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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선우(25)의 2018년은 뜨거웠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2승을 거머쥐며 상금랭킹 2위(8억8403만8947원)로 시즌을 마감했다. 2013년 데뷔 이후 최고의 성적을 거둔 배선우는 시즌 최종전이 열린 경기도 여주시 페럼 골프클럽에서 올 한해를 돌아봤다.
▲“나만의 골프 완성해 나가는 한 해”
상금왕 경쟁을 놓고 9일 시작된 시즌 마지막 대회 ADT캡스 챔피언십 첫날 그는 공동 13위로 만족스럽지 못한 성적을 거뒀다. 그럼에도 표정은 밝았다. 1라운드를 마친 배선우는 “작년에 우승이 없어서 ‘올해는 1승이라도 하자’라는 목표를 안고 시즌을 시작했는데 벌써 2승을 했다”며 “올 초 성적이 나지 않아 힘들었었는데, 8월 하이원리조트오픈에서 시즌 첫 우승을 거둔 이후 전환점이 됐고, 그 뒤 꾸준한 성적을 거둔 것이 중반 이후 좋은 흐름을 이어올 수 있었던 힘이 됐다”고 시즌을 돌아봤다.
무엇보다 이번 시즌 성적에 만족해하는 건 배선우가 생각했던 자신만의 골프를 조금씩 완성해가고 있다는 점이다. 배선우는 “늘 목표로 했던 건 꾸준함이다”면서 “올해는 목표했던 나만의 골프를 만들어간 해가 됐다”고 자평했다. 배선우는 올해 25개 대회에 출전해 2승 포함 12개 대회에서 톱10 이상의 성적을 거두는 꾸준한 성적으로 시즌을 마감했다.
시즌 중 좋지 않았던 흐름을 바꾸고 좋은 흐름이 이어질 때 계속해서 상승세를 이어간 건 가장 만족할 점이다. 배선우는 시즌 초반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다. 그러다 6월 말 이후 분위기를 바꿔놨다. 6월 셋째 주 끝난 BC카드 한경 레이디스컵이 시발점이었다. 이 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뒤 분위기가 달라졌다. 이후 7월 아시아나항공오픈 3위, 상반기 마지막 대회로 열린 MY문영 퀸즈파크 챔피언십에서 다시 준우승했다. 그리고 짧은 휴식 후 하반기 처음 출전한 보그너 MBN여자오픈에서 5위를 차지한 뒤 이어진 하이원리조트여자오픈에서 짜릿한 역전으로 시즌 첫 우승에 성공했다. 배선우는 “우승은 어느 순간 한 번에 찾아오는 게 아니다”면서 “조금씩 감을 찾고 준비가 돼 있을 때 우승도 온다”고 말했다. 탄력을 받은 배선우는 한화클래식과 KG·이데일리 레이디스 오픈 with KFC에서 연속 준우승을 차지했고, 10월 메이저 대회인 하이트진로 챔피언십 우승으로 상승세를 이어갔다.
배선우가 많은 우승보다 꾸준함을 목표로 내세운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그도 신인시절 ‘눈물 젖은 빵’을 먹어봤기 때문이다. 배선우는 2013년 데뷔해 첫해 상금랭킹 54위에 그쳐 시드전으로 밀려나는 쓰라린 경험을 했다. 조건부 시드를 받고 시작한 투어 활동이었기에 늘 불안했고 조급했다. 그때의 경험은 지금의 배선우에겐 큰 자산이 됐다. 배선우는 “당시 경기를 하면서도 김혜윤, 이정민처럼 좋은 성적을 내는 선수들을 보면서 나는 무엇이 부족하고 무엇을 보완해야 하는지 배워갔다”며 “처음 프로에 왔을 때는 보기를 하고 나서 ‘버디를 하면 되지’라고 생각했지만, 같이 경기하는 선수들을 보면서 파 퍼트를 버디 퍼트보다 더 간절하게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그게 스코어를 관리하는 비법이었고, 이후 그렇게 경기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노력에 경험까지 쌓은 배선우는 6년 전과 비교하면 훨씬 단단해졌다. 그는 “신인 시절 70점짜리 선수에 불과했다면 지금은 그보다 훨씬 높은 점수를 줄만 하다”면서 “아직 부족한 점이 있지만, 조금씩 성숙해져 가고 있고 기회가 왔을 때 확실하게 잡을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숙제도 되짚었다.
배선우는 요즘 멘탈 공부에도 푹 빠져 있다. 오랫동안 투어 활동을 하고 싶어 하는 그는 롱런의 비결로 체력만큼 중요한 게 멘탈임을 강조했다. 배선우는 “지난 10월 강수연 선수와 함께 경기하면서 그 때도 ‘저렇게 해야지’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면서 “빨리 은퇴하는 선수들을 보니 체력적인 문제보다 성적에 대한 스트레스로 인해 멘탈이 지친 경우를 많이 봤다. 골프에서 멘탈은 그만큼 중요하다”고 말했다.
▲초콜릿 우승 상품 보고 무작정 일본 진출 꿈꿔
시즌 최종전을 끝낸 배선우는 12일 일본으로 떠났다. 20일부터 일본 시즈오카에서 열린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 퀄리파잉 토너먼트 3차전에 출전해 내년 해외 진출을 노리고 있다. 배선우는 오래전부터 JLPGA 투어에서 활동하고 싶은 꿈을 꿔왔다. 여기엔 사연도 있다.
배선우는 “주니어 시절 초콜릿을 상당히 좋아했는데 어느 날 일본에서 초콜릿 회사가 주최하는 대회에서 전미정 선수가 우승하는 모습을 보게 됐고, 그 때 우승 상품으로 1년 동안 먹을 수 있는 초콜릿을 주는 걸 보고 무작정 JLPGA 투어에서 뛰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웃고는 “꼭 그런 이유 때문은 아니지만, 더 늦기 전에 새로운 무대에 도전해 보고싶다”고 말했다.
KLPGA 투어 상금랭킹 2위의 실력이라면 3차전은 물론 최종 4차전까지 무난한 통과가 기대된다. 그러나 배선우는 조심스러워했다. 그는 “시드전에 대한 좋은 기억이 많지 않다. 떨어져 본 경험도 있고 해서 조용히 다녀오려고 했는데…”라며 “너무 간절하다 보니 오히려 더 조심스럽다”고 배선우답지 않게 긴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