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해우소]또 일터에서 쓰러진 청춘…"남일 같지 않다"

'평택항 참변' 원청업체, 故 이선호씨 사망 20일 만에 공식 사과
이씨 사고 당일 작업계획서 미비, 안전감독자도 없었다
중대재해처벌법 개정 움직임 일기도…이탄희 "벌금 최소 1억원"
  • 등록 2021-05-16 오전 12:01:07

    수정 2021-05-16 오전 8:33:57

[이데일리 황효원 기자] 2018년 12월 고(故) 김용균씨는 태안화력발전소 컨베이어 벨트에서 일하다 숨졌다. 지난달 4월에는 경기도 평택항에서 컨테이너 보수 작업을 하던 고(故)선호씨가 23세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두 명 모두 20대 초반 하청업체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로 제대로 된 안전 교육이나 안전 장비, 지침 없이 현장에 투입됐다가 목숨을 잃었다.

김씨의 사망 이후 노동 환경에 대한 논의가 이뤄져 왔지만 여전히 해결되지 못한 구조적 문제는 20대 젊은이들의 목숨을 앗아갔다.

컨테이너 날개 부분이 쓰러지는 현장 CCTV 영상(사진=채널A 화면 캡처)


‘이선호, 산재, 하청’ 해시태그 다는 2030 “남일 같지 않다”

300㎏에 달하는 컨테이너의 날개가 덮치며 외부 압력에 의한 두부 및 늑골 다발성 골절에 의한 뇌기종 및 혈흉으로 사망한 이씨의 사망을 두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애도의 물결이 흐르고 있다.

특히 2030 젊은이들은 SNS를 통해 이씨를 추모하는 한편 ‘남일 같지 않다’며 노동안전을 요구하고 있다.

그들은 자신들의 SNS를 통해 ‘이선호 평택항사고 청년 안전 하청’등의 해시태그를 달며 고 이선호씨를 추모하고 있다. 아울러 산재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제대로 된 진상규명이 이뤄지지 않아 책임소재가 불분명하게 덮이는 경우가 많다며 위험에 노출된 많은 노동자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촉구했다.

지난 10일 이씨의 고등학교 동창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을 통해 “하루 평균 7명, 해마다 2400명 이상이 노동현장에서 산업재해로 사망하고 있다지만 그게 제 친구가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면서 이씨의 죽음에 △무리한 인원 감축 △전반적인 안전관리 미흡 △구조물 노후화 △초동대응 미흡 △정부의 안전관리 감독 부실 등을 꼽았다.

청원인은 “아직도 믿기지 않고 너무 슬프지만 이런 슬픔은 저희가 마지막이었으면 좋겠다. 다시는 같은 일이 생겨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며 “대학등록금을 마련하고자 일하다 목숨을 잃은 이선호 씨의 죽음을 알리며 산재에 대해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청원 이유를 밝혔다.

유족들은 진상규명과 회사 측의 사과를 요구하며 이선호 씨 사망 3주일이 지나도록 장례를 치르지 않고 있다.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으로부터 제공받은 당시 CC(폐쇄회로)TV에 따르면 현장에는 안전장치도, 안전관리자도 없었다. 업체 측은 이씨가 안전모를 쓰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물건을 옮기는 용도 외의 용도로 지게차를 사용 할 경우에는 컨테이너용 특수 운반장치로 날개를 넘어지지 않게 잡아두고 작업을 해야 하지만 원청 업체는 이 장치를 사용하지 않았다.

아울러 중장비가 오가는 위험한 환경에서 꼭 갖춰야 할 작업계획서 조차 존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SBS보도에 따르면 산업안전보건규칙에 따라 지게차를 운행하거나 중량물을 취급할 땐 반드시 작업 계획서를 만들고 이에 따라야 한다. 안전감독자도 없었을 뿐 아니라 위험 작업 전에 실시해야 할 특별안전교육도 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이씨의 아버지는 사고 책임을 떠넘기려는 태도에 “안전모 안 쓰는 사람 들여 보내놓고 사고 났다, 안 썼다. 말이 안되지 않나”라며 “회사에서 할 이야기가 아니라고 본다”고 주장했다.

결국 원청업체인 ‘동방’은 사고 발생 20일 만에 “컨테이너 작업 중 안전관리에 소홀했기 때문에 이번 사고가 발생했다. 어떤 질책도 달게 받겠다”며 공식 사과했다.

“작업 계획서도 없었다”…곳곳 도사린 위험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제정에도 최근 평택항과 현대제철 등 잇따라 산업재해 사망사고가 발생하자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정치권이 일제히 산재 사망사고를 줄일 실질적인 대책 마련 요구에 나섰다. 정부가 준비 중인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에 법 제정 취지가 반영돼야 한다는 것이 골자다.

문 대통령은 13일 오후 경기도 평택에 마련된 이 씨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유족을 위로했다. 문 대통령은 “국가시설 안에서 일어난 사고인데 사전에 안전관리가 부족했을 뿐 아니라 사후조치도 미흡한 점들이 많았다”며 “노동자들이 안전에 대한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약속드렸는데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 씨를 비롯해 잇따라 나오자 산재 사망사고가 일어나자 지난 11일 국무회의에서 문 대통령은 “후진적인 산재사고 때문에 마음이 아프다”며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유관부처와 TF를 구성해 강력한 대책을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문재인 정부는 국정과제 중 하나로 산재사고 절반 줄이기를 표명했지만 실제 성과는 미미한 수준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강은미 정의당 의원이 발표한 4월 중대재해 분석 결과에 따르면 66건의 재해가 발생해 사망자 64명, 부상 21명이 발생했다.

사망자 64명 중 25명이 하청노동자, 사망자 중 7명은 이주노동자다. 이 중 건설업이 34곳(52%)로 절반을 넘었고, 제조업 19곳(29%) 순이었고 떨어짐 24건(36%), 끼임 17건(26%) 순이었다.

정치권 움직임도 분주하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롯 지도부는 지난 12일 평택항에서 현장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고현장을 직접 찾아 재발방지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 이탄희 의원은 13일 산업재해 책임자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을 막기 위한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지난 1월 법이 제정되고 처음 나온 개정안으로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법인과 경영책임자에게 최소 1억원 이상의 벌금을 부과하도록 했다. 현행법은 ‘10억원 혹은 50억원 이하’라는 상한선만 규정하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도 평택항을 찾아 사고현장을 직접 점검하고 이를 바탕으로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내년 시행될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을 입법 취지에 맞게 제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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