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화 자막·더빙 배우 명연기…'킹덤2' 신드롬 낳은 '1cm' 장벽

"어영대장은 왕실 수비대장으로"…센스있는 자막
전세계 더빙 영상 화제…"실제 배우 연기와 비슷"
"자막·더빙 작업 4개월 이상…언어장벽 깨길 원해"
  • 등록 2020-04-02 오전 7:10:36

    수정 2020-04-02 오전 7:10:36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의 완성도와 재미가 국내 시청자를 넘어 전 세계 대중에 닿기까지 활약한 숨은 공신이 있다. 생소한 한국이란 국가와 조선시대란 낯선 시공간적 배경을 현지 사정에 맞게 맛깔나게 번역한 29개국(한국제외) 자막과 배우들의 목소리, 입모양까지 실감나게 재현한 13개국(한국제외) 더빙 성우들이 그 주인공이다.

(사진=‘킹덤2’ 포스터)
넷플릭스의 자막 및 더빙 서비스는 여타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OTT)가 통상 영어와 중국어 외에 일본어, 프랑스어 등 기타 언어 자막을 한 두개 정도 추가 제공하는 것과 대조적으로 규모와 질적인 면에서 압도적이다. 자막의 경우 제공되는 언어의 수가 훨씬 많은 것은 물론 대사 하나를 전달할 때도 시청국가가 지닌 문화권과 정서를 고려해 현지화하고 의역하는 과정을 거쳐 탄생한다. 더빙도 오디션 등을 거쳐 발탁된 성우가 현지 문화권 매니저들과 캐릭터를 연구한 뒤 최대한 실제 배우와 비슷한 목소리와 입모양을 구현하려 노력해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질 높은 콘텐츠를 성역 없이 제공하겠다는 넷플릭스의 현지화 슬로건이 ‘킹덤’이란 작품과 만나 제대로 시너지를 냈다는 분석이다.

29개국 자막·13개국 더빙…차별화된 ‘1cm’의 장벽

넷플릭스는 지난해 ‘킹덤’ 시즌1 당시 27개국 자막과 12개국 더빙 서비스를 제공했다. 시즌2에서는 영어, 중국어, 일본어, 스페인어는 물론 포르투갈어, 터키어, 폴란드어, 헝가리어 등을 포함한 29개국 자막에 더빙은 13개국 서비스로 확대 지원했다.

‘킹덤’ 시즌1과 시즌2 1화의 연출을 맡은 김성훈 감독은 시즌2가 공개되기 전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자막 및 더빙에 관한 질문에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 시상식 수상소감을 패러디하며 “어떤 훌륭하신 분이 자막에 대해 ‘1인치의 장벽’이라고 말씀하셨는데 저희는 그 장벽을 ‘1센치’로 낮췄다. 자막이 부담되는 분은 더빙 버전으로 보시면 된다”며 “한복을 입은 낯선 인물들에, 낯선 언어에 목소리(더빙)까지 입히면 어색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결과를 보니 너무 만족스러웠다”고 찬사를 보냈다.

실제 시청자들의 반응도 폭발적이다. 넷플릭스코리아는 지난해 2월 ‘킹덤’ 시즌1 개봉 당시 하이라이트 영상을 12개국 더빙으로 구현해낸 스페셜 하이라이트 영상을 유튜브에 공개했다. ‘킹덤 전세계 언어별 더빙 Ver. 스페셜 하이라이트’란 제목의 이 영상은 현재 조회수 64만뷰를 돌파, 시즌 2가 공개된 현재 다시 한번 화제를 모으고 있다.

해당 더빙 영상을 본 국내 시청자들은 댓글로 “더빙이 단순히 배우의 입모양과 싱크를 맞는 수준을 넘어 실제 배우들의 연기톤과 목소리까지 고려한 것 같다”, “중국어, 영어 버전 더빙은 실제 배우 목소리와 거의 똑같다”, “더빙 성우들 모두가 단순 성우가 아닌 연기파 배우인 것 같다. 정말 연기를 잘한다” 등 호평을 보냈다. ‘킹덤’ 주연 배우들 역시 해당 영상을 보고 만족스러운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소재 대학 한국어 대학원에 재학 중인 호주인 유학생 애린(Erin·25)씨는 “‘킹덤’에 자주 등장하는 ‘세자 전하를 뵈옵니다’(We Greet Your Highness) 등 대사는 사실 ‘나’, ‘개인’이 중심이 되며 수동 표현을 쓰지 않는 서구권 정서와 맞지 않은 익숙지 않은 말이라 번역이 쉽지 않다. 그런데 이를 ‘세자 저하 만세’(Long Live Our Prince) 등 익숙한 정서로 센스있게 의역해 자막으로 전달한 것을 보고 대단하다고 생각했다”며 “‘어영대장’이란 서양에 없는 직책도 ‘왕실 수비대장’(Head of Royal Command)이란 익숙한 단어로 전달해 한국어와 한국의 역사, 문화를 공부하는 입장에서 훨씬 이해하기 쉬웠다”고 말했다.

(사진=넷플릭스코리아 유튜브 채널 화면 갈무리)
자막·더빙 완성에만 4개월…“콘텐츠의 언어 장벽 극복”

조선시대란 낯선 시대적 배경을 다루는 만큼 질 높은 자막과 더빙이 탄생하기까지 적지 않은 노고가 들어갔다.

넷플릭스 관계자는 “콘텐츠별로 제공하는 회차와 자막, 더빙 국가 수에 따라 다르지만 ‘킹덤2’는 더빙에만 4개월이 소요됐다. 이는 평균보다 오래 걸린 편”이라며 “더빙 성우와는 녹음, 믹싱을 비롯해 대사 전달로 어떻게 인물을 표현할지까지 함께 논의하고 연구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넷플릭스는 지난해 비영어 콘텐츠의 성공적인 현지화를 지원할 목적으로 영어 더빙 크리에이티브 매니저란 직제를 신설했다. 한국, 중국, 노르웨이 등 넷플릭스가 지원하는 30개국 언어권 출신의 각 ‘랭기지 매니저’(Language Manager)가 더빙 성우가 실제 작품의 창작의도와 문화적 정서를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연기를 할 수 있게끔 캐릭터 연구에 도움을 주고 있다.

넷플릭스 관계자는 “1억 6700만 명 이상의 넷플릭스 유료 구독 회원 중 과반수인 60% 이상이 미국 이외 지역 거주자들이다. 넷플릭스는 모든 이들이 언어와 상관 없이 콘텐츠를 자유롭게 즐기기를 원한다”며 “현재 자막·더빙으로 최대 30개 언어, 1만 시간 이상 분량의 콘텐츠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작품 제작자의 창작의도를 훼손하지 않고 최대한 그대로 전달하는 게 목표인 만큼 앞으로도 이 부분을 보호할 수 있는 여러 전략들을 강구해나갈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한편 넷플릭스는 ‘킹덤’의 인기를 확인한 뒤 한국 콘텐츠의 현지화를 위해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개봉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좋아하면 울리는’ 시리즈와 올 상반기 개봉한 ‘나 홀로 그대’를 비롯해 ‘사랑의 불시착’, ‘배가본드’ 등 다른 인기 드라마들도 각국의 자막과 더빙으로 제공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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