보 활동에 열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소속사에 따르면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모금하고 팬카페를 통해 사회 곳곳에 기부한 금액은 현재까지 6억 원이 넘는다.

단순히 결집력과 행동력만 강한 게 아니다. ‘스밍 총공’(스트리밍 총공격·음원사이트에서 좋아하는 가수의 곡을 반복 재생하는 것)이 일상일 정도로 중장년 팬덤의 활동 방식은 요즘 세대들 만큼이나 ‘스마트’하다. 트롯 가수들의 곡이 인기 아이돌 가수들의 곡을 제치고 음원차트에서 두각을 보이는 사례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팬 활동 빈도에 따라 채널 순위가 정해지는 멜론의 모바일 팬 커뮤니티앱인 ‘아지톡’에서는 임영웅, 김호중, 송가인 등 트롯 가수들의 채널이 순위 최상위권을 싹쓸이하고 있다. 방탄소년단 채널(10위) 보다도 순위가 훨씬 높다는 점에서 눈길을 모은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젊고 트렌디한 삶을 살고 싶어하는 욕구가 강한 중장년층이 1020세대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팬덤 문화를 고스란히 흡수하는 분위기”라며 “중장년 팬덤의 경우 경제력과 사회적 지위를 어느 정도 갖추고 있는 경우가 많아 활동의 파급력이 젊은층 위주인 팬덤보다 훨씬 더 폭발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상대적으로 시간적 여유가 많고 과거의 중장년층과 달리 온라인 문화에도 친숙해 유튜브와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콘텐츠를 소비하고 활용하는 강력한 주체로도 떠오르고 있다”고 짚었다.

중장년 팬덤의 이와 같은 움직임은 원하는 것을 하기 위해 돈과 시간을 아끼지 않아 새로운 소비층으로 부각되고 있는 5060세대를 일컫는 ‘오팔’(OPAL, Old People with Active Life) 세대의 특징과도 맞닿아있다. 실제로 최근 중장년층이 엔터테인먼트 시장에서 끼치고 있는 영향력은 상당하다. 최고 시청률 35.7%를 찍으며 신예 트롯 스타들을 대거 탄생시킨 ‘미스터트롯’ 역시 중장년층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 성공하면서 2020년 최고의 히트 콘텐츠로 거듭났다.

김호중(사진=생각을보여주는엔터테인먼트)
중장년 팬덤은 지지하는 스타가 각종 논란에 휩싸여도 흔들림이 없는 지지를 보낼 정도로 충성도가 높은 것도 특징이다. 1020 팬덤이 갈수록 합리적인 소비를 추구하며 가수와 기획사가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도록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반면 중장년 팬덤은 ‘무조건적인 사랑’ 형태로 지지하는 스타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

김호중의 경우 전 매니저와 금전 시비, 전 여자친구 폭행 의혹 등 각종 논란에 휩싸였지만 굳건한 팬들의 든든한 응원 속에 왕성한 활동을 이어나갔다. 논란 와중에 발간된 자서전 ‘트바로티 김호중’은 베스트셀러에 등극했고, 첫 번째 정규앨범 ‘우리家’의 선주문량은 톱아이돌 가수들의 앨범 판매량 수치에 버금가는 42만장을 돌파했다. 인터파크에 따르면 ‘트바로티 김호중’ 구매자의 약 60%가 40대 이상이었다. 그런가 하면, 김호중의 유튜브 채널 시청층 중 94.3%는 여성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모진 시집살이를 경험했던 세대가 동병상련의 심정으로 논란에 휩싸인 김호중을 감싸안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1020 팬덤의 경우 좋아하는 스타에게 논란이 생기면 비판을 제기하고 ‘탈덕’을 하는 현상도 종종 목격되는데 중장년층 팬덤은 논란을 전혀 의식하지 않는 부분이 있다. 오랜 세월을 겪으면서 여러 풍파를 경험하고 시행착오를 겪어서인지 논란이 생겨도 관대한 시선으로 스타를 바라보며 감싸는 특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제2의 전성기를 꿈꾸는 중장년층은 좌절을 이겨내고 극적인 성장 스토리를 써낸 스타에게 본인의 모습을 투영하며 감정이입을 하기도 한다. 가수 양준일의 경우가 대표적인 예다. 1990년대 초반 짧은 활동을 펼친 뒤 대중의 뇌리에서 잊혀졌다가 중년의 나이가 되어 ‘온라인 탑골공원’을 통해 재소환되며 ‘늦깎이 스타’로 떠오른 양준일의 이야기는 수많은 중장년층을 열광케 했다. 김호중 역시 청소년기의 방황을 끝내고 음악을 통해 반전을 이뤄낸 영화 같은 인생사가 인기에 힘을 보탰다.

최영균 대중문화평론가는 “중장년팬덤의 경우 스타를 키워내 자리를 잡게 만드는 것에 일조하고자 하는 욕구가 1020 팬덤보다 강하다. 일종의 부모의 마음으로 팬 활동을 하는 것”이라면서 “스타로 성장하는 과정을 지켜보며 벽돌을 함께 쌓아올렸다는 동질감이 팬덤의 안전성과 지속성을 높여주기도 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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