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다 좋을 수 없는' 김승혁의 2014년.."여자친구가 복덩이네요"

  • 등록 2014-11-11 오전 8:27:51

    수정 2014-11-11 오전 8:27:51

올해 국내 2승, 일본 1승을 거둔 김승혁은 9일 끝난 코리안투어 시즌 최종전 신한동해오픈에서 공동 4위로 선전, 상금왕과 대상을 확정했다. (사진=신한금융그룹)
[이데일리 김인오 기자] 김승혁(28)이 사라졌다. 이미 너무 먼 길을 가버려서 되돌아올 수도 없었다.

지난 9일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신한동해오픈이 열린 잭니클라우스 골프클럽. 배상문(28·캘러웨이)의 대회 2연패로 막을 내렸다. 하지만 코리안투어의 주인공은 배상문이 아닌 김승혁이었다. 그는 올해 2승을 거두며 상금왕과 대상을 거머쥐었다. 그런데 대회장을 너무 일찍 떠났다. 프레스 룸에는 한바탕 소동이 일었고, 김승혁과의 만남을 준비하던 기자들은 아쉬움에 모두 입맛을 다셨다.

10일 어렵게 전화 통화를 할 수 있었다. 인터뷰 요청이 쏟아지고 있지만 잠시 미뤄야 한다고 했다. 김승혁은 오후 4시 일본 하네다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짐을 싸고 있었다. 일본프로골프투어(JGTO)는 아직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18번홀 버디에 깜놀..대상은 생각도 못해”

신한동해오픈 마지막 18번홀에서의 극적인 버디로 대상을 확정했다. 17번홀까지 공동 7위였던 김승혁은 마지막 홀에서 긴 거리 버디 퍼트를 홀에 떨구며 순위를 4위까지 끌어 올렸다. 대상 확정 커트 라인인 5위 이내에 진입한 것이다.

대상 확정 순간의 감동을 물었다. 하지만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김승혁은 “10m 넘는 거리의 버디 퍼트가 거짓말처럼 들어갔다. 대상은 생각도 못했다. 단지 갤러리 앞에서 ‘내가 김승혁이다’라고 자랑하고 싶어서 과도하게 세리머니를 했다”며 “이후 (배)상문이에게 축하 인사를 건네고 곧바로 대회장을 떠났다. 집에 거의 도착할 즈음 기사를 보고 대상 수상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상금왕과 대상 동반 석권은 2009년 배상문 이후 5년 만이다.

프로 전향 10년 만의 쾌거다. 국가대표 출신인 김승혁은 2004년 프로에 입문했고, 2005년부터 코리안투어에 합류했다. 이후 오랜 기간 우승은커녕 관심도 받지 못한 ‘무명’에 불과했다. 대망의 첫 우승은 지난 5월 SK텔레콤 오픈에서 일궈냈다. 지난 10월 일본프로골프투어(JGTO) 도카이 클래식도 제패했다. 상승세를 탄 김승혁은 내셔널 타이틀 대회인 한국오픈까지 정상에 오르면서 3승을 한꺼번에 챙겼다.

첫 우승을 했지만 그때까지도 언론의 관심은 다른 곳에 쏠려 있었다. 바로 ‘무명 선수와 스타 골퍼의 사랑’이었다. 기다리던 우승을 했는데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뛰고 있는 양수진(23·파리게이츠)과의 교제가 더 화제가 됐다.

“여자친구가 복덩이”

김승혁과 양수진은 올해 초 태국 전지 훈련에서 처음 만났다. 같은 길을 걷고 있는 터라 공감대가 많았고, 자연스럽게 교제를 시작했다.

“(양)수진이가 복덩이네요”라며 말문을 연 김승혁은 “수진이는 KLPGA 투어를 대표하는 선수다. 그에 비해 나는 우승도 없는 하찮은 프로골퍼였다. 남자로서 체면을 세우고 싶었다. 좋은 모습 보여주려고 더 많이 노력했고, 부끄럽지 않은 결과물을 만들어냈다”며 밝게 웃었다.

골프 선수 커플답게 데이트 장소는 대부분 연습장이다. 각자 스윙 코치가 따로 있지만 ‘사랑’이 가미된 레슨은 좀 더 특별했다. 김승혁 “서로의 스윙을 동영상으로 찍은 후 잘못된 점을 지적해준다. 나는 스윙 매커니즘을, 수진이는 여자답게 세심한 부분을 잘 잡아낸다. 둘 다 현역 선수 신분이라 이보다 나은 데이트가 있을까 싶다”며 애정을 과시했다. 둘은 올해도 전지 훈련 동반 계획을 세웠다. 역시 장소는 태국이다.

“최종 목적지는 PGA 투어”

메인스폰서에 대한 기대감도 감추지 않았다. 대부분의 무명 선수가 그렇듯 김승혁도 2012년부터 올해까지 3년 동안 후원사를 만나지 못했다. 그는 “솔직히 일본을 병행하면서 경비가 너무 많이 든다. 다행히 올해는 우승 상금으로 충당할 수 있었지만 불안감은 여전하다. 안정적인 투어 생활을 위해서 좋은 스폰서를 만났으면 좋겠다. 든든한 백그라운드가 있다는 것 자체로 자신감은 높아진다”고 밝혔다.

김승혁의 최종 목적지는 PGA 투어다. 내년에도 한국과 일본을 병행할 계획이지만 어느 정도 경험이 쌓이면 미국 무대에 도전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신한동해오픈에서 배상문과 동반 라운드를 한 김승혁은 “PGA 멤버답게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 멘탈 부분만 보완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확신한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코리안투어 2014시즌은 신한동해오픈을 끝으로 마무리됐다. 하지만 김승혁의 ‘진짜 시즌’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그는 “모든 것이 잘 풀린 해라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기쁘다. 하지만 ‘범띠 사나이’의 도전은 이제부터다. 이름 석 자를 꼭 기억해달라”며 의지를 다졌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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