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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의 세계', '하이에나' 열풍…으른 멜로 열광하는 2030

"불륜 희생 대신 복수 화신…능력있는 女 캐릭터 주목"
'하이에나' 애증, 질투 현실적으로 다뤄…'혐관맛집'
"미드·일드 익숙한 2030, 다양한 소재·장르에 개방적"
  • 등록 2020-04-09 오전 6:11:50

    수정 2020-04-09 오전 6:11:50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본능은 남자한테만 있는게 아니야.”

남편 이태오(박해준 분)의 불륜을 알게 된 지선우(김희애 분)는 남편의 친구인 손재혁(김영민 분)이 “바람은 남자의 본능”이라고 말하자 이같이 응수한다. 그리고는 “여자라고 바람피울 줄 몰라서 안 피우는 게 아냐, 다만 부부로서 신의 지키며 사는 게 맞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그러니 너도 이런 짓 그만하라”고 싸늘한 경고를 날린다. 방송 중인 JTBC 금토드라마 ‘부부의 세계’ 4회 속 대사다.

농익은 ‘어른의 연애’를 다룬 멜로물들이 최근 안방극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달달하고 풋풋한 로맨틱 코미디물을 즐기던 2030 젊은 시청자들이 이젠 능력과 재력을 갖춘 40대 전문직 여성이 그려내는 원숙한 로맨스와 격정멜로에 눈길을 돌리는 모양새다. 김희애 주연의 ‘부부의 세계’, 김혜수 주연의 SBS 금토드라마 ‘하이에나’의 인기가 대표적이다. 전문가들은 다양한 해외 콘텐츠를 섭렵한 2030세대의 까다롭고 전문적인 취향을 맞춰나가는 과정에서 국내 드라마 속 표현의 소재와 범위가 다양해지면서 나타난 변화라고 분석했다.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여성상을 선호하는 추세와도 맞물려 능력을 지닌 여성 캐릭터의 비중이 높아진 것도 이 같은 변화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관측된다.

(사진=‘부부의 세계’ 포스터)
◇‘부부의 세계’ 화제…웰메이드 격정멜로에 열광

‘부부의 세계’는 사랑이라고 믿었던 부부의 인연이 배신으로 끊어지면서 복수의 소용돌이에 빠지는 이야기를 다룬 멜로물이다. 영국 BBC의 인기원작드라마 ‘닥터 포스터’의 리메이크작이자 배우 김희애의 4년 만의 안방극장 복귀작으로 방영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김희애는 극 중 성공한 가정의학과 전문의이자 병원 부원장으로 완벽한 삶을 살았지만 남편의 배신으로 행복을 뺏기면서 복수의 칼을 가는 지선우 역을 맡았다.

이 드라마는 현실감 있는 연출을 위해 방영 직전 국내 드라마 사상 최초 6회까지 19금 편성을 결정했다. 이 같은 소식이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유발하면서 첫회 시청률 6.3%(이하 닐슨코리아 전국 유료가구 기준)로 순조로운 출발을 했다. 2회 만에 10%로 두자릿수를 돌파했다. 최근 방송된 4회 시청률은 전국 14%, 수도권가구 기준으로는 15.8%를 기록해 자체 최고치를 경신했다. TV 화제성 분석기관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이 지난 31일 발표한 화제성 지수(23~29일)에서도 이 드라마가 지상파와 종편, 케이블을 포함한 전체 드라마 부문 1위, 드라마 출연자 화제성 지수에서는 김희애가 1위를 차지했다.

시청자들은 불륜, 이혼이라는 흔한 소재를 다뤘지만 여주인공을 불륜의 희생자 대신 복수의 화신으로 내세운 점, 주인공이 똑똑하고 능력 있는, 각종 분야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회적 지위가 있어 다른 남자주인공에 기대지 않고 복수가 가능하다는 점이 이 드라마의 매력이라고 입을 모은다. 시청자 윤소연(27)씨는 “상투적이거나 불편할 수 있는 ‘외도’ 소재이지만 여주인공이 단순 희생자에 그치지 않고 복수를 위해 무언가를 직접 도모한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며 “무엇보다 주인공은 그 복수를 충분히 실천에 옮길 능력과 재력이 있고 심지어 똑똑하기까지 하다”고 말했다. 시청자 권유정(32)씨는 “실제 남편, 남자친구의 외도와 바람을 겪은 주변 사람들이 이 드라마 속 김희애 캐릭터를 보며 공감하고 대리만족을 느끼기도 한다”며 “해외 원작 드라마라 그런지 대사 표현이나 연출들이 상당히 직접적이고 파격적이라 신선하다”고 했다.

(사진=‘하이에나’ 포스터)
◇“단순 로맨스 지겨워”…‘혐관맛집’ 등극 ‘하이에나’

‘하이애나’는 ‘부부의 세계’와는 또 다른 색깔의 ‘어른 연애’를 그려내고 있다. 머릿 속엔 법을, 가슴 속엔 돈을 품은 ‘똥묻겨묻’ 변호사들의 물고 뜯고 찢는 하이에나식 생존기를 그린 드라마다. 김혜수가 연기하는 주인공 정금자는 승리를 위해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지만 최소한의 인간미는 잃지 않은 뒷골목 변호사다. 그에게 배신을 당한 뒤 미련을 버리지 못한 연하남 엘리트 변호사 윤희재(주지훈 분)가 정금자의 손바닥 위에서 쥐락펴락 당하는 모습들이 재미를 선사한다. 이들의 티격태격 케미스트리가 은근하고 섹슈얼한 로맨스 장면들과 적절히 얽혀 시청률과 화제성을 견인했다는 평이다. ‘하이에나’는 첫회 이후 쭉 시청률 10~14%를 유지하며 순항 중이다. 드라마 화제성 역시 5위권 안을 사수 중이며, 출연자 화제성 지수에서 김혜수는 4위, 주지훈은 9위에 랭크됐다.

2030 여성들이 다수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상에서 ‘하이에나’는 ‘혐관 맛집’이라 불린다. ‘혐관’이란 혐오관계의 줄임말로 애증에 가까운 남녀관계를 뜻하는 신조어다. 정금자에게 몇 번이나 배신당해 유치한 방식으로 앙갚음하려다가도 다시 사랑을 갈구하는 윤희재의 모습이 기존 안방극장에서 잘 볼 수 없던 신선한 매력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한 누리꾼은 “남녀의 마음 확인, 헌신이라는 가볍고 단편적인 감정선의 로맨스 하나만으로 정리되는 모습이 아니라 배신과 후회, 증오와 애정 등이 질척하게 섞인 ‘현실 어른 연애’를 보여줘서 더 공감이 간다”고 평가했다.

한 드라마 제작 관계자는 “넷플릭스, 해외드라마에 익숙한 세대로 미드, 일드, 심지어는 남미, 유럽 드라마까지 다양하게 시청 중인 2030 세대가 전문가처럼 다양한 장르를 분석하며 시청하는 경향들이 생긴 것 같다”며 “드라마 자체 퀄리티가 높고 재미가 있다면 다양한 소재 장르에 열려있는 것 같다. 전문가 못지않은 식견을 가졌기에 진부한 소재와 감정선에는 더 이상 흥미를 갖지 못하며, 같은 로맨스라도 복잡한 현실성을 반영한 짙은 멜로에 더 공감을 느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헌식 대중문화 평론가는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여성상이 주목받는 사회적 변화와 맞물려 여성 캐릭터들의 범위가 넓어진 것도 한 몫했다”며 “그러다 보니 기존의 남성 의존적이거나 로맨스를 위한 소도구에서 벗어나 여성이 다양한 영향력, 감정선을 발휘하는 드라마들이 늘어난 것이다. 어느 정도 사회적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다양한 여성들의 이야기, 로맨스들이 더욱 다양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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