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한국야구 다시 보기 7] 김병현이 서재응 같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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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08-02-12 오전 9:45:31

    수정 2008-02-12 오전 9:55:17

[로스앤젤레스=이데일리 SPN 한들 통신원] 포스트시즌이 한창이던 2006년 10월. 탬파베이의 서재응은 일찌감치 다음 시즌 연봉 계약을 했습니다. 참 잘했습니다. 35만 달러에서 무려 네 배 가까이 오른 120만 달러였습니다. 본인도 생각지 못한 대박이었습니다. 단숨에 팀내 4위로 껑충 뛰어오른 액수였습니다. 당시 탬파베이가 3542만 달러로 메이저리그 30개팀 중 플로리다(1434만 달러)에 이어 두 번째로 가난한 구단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놀라운 점프였습니다.

다른 미국 선수들과 비교해도 A급 대우로 손색이 없었습니다. 2003년부터 풀타임으로 나선 서재응은 그때까지 107경기서 92경기에 선발 등판해 25승36패 방어율 4.27을 기록 중이었습니다. 오클랜드의 우완 리치 하든이 경력이 아주 비슷했는데 2003년 데뷔해서 2005년까지 68경기서 26승16패 3.60을 기록한 뒤 2006년 125만 달러를 받았습니다. 물론 하든은 연봉 조정신청 자격을 갖지 않고도 서재응 보다 1년 먼저 백만장자가 됐습니다.

하지만 성적에 따른 연봉 증가세만 본다면 서재응이 오히려 차세대 영건 에이스로 촉망받던 하든을 앞질렀습니다. 하든은 2004년과 2005년 2년 연속 두자리 승수를 올린 반면 서재응은 한번도 10승을 올리지 못하고 2006년도 3승12패 5.33의 초라한 성적을 낸 다음이었습니다.

서재응의 대박은 오클랜드엔 저비용 고효율의 '머니 볼' 단장 빌리 빈이 버티고 있고 탬파베이에는 그만 못한 단장이 있기 때문이었을까요?

10여년 전 '남자는 여자하기 나름'이라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었습니다. 최진실이 삼성전자의 냉장고 광고에 나와 깜찍한 표정으로 읊은 카피였습니다. 맞벌이 부부생활에서 아내의 처세학을 콕 찌른 이 말은 많은 여인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매출 증가는 물론 최진실이 '찌라시' 광고 모델에서 신데렐라로 탄생하는 출세의 구름판이 됐습니다.

서재응은 뉴욕 메츠 때부터 '나이스 가이'로 불리웠습니다. 매스컴에 까다롭지않게 군 게 가장 큰 이유였습니다. 하지만 별명을 붙여준 한국 특파원들에 따르면 팀에서도 그런 평판을 충분히 듣고도 남을만 했답니다. 호투하고도 타선이 안터져 억울하게 진 날도 결코 남 탓을 하지 않고 꾀병은 커녕 몸이 좀 안좋더라도 팀이 필요로 하면 언제든 등판을 했습니다. 릭 피터슨 투수코치와 불협화음이 조금 있었지만 현장은 물론 구단 관계자들에게 늘 웃는 낯이었다고 합니다.

가세가 기운 탬파베이에 와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 해 6월28일 다저스서 트레이드되자마자 바로 불펜으로 등판하고 이틀 후부터 선발로 나섰습니다. 16차례 등판에서 절반인 8번의 퀄리티스타트를 하고도 고작 1승밖에 못올렸지만 찌푸린 적이 없었습니다. 투수 코치의 무리한 투구폼 변경으로 부상자 명단에 오르기도 했지만 불평하지 않고 착실히 재활해 예정대로 복귀했습니다.

경기 중 교체하러 올라온 감독에게 두 손을 모아 더 던지게 해달라고 밉지않게 간청하는 터프한(?) 근성도 보여줬습니다. 그래서 조 메이든 감독은 "항상 신뢰가 가는 선수"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메이저리그를 포함한 미국 스포츠에서 멘탈의 태엽이 풀려버린 선수들의 모습은 매일 빠짐없이 지면을 장식하는 그들의 이기적인 행태에서 비롯된 각종 사건.사고-약물은 양반이고 마약 성폭행 음주운전 등-로 적나라하게 드러납니다. 마치 60~70년대 한국에서 빈번했던 연탄가스 중독 사망 기사를 보듯합니다. 그렇기에 한국에선 최고 연봉 선수로서 당연하고도 남았을 박찬호의 수술 후 복귀(2006년 샌디에이고 시절)가 이 곳 사람들의 눈을 휘둥그레지게 했던 것입니다.

지난해 탬파베이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한국으로 컴백했지만 지금 서재응의 모습이 눈에 선한 까닭은 왜일까요? 바로 스프링캠프를 1주일도 채 남겨놓지 않았는데 아직까지도 새 둥지를 찾지 못하고 떠다니고 있는 후배 김병현 때문입니다.

김병현은 데뷔 한 애리조나서부터 보스턴-콜로라도-플로리다에 이어 다시 애리조나, 또다시 플로리다로 옮기는 동안 대부분의 팀에서 좌충우돌(심지어 팬들과도) 했던 게 사실입니다. 거기에는 본인의 주장대로 굴러온 돌에 대한 차별, 인종과 국적, 언어의 장벽 등이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김병현 스스로 마찰의 씨앗을 뿌린 것 또한 부인할 수 없습니다. 메이저리그도 한 집 건너면 귀동냥이 가능하고 소문도 물먹은 휴지처럼 쉽게 번지는, 참새들이 살고 쑥덕공론의 방앗간도 있는 동네입니다. 성적도 성적이고 선발이냐 불펜이냐의 문제도 있지만 쉽게 뿌리내리지 못하고 부평초 같은 그의 캐릭터가 어쩌면 자유계약선수인데도 지금 계약 소식이 함흥차사인 이유인지도 모릅니다.

다른 나라 다른 인종 선수들이 갖지못한 치열한 멘탈리즘과 곰살맞은 처세는 기량 다음으로 한국 선수들의 성공을 담보할 수 있는 확실한 '자기 마케팅'입니다. 지금까지 김병현은 자기 마케팅에서 실패해 정을 맞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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