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도 마음대로 감지 못하는 유럽, 남 일 아니다[데스크칼럼]

폭염에 극심한 가뭄으로 물부족 유럽
이탈리아 머리 두번 감기는 미용사 과태료
영국 '매일 머리 감지 말라' 권고
한국도 이상기후 공동대응 힘써야
  • 등록 2022-08-02 오전 12:10:00

    수정 2022-08-02 오전 7:22:10

[이데일리 김보경 기자] 낮 최고기온이 35도를 넘는 폭염. 휴가철이지만 한낮 야외활동은 엄두도 못 내고 에어컨이 나오는 실내를 찾아가기 바쁜 요즘이다. 하지만 유럽에 비하면 한국의 더위는 아직 참을만한 수준이다.

70년래 최악 가뭄으로 바닥 드러낸 이탈리아 포강(로이터/연합뉴스)
유럽은 최고기온이 40도를 훌쩍 넘는 오븐 더위로 펄펄 끓고 있다. 사상 최고기온을 연일 갈아치우는 폭염에 최악의 가뭄까지 겹쳐 물부족 사태를 겪으면서 이상기후로 그 어느 때보다 힘든 여름을 나고 있다.

우주 여행을 하고 AI(인공지능)가 시까지 짓는 시대지만 이런 이상기후가 발생하고 난 다음에 대처하는 방법이란 무척이나 원시적이다. 물이 부족하니 아무리 더워도 물을 적게 써야한다. 영국 정부는 국민들에게 욕조에 물을 받아 목욕하지 말고 간단히 샤워를 하라고 한다. 머리를 매일 감는 것도 삼가라고 권고했다. 폭염에 몸을 씻는 것조차 정부의 통제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이탈리아는 일부 도시에서는 고객의 머리를 두 번 감기는 미용사에게 고액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지침까지 등장했다. 미용실과 이발소에서 ‘두 번 머리 감기’를 하면서 물이 낭비된다는 이유 때문이다.

집 밖에서 물을 사용하는 것을 규제하는 곳은 더 많다. 스위스, 크로아티아 등 유럽의 많은 지역에서 정원에 물주기나 세차, 수영장에 물을 채우는 것 등을 금지하고 있다. 더위를 가시기 위해 별 생각없이 해 왔던 것들이 물 낭비이며 사치가 됐다.

이런 소식을 들으면 아직 한국에서는 머리를 매일 감을 수 있고 세차도 자유로우며, 하물며 물 300t을 콘서트장에서 뿌려댈 수 있으니 다행이라고만 생각해야 할까.

전 세계적인 이상기후 현상의 원인인 온실가스는 아무리 더워도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다. 한국은 세계에서 8번째(2020년 기준)로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나라다. 또 전 세계 평균보다 2배 이상 빠른 속도로 기온이 오르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전 지구 평균 지표 온도는 1880~2012년 사이 0.85℃ 상승했지만 우리나라에선 1912~2017년 사이 1.8℃ 상승했다. 유럽만큼은 아니지만 우리나라도 올 봄에 심각한 가뭄을 겪었다. 장마로 잊히긴 했지만 그 사이 급등한 식료품 가격은 가뭄의 결과이기도 하다.

이상기후와 식량문제까지 겹치면서 온실가스를 감축해야 한다는 전 세계적 공감대는 확산되고 있다. “우리는 (온실가스 저감을 통한 기후변화에) 공동대응하느냐 아니면 집단 자살이냐, 둘 중 하나를 고를 수 있다.” 안토니오 구테후스 유엔(UN) 사무총장이 최근 페터스베르크 기후회담에서 한 경고는 섬뜩하지만 과장이라고 할 수도 없다. 기후위기에 공동체로 대응하는 것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전 세계적으로 공언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외면하고 있다. 전 정권은 구체적 실행방안도 없이 무조건 ‘2050년 탄소중립(탄소배출 제로)’을 목표로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40%로 약속했다. 정권이 바뀌면서 대통령직속 탄소중립위원회 위원장은 아직까지 공석이다. 작년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량 잠정치는 6억7960만t으로 오히려 2020년보다 3.5% 늘었다. 정부와 정치권에선 탈원전 정책에 따른 공방만 있을 뿐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현실에 맞게 수정할 계획 따위는 뒷전이다. 공동대응이냐 집단 자살이냐. 기후위기에 대한 골든타임이 흘러가고 있는데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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