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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개국 자막·13개국 더빙…차별화된 ‘1cm’의 장벽
넷플릭스는 지난해 ‘킹덤’ 시즌1 당시 27개국 자막과 12개국 더빙 서비스를 제공했다. 시즌2에서는 영어, 중국어, 일본어, 스페인어는 물론 포르투갈어, 터키어, 폴란드어, 헝가리어 등을 포함한 29개국 자막에 더빙은 13개국 서비스로 확대 지원했다.
‘킹덤’ 시즌1과 시즌2 1화의 연출을 맡은 김성훈 감독은 시즌2가 공개되기 전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자막 및 더빙에 관한 질문에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 시상식 수상소감을 패러디하며 “어떤 훌륭하신 분이 자막에 대해 ‘1인치의 장벽’이라고 말씀하셨는데 저희는 그 장벽을 ‘1센치’로 낮췄다. 자막이 부담되는 분은 더빙 버전으로 보시면 된다”며 “한복을 입은 낯선 인물들에, 낯선 언어에 목소리(더빙)까지 입히면 어색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결과를 보니 너무 만족스러웠다”고 찬사를 보냈다.
해당 더빙 영상을 본 국내 시청자들은 댓글로 “더빙이 단순히 배우의 입모양과 싱크를 맞는 수준을 넘어 실제 배우들의 연기톤과 목소리까지 고려한 것 같다”, “중국어, 영어 버전 더빙은 실제 배우 목소리와 거의 똑같다”, “더빙 성우들 모두가 단순 성우가 아닌 연기파 배우인 것 같다. 정말 연기를 잘한다” 등 호평을 보냈다. ‘킹덤’ 주연 배우들 역시 해당 영상을 보고 만족스러운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소재 대학 한국어 대학원에 재학 중인 호주인 유학생 애린(Erin·25)씨는 “‘킹덤’에 자주 등장하는 ‘세자 전하를 뵈옵니다’(We Greet Your Highness) 등 대사는 사실 ‘나’, ‘개인’이 중심이 되며 수동 표현을 쓰지 않는 서구권 정서와 맞지 않은 익숙지 않은 말이라 번역이 쉽지 않다. 그런데 이를 ‘세자 저하 만세’(Long Live Our Prince) 등 익숙한 정서로 센스있게 의역해 자막으로 전달한 것을 보고 대단하다고 생각했다”며 “‘어영대장’이란 서양에 없는 직책도 ‘왕실 수비대장’(Head of Royal Command)이란 익숙한 단어로 전달해 한국어와 한국의 역사, 문화를 공부하는 입장에서 훨씬 이해하기 쉬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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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란 낯선 시대적 배경을 다루는 만큼 질 높은 자막과 더빙이 탄생하기까지 적지 않은 노고가 들어갔다.
넷플릭스 관계자는 “콘텐츠별로 제공하는 회차와 자막, 더빙 국가 수에 따라 다르지만 ‘킹덤2’는 더빙에만 4개월이 소요됐다. 이는 평균보다 오래 걸린 편”이라며 “더빙 성우와는 녹음, 믹싱을 비롯해 대사 전달로 어떻게 인물을 표현할지까지 함께 논의하고 연구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넷플릭스는 지난해 비영어 콘텐츠의 성공적인 현지화를 지원할 목적으로 영어 더빙 크리에이티브 매니저란 직제를 신설했다. 한국, 중국, 노르웨이 등 넷플릭스가 지원하는 30개국 언어권 출신의 각 ‘랭기지 매니저’(Language Manager)가 더빙 성우가 실제 작품의 창작의도와 문화적 정서를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연기를 할 수 있게끔 캐릭터 연구에 도움을 주고 있다.
한편 넷플릭스는 ‘킹덤’의 인기를 확인한 뒤 한국 콘텐츠의 현지화를 위해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개봉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좋아하면 울리는’ 시리즈와 올 상반기 개봉한 ‘나 홀로 그대’를 비롯해 ‘사랑의 불시착’, ‘배가본드’ 등 다른 인기 드라마들도 각국의 자막과 더빙으로 제공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