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SM 손잡은 네이버, 몸 키워 제작 나선 카카오…엔터 넘보는 IT기업

[IT기업과 손 잡는 엔터, 지형도 바꾼다]①
엔터사 지분 인수→콘텐츠 장악 나선 네이버·카카오
"결국 콘텐츠에 달렸단 깨달음, 스타 활용 중요해져"
3대 기획사 중심 수직 구도에도 변화올 것
  • 등록 2020-08-05 오전 5:30:45

    수정 2020-08-05 오전 10:21:25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IT 기업들이 정상급 스타들을 거느린 엔터 기획사들을 등에 업고 콘텐츠 업계 거대 공룡으로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네이버는 YG엔터테인먼트에 이어 최근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에 1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운영 중인 동영상 플랫폼인 ‘브이 라이브’(V 라이브)의 역량을 키우기 위해서다. 주요 대형 엔터사를 대거 인수해 몸집을 불리고 직접 콘텐츠 제작을 준비해온 카카오 자회사 카카오M은 최근 미디어 데이 행사를 하고 2023년까지 연간 15편의 영화와 드라마를 제작하겠다는 구체적인 목표를 밝혔다. 엔터업계는 자금력은 물론 플랫폼까지 갖춘 이들 IT 기업들의 진입이 기존 고착화 돼있던 엔터 업체 간 경쟁구도를 재편할 정도의 큰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위에서부터)네이버 본사 전경, SM엔터테인먼트가 네이버 ‘V라이브’로 생중계한 온라인 유료 콘서트 ‘비욘드 라이브’ 슈퍼주니어 공연 모습. (사진=네이버, SM엔터테인먼트)


네이버·카카오, 엔터사 인수→플랫폼 날개 달다

네이버는 SM 계열회사인 SMEJ 플러스, 미스틱스토리 및 콘텐츠 펀드에 총 1000억원을 투자한다. 이번 투자로 SM이 그간 운영해오던 자체 팬클럽 서비스인 ‘리슨(lysn)’은 네이버 ‘V 라이브’ 산하 글로벌 멤버십 커뮤니티인 ‘팬십’(Fanship)으로 이관된다.

SM은 그룹 엑소(EXO)와 레드벨벳 등 정상급 K팝 아이돌들을 거느린 대형 연예기획사다. 이수만 총괄프로듀서가 수장으로 있다. 자회사로 강호동, 신동엽, 이수근 등 MC들이 대거 포진해 방송 프로그램도 제작하는 SM C&C가 있으며 키이스트, FNC애드컬처도 인수했다. 다만 지난 2017년 네이버가 YG엔터테인먼트의 지분을 1000억원 규모로 인수해 2대 주주가 됐던 것과는 달리, 이번 SM 투자 건은 지분 인수의 형태를 띠고 있지 않다.

이런 결정에는 네이버가 지난 4월 방탄소년단(BTS)의 온라인 공연을 유치하지 못한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BTS는 당시 온라인 콘서트 ‘방방콘’을 네이버의 ‘V라이브’ 플랫폼이 아닌 유튜브 채널 ‘방탄TV’와 자체 팬커뮤니티 플랫폼 위버스로 중계해 약 75만 6600명의 시청자를 끌어들였다. 티켓 수입은 250억원 이상일 것으로 추산됐다.

정호윤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거대 팬덤을 보유한 BTS란 인적 자원이 네이버 플랫폼을 이탈하는 현상을 맞닥뜨리면서 엔터사들과 연합의 중요성을 깨달았을 것”이라며 “특히 네이버 ‘V라이브’는 팬덤과 스타의 소통 콘텐츠 유통이 중심인 플랫폼이다. 이번 사례를 통해 플랫폼 운영 과정에서 엔터사들을 제대로 끌어들이지 못한 손실이 얼마나 크고, 이들을 어떻게 자원으로 활용할지 등 교훈을 얻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카카오 자회사 카카오M은 올 하반기부터 직접 콘텐츠 제작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웹툰, 웹소설을 보유한 자회사인 카카오페이지의 IP(지식재산)를 활용하고 자체 스토리를 개발해 스타 배우, 제작자들이 참여한 합작콘텐츠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실천하고자 배우와 가수는 물론 감독, 작가, 작곡가, 창작자, 사업개발자까지 아우른 대규모 협업 인프라도 구축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네이버와 카카오 각각의 행보가 궁극적으로 시사하는 방향성이 결국 한 가지 현상을 관통한다고 입을 모은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네이버와 카카오 모두 유튜브,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의 약진에 대항하고자 자체 채널 플랫폼들을 수립해나가고 있다. 이들은 SM ‘비욘드 라이브’, ‘방방콘’ 등의 사례를 직접 겪으며 자체 플랫폼이 살아남기 위해선 유통, 공급되는 콘텐츠가 소비자들에게 얼마나 어필하는지가 중요하고 콘텐츠에 등장하는 스타들의 영향력이 그 핵심 열쇠라는 점을 깨달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헌식 평론가는 “앞으로는 OTT 플랫폼의 정체성이 콘텐츠의 성격을 넘어 어떤 기획사 스타들이 출연하고 어떤 제작자가 참여한 콘텐츠를 보유했는지에 따라서도 결정될 것”이라며 “장르를 넘어 훨씬 세분된 취향의 콘텐츠들을 반영한 플랫폼들이 많아짐으로써 포털을 포함해 많은 미디어들이 다양한 소비자들에게 선택받기 위한 콘텐츠를 제작할 것이고 연예인, 제작자, 기획사들에게는 더 많은 기회의 땅이 열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성수 카카오M 대표. (사진=카카오M)


3대 기획사 구도 변화?…다자, 다구도 경쟁

이런 움직임들이 SM·JYP·YG 등 소위 ‘3대 기획사’ 중심으로 줄 세우기 됐던 기존 엔터 시장의 경쟁 구도에 변화를 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재원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연구소 연구위원은 “특정 스타, 엔터사들에 힘이 편중된 지금의 빈익빈 부익부 생태계 구조 자체는 크게 변하지 않겠지만 방탄소년단이 있는 빅히트처럼 IT기업과 손을 잡은 시너지로 기존 3대 기획사 못지않은 영향력으로 어깨를 나란히 할 엔터사들이 확실히 늘어날 것”이라며 “이를 통해 업계 경쟁도 더 넓은 범위, 다각도로 펼쳐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중요한 것은 지금의 이 동맹들을 통해 앞으로 세계를 겨냥한 메가톤급 콘텐츠를 만들어나갈 아주 좋은 환경이 구축될 것이라는 점이다. 아주 좋은 스타 인적 자원을 갖췄어도 자본력의 한계로 기획사 단위에서 계획할 수 없던 규모 있는 콘텐츠를 이젠 만들 수 있게 될 것”이라며 “영향력을 지닌 대형, 강소 기획사들과 스타, IT 플랫폼 간 합작 시너지가 발휘돼 지금보다 훨씬 팬덤, 소비자들의 취향을 고려한 특색 있는 콘텐츠들이 융성할 것”이라고도 분석했다.

한편 안재민 연구위원은 “올 하반기에는 IT 기업들이 엔터사들을 끼고 제작한 미디어 콘텐츠 관련 결과물들을 본격적으로 선보일 것”이라며 “웹툰, 웹소설 등 포털 기업이 지닌 IP를 활용한 2차 콘텐츠 제작이 활발해지고 모호해 보였던 IP 콘텐츠 비즈니스 수익구조도 보다 명확해지면서 콘텐츠 자원 확보를 위한 IT 업계의 투자 비중이 지금보다 훨씬 커질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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