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史 들추기]핫하다는 ‘창문형 에어컨’…알고보니 에어컨 조상님?

1902년 오늘날 에어컨 최초 개발한 '캐리어'
국내선 금성사가 1968년 '창문형 에어컨' 내놔
돌고 돌아 다시 '창문형 에어컨' 전성시대
‘무풍·인공지능·맞춤형 콘셉트’…진화하는 에어컨
  • 등록 2021-08-01 오전 6:00:00

    수정 2021-08-01 오전 11:33:36

‘백(白)색 가전’이 이젠 ‘100(百)색’ 가전이 됐습니다. 색깔만 다양해진 게 아닙니다. 신발관리기, 식물재배기 등 온갖 신(新)가전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가전제품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전해 드립니다. <편집자 주>

[이데일리 신중섭 기자] “밤새 열대야가 나타난 데 이어 낮에는 찜통더위가 기승을 부릴 예정입니다.”

여름이면 꼭 한 번은 듣는 기상 캐스터의 한 마디. 이러한 무더위 속에 없어선 안 될 필수 존재가 있습니다. 여름이면 전력 수급난까지 일으킬 정도의 영향력을 행사하는 ‘에어컨’입니다. 역대 최장 장마를 기록했던 작년과 달리 올여름엔 ‘폭염’이 찾아오면서 판매량이 크게 늘고 있다는데요. 특히 수십년 전 에어컨 시장의 주류였던 ‘창문형 에어컨’이 ‘1방 1에어컨’ 트렌드와 함께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모습입니다.

1902년 세계 최초의 에어컨을 개발한 윌리스 캐리어
만약 그가 없었다면…인류의 구원자(?) ‘캐리어’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올해 기준 국내 가구의 에어컨 보유율은 무려 ‘95%’에 달할 정도로 에어컨은 현대인의 필수품이 됐습니다. 이러한 위대한 발명품 ‘에어컨’을 만든 사람은 누구일까요. 한 번쯤은 보셨을 바로 그 이름, ‘캐리어’입니다.

코넬대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한 윌리스 캐리어(1876)는 ‘버팔로 포지 컴퍼니’라는 회사에서 일하던 1902년 온도·습도 조절이 가능한 최초의 전기식 에어컨을 개발했습니다. 이때 그의 나이는 불과 25살이었습니다.

당시 캐리어가 다니던 회사는 제철소로 시작해 히터(난방기)나 송풍기 사업 등으로 사세를 확장하던 곳이었는데요, 엔지니어로 일하던 캐리어는 브루클린 해변 근처에 있어 여름이면 고온다습한 바람이 인쇄 품질을 악화시킨다는 출판사의 의뢰를 받게 됩니다.

캐리어는 자신들이 제조하던 히터의 원리를 뒤집는 방법을 생각해냅니다. 뜨거운 증기를 채운 코일 사이로 공기를 통과시키는 원리를 이용한 건데요, 뜨거운 증기 대신 냉매를 채운 코일 사이로 공기를 보내 온도를 낮추는 방식이었습니다. 이러한 원리로 △온도 조절 △습도 조절 △공기 순환과 환기 △공기 정화 등의 기능을 갖춘 에어컨이 탄생하게 됩니다.

이후 캐리어는 1915년 캐리어엔지니어링사라는 에어컨 회사를 설립했습니다. 공장에서만 쓰이던 에어컨은 1924년 디트로이트의 허드슨 백화점, 1925년 뉴욕 리볼리 극장에 이어 1928년 미 의회, 1929년엔 백악관에 진출하며 민간에도 확산하게 됩니다.

1968년 금성사(현 LG전자)가 국내 최초로 출시한 창문형 에어컨 GA-111과 파세코의 창문형에어컨3(사진=LG전자·파세코)
국내 최초 에어컨은 요즘 뜨는 ‘창문형 에어컨’

우리나라에선 1960년대부터 일본·미국 등에서 에어컨을 수입해오다 1968년 마침내 국내 최초로 에어컨이 만들어집니다. 바로 금성사(現 LG전자(066570))의 ‘창문형 룸에어컨 (GA-111)’입니다. 몸집이 작아 쉽게 운반할 수 있는 것을 특징으로 한 이 에어컨은 7.5~12평 면적을 시원하게 관리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제품, 뭔가 익숙하시죠? 맞습니다. 최근 인기가 폭발하고 있다는 ‘창문형 에어컨’입니다. 창문형 에어컨은 1980년대만 해도 에어컨 시장의 주력 제품이었습니다. 아직도 낡은 여인숙 등에서 이 옛 버전의 창문형 에어컨이 발견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하는데요. 이처럼 과거엔 숙박업소에서도 많이 설치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습니다. 하지만 점차 스탠드·벽걸이형·시스템 에어컨 등이 출시되며 자취를 감춥니다.

영영 사라지는 듯했던 창문형 에어컨은 캐리어, 위니아딤채(071460)는 물론 삼성전자(005930)도 올해 ‘윈도우핏’이라는 이름의 신제품을 내놓을 정도로 시장이 커지고 있습니다. 국내에선 2019년 이 시장에 뛰어든 중견업체 파세코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창문형 에어컨 판매량은 14만3100대로 전년 대비 약 4배 증가했으며, 올해는 30만대 이상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1~2인 가구가 증가하고 코로나 여파에 따른 재택근무·원격수업 등으로 가족 구성원들이 각자 방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보조 에어컨’ 수요가 늘었다는 설명입니다. 공간활용성과 간단한 설치도 장점입니다.

2021년형 에어컨 신제품 LG 휘센 타워(사진 왼쪽)과 삼성 ‘비스포크 무풍에어컨’ 신제품(사진=LG·삼성전자)
◇요즘 트렌드는 ‘무풍·인공지능·맞춤형 콘셉트’


국내 에어컨 시장은 LG전자와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위니아딤채와 캐리어, 파세코 등이 이끌고 있습니다.

국내 최초로 에어컨을 제조했던 LG전자의 에어컨은 2000년 1월 ‘휘센’이라는 에어컨 브랜드로 재탄생했는데요, 2003년 세계 최초로 하나의 실외기로 두 개의 에어컨을 사용할 수 있는 ‘투인원에어컨’에 이어 2016년 인체 감지 센서를 탑재해 사람이 있는 곳에 자동으로 바람을 내보내는 ‘휘센 듀얼 에어컨’, 2018년엔 인공지능 브랜드 ‘씽큐’를 적용한 ‘휘센 씽큐 에어컨’ 등을 선보여 왔습니다.

올해는 6년 만에 ‘직선과 원’을 포인트로 디자인을 확 바꾼 ‘휘센 타워’를 출시했습니다. 직접 닿는 바람을 최소화하고 ‘4X 집중 냉방’ 기능을 적용해 빠르고 강력한 냉방이 가능한 것이 특징인데요, 바람의 방향을 자유롭게 조절하는 좌우 4개의 에어가드가 찬 바람을 벽 쪽으로 보내 사람에게 직접 바람이 닿는 것을 최소화 한다고 합니다.

삼성전자의 에어컨은 과거 가전 브랜드인 ‘하우젠’ 당시 ‘피겨 퀸’ 김연아 선수가 등장해 “씽씽 불어라~”라는 CM송을 불렀던 광고로 많이 기억하실 겁니다. 당시 히트를 친 이후 삼성전자는 2010년 세계 최초로 열 교환기를 물로 자동 세척해주는 ‘워터클린’ 기능을 적용한 ‘4계절 에어컨 하우젠 제로’, 2013년엔 항공기 제트엔진 설계기술을 활용한 강력한 냉방 기능을 탑재한 ‘스마트에어컨 Q9000’ 등을 선보였습니다.

2016년에는 세상에 없던 제품을 내놓았는데요, 바람 없는 에어컨 ‘무풍에어컨’입니다. “에어컨은 좋지만 바람이 닿는 건 싫다”라는 소비자의 마음을 배려해 내놓은 제품이었습니다. 차가운 바람이 불쾌해 에어컨 사용을 꺼렸던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어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올해는 취향에 맞게 바람문 패널을 바꿀 수 있는 ‘비스포크’ 디자인을 적용하고 AI로 제품을 자동 관리해주는 이지케어 AI기능을 탑재한 무풍에어컨 신제품을 내놨습니다.

이처럼 국내 에어컨은 △인공지능(AI) 탑재 △바람이 닿는 면적 최소화 △맞춤형 가전 콘셉트 등을 주요 특징으로 발전해 나가는 모습입니다. 지난주 폭염에 이어 내달부터는 고온 다습한 공기가 유입되면서 무덥고 습한 더위가 찾아온다고 하는데요, 시원한 에어컨으로 올여름 무더위도 무사히 이겨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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