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파한다, 고로 존재한다’ 송판과 싸우는 태권고수들

뜨거웠던 ‘격파왕대회’ 예선 현장
  • 등록 2010-08-19 오전 7:46:57

    수정 2010-08-19 오전 7:46:57

[경향닷컴 제공] 희끗희끗 긴 머리에 구레나룻, 해어진 도복을 갖춰 입은 모양새가 영락없는 ‘무림(武林)의 고수’다.

신중하게 심호흡을 마친 ‘고수’가 온몸의 기를 한 곳에 모아 벼락같은 기합소리를 내자 무쇠처럼 단단한 주먹이 격파용 블록 속으로 빨려들어갔다. 숨을 죽이며 지켜보던 이들은 수북이 쌓아놓은 기와 두께의 평평한 블록이 완파되자 탄성과 박수를 함께 쏟아냈다.

18일 서울 오륜동 한체대 핸드볼 경기장에서 벌어진 격파왕 대회 풍경이다. 대한태권도협회(KTA)가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개최한 이날 2010 태권도 격파왕 대회 예선에는 전국에서 209명의 ‘주먹’들이 몰려들어 대성황을 이뤘다.

주먹이나 발을 이용해 격파용 블록과 송판(이상 두께 2㎝)을 깨뜨리는 ‘위력격파’에 107명, 공중으로 뛰어올라 송판을 날리는 ‘기술격파’에 102명이 지원해 그동안 갈고 닦은 기량을 겨뤘다.

오랜시간 수련이 필요하다는 위력격파에는 대부분 태권도 체육관을 운영하는 관장급의 고수들이 지원했고, 기술격파에는 내로라하는 시범단원과 태권도학과 대학생들이 총출동했다.

대회를 진행한 이춘우 국가대표 격파 시범단장(50·육군사관학교 태권도 강사)은 “격파 대회라고 하면 멋있는 격파장면을 보여주기 위한 이벤트 정도로 생각하기 쉽지만 품새와 겨루기에서 찾아보기 힘든 태권도의 반쪽을 찾는 의미있는 대회”라고 말했다. 품새와 겨루기가 태권도의 경기적 측면을 상징한다면, 격파는 태권도가 갖고 있는 무술적인 측면을 강조하기 위한 것. 이 단장은 “수련의 깊이를 알아보기 위해 사람을 때릴 수는 없지 않으냐”면서 “선수 대부분이 ‘격파왕’이라는 타이틀에 큰 자부심을 갖고 도전한다”고 말했다.

출전자 가운데 최고령자인 최종원씨(55·주한미군 태권도 교관)의 도전에 가장 많은 눈길이 쏠렸다. 지난해 주먹으로 블록 12장(1위)을 격파했지만 발차기 격파에서 고배를 마셨던 최씨는 올해도 1차 관문에서 주먹으로 11장을 조각냈지만, 발차기인 2차 관문에서는 한 장도 뚫지 못했다. 최 교관은 “땀이 많이 나서 가운데를 정확히 맞히지 못한 것이 아쉽다”면서 “격파는 내게 신앙과도 같은데 내년엔 후배들에게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겠다”며 환하게 웃었다.

경원대 태권도학과 한다일씨(23)도 주먹으로는 13장을 격파해 1위에 올랐지만, 발차기에서 3장밖에 뚫지 못해 본선 출전권을 따지 못했다.

“관장의 실력을 보여주기 위해 수련을 많이 했다”며 호기롭게 나선 여환적씨(49·부천 챔피온체육관 관장)도 주먹으로 10장을 격파했지만 발차기에서 고배를 마셨다.

여 관장은 “격파 동호회인 천무회 회원들과 격파용 블록을 제조하는 고궐사라는 사찰까지 찾아가 연습을 많이 하고 왔는데, 발차기는 타이밍을 맞추기 쉽지 않았다”고 아쉬워했다.

쟁쟁한 선배들을 제치고 3위로 본선에 오른 문상철씨(31·제주 비호태권도장 사범, 맥태권도 시범단)는 손날격파로 13장(1위)을 완파하고 발차기에서는 욕심부리지 않고 7장을 신청해 성공했다. 그는 “본선에서는 종목이 많아지는 만큼 회원들과 충분히 수련해 격파왕에 오르겠다”고 욕심을 드러냈다.

점프력과 현란한 기술이 요구되는 기술격파에는 박동영 국가대표 시범단 코치(35·전주대 강사)가 지난해에 이어 최고령으로 출전, 후배들에게 박수갈채를 받았다. 4위로 본선에 오른 강동권씨(26·TIA태권도선교단)가 공중에서 540도 회전하며 신기에 가까운 발차기 격파를 선보일 때는 참가선수들조차 신기한 듯 카메라를 들이댔다.

이춘우 단장은 “주먹격파라고 하면 주먹힘으로 하는 것 같지만 실제는 허리힘이 제일 중요하고 어깨힘과 스피드가 조화를 이뤄야 한다”면서 “발차기는 포인트를 잘 맞히면 완파되지만 그렇지 않으면 한 장도 깨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태권도 고수들의 큰 꿈 가운데 하나인 올해 격파왕은 다음달 4, 5일 구미에서 열리는 제6회 코리아오픈국제태권도대회 기간에 가려진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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