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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SPN 정철우 기자] 이데일리 SPN은 한국 야구대표팀의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기원하며 대회 기간 동안 '박경완이 뽑은 데일리 MVP'를 연재합니다. 대표팀 맏형이자 포수로서 바라 본 한국 야구 대표팀의 경기. 박경완이 마스크 너머로 지켜보며 선정한 수훈 선수를 통해 야구가 가진 또 다른 매력을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홍콩팀과 야구를 해 본 것은 어제(14일)이 처음이었다. 수준이 어떨지 궁금했는데... 우리나라 중학교나 고등학교 저학년 정도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팀에서 제일 잘한 선수라면 물론 (임)태훈이다. 상대 전력이 약하면 편하기는 한데 집중력을 유지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태훈이는 흔들림 없이 자기 공을 던져주면서 제 몫을 다해줬다. 어린 선수인데 참 좋은 점을 많이 가졌다는 걸 또 한번 느꼈다.
하지만 내게 어제 경기의 MVP를 꼽으라면 '홍콩팀 선수 전원'이라고 답하고 싶다. 어찌보면 좀 우스꽝스럽기도 했지만 나의 초심이 다시 떠오를 만큼 순수하고 열정적이었기 때문이다.
홍콩과는 첫 경기였기 때문에 경기 전부터 궁금한게 많았다. 어떻게 훈련하는지 어떤 준비를 하는지 유심히 살펴봤다.
꼭 우리 중학교 때 모습을 보는 듯 했다. 누가 가르쳐 줬는지는 몰라도 러닝도 열 맞춰서 뛰고 몸 풀기 체조도 주장이 앞에 나와 시켰다.
워낙 상대해 보지 못했던 공이었던 탓에 우리 타자들이 고생을 좀 했다. 특히 방망이가 많이 부러졌다. 천하의 이대호가 그런 공에 배트가 다 부러졌으니 말 다했다. (이)종욱이는 2개나 부러졌다며 울상이었다.
흔히 배트가 부러지는 건 상대 투수의 공이 너무 위력적이기 때문인데 홍콩전서는 죄다 손잡이 가깝게 맞으며 부러진 것이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3회였다. 1루에 대호가 있었고 타석엔 (김)현수가 들어섰다. 현수가 꽤 빠른 타구를 날렸는데 그만 홍콩 두번째 투수(리원싱)의 다리에 맞았다.
아웃이 되기는 했지만 정말 세게 맞았기 때문에 처음엔 다리가 부러진 줄 알았다. 홍콩팀엔 트레이너도 없어 심판이 마운드로 다가가 (아이스)스프레이를 뿌려줘야 했다.
흥미로웠던 건 다음 장면이다. 쓰러져 있던 투수가 일어서려 할때 쯤 모여 있던 야수들이 하이 파이브를 나누기 시작했다.
현수가 얼마나 좋은 타자인지 알아서 였던건지 아니면 한국이 강팀이니까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떻게든 아웃 카운트 하나를 잡아냈다는 것이 그들에겐 큰 기쁨이었던 모양이다.
더 놀라운 건 다음 장면이었다. 쓰러져 있던 투수까지 금세 일어나 기쁜 얼굴로 야수들과 하이파이브를 했다. 바로 방금 전까지 아파서 죽으려고 하더니...
우리도 중학교땐 그랬다. 다치는 건 두렵지 않았다. 친구들하고 같이 힘 모아서 이기기만 하면 됐다. 그저 그렇게 야구 자체가 참 좋았다.
홍콩 선수들이 끝까지 지금 마음 잃지 않고 야구 선수로 더 성장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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