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12cm 홀로그램이지만…원격통신 향해 달릴 것”

지형근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연구실장 인터뷰
“디스플레이와 통신 발달 땐 영상·방송·자동차 등에 홀로그램 상용화”
연구원·대기업·대학 치중된 연구 추진…”정부 차원 R&D 투자 필요”
  • 등록 2022-10-02 오전 6:00:00

    수정 2022-10-02 오전 6:00:00

[이데일리 김응열 기자] “디지털 홀로그램 기술의 궁극적인 목표는 실제 물체를 보는 것과 구별할 수 없을 정도의 홀로그램을 생성, 전송하고 재현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멀리 있는 사람도 같은 회의실에 있는 것처럼 원격통신이 가능할 겁니다.”

지형근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홀로그래픽콘텐츠연구실장은 현재의 홀로그램 기술 개발이 꿈꾸는 목표를 이같이 설명했다.

지형근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홀로그래픽콘텐츠연구실장.
홀로그램은 두 개의 레이저광이 서로 만나 일으키는 빛의 간섭 효과를 이용해 3차원 입체 영상을 기록한 결과물을 말한다. 디스플레이 기술은 정확하고 생생한 사물 표현을 목표로 발전해왔다. 현재는 면으로 이뤄진 2차원의 공간에서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이제 기술은 3차원인 홀로그램으로 향한다. 깊이와 넓이, 높이 등 우리가 눈으로 보는 사물 그대로를 구현하는 방향으로 개발이 진행 중이다.

미국과 일본, 유럽 등이 홀로그램 기술 개발에 힘을 주는 가운데 국내에서는 ETRI가 관련 기술 개발을 선도하고 있다. ETRI는 지난해 360도 컬러 홀로그램을 허공에 구현하는 데에 성공했다. 이는 세계 최초 사례다. ETRI가 구현하는 360도 컬러 홀로그램의 크기는 약 5인치(약 12.7cm)다. 헤드셋 같은 장치를 착용하지 않고도 다수의 사람이 동시에 홀로그램을 볼 수 있다.

대중의 기대는 넓은 허공에서 거대한 홀로그램을 보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은 기술적인 장벽이 높다. 홀로그램을 구현하는 디스플레이 장비의 시청 시야각이 넓지 않기 때문이다.

지 실장은 “현재 홀로그램 구현 장비의 시야각은 3~4도 정도 되는데 자연스러운 3차원 영상을 보려면 30도 이상 넓은 시청영역을 확보해야 한다”며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간 광 변조기를 다중화하는 등 시청영역의 확대를 연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홀로그램 구현의 관건은 공간 광 변조기다. 공간 광 변조기란 빛의 상태를 바꿔, 특정 공간에서 디지털 신호를 홀로그램 등 눈으로 볼 수 있도록 구현하는 장치를 일컫는다. 지 실장은 공간 광 변조기를 비롯해 홀로그램 관련 기술과, 홀로그램 데이터 전송을 뒷받침할 통신 기술이 함께 발전할 경우 영화에서나 보던 홀로그램 통신도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홀로그램 데이터는 방대하기 때문에, 콘텐츠를 실시간으로 보려면 데이터 압축 전송 기술과 테라급 전송 속도를 지원하는 6G 시스템이 요구된다”며 “영화의 한 장면처럼 홀로그램으로 원격통신도 가능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원격통신 외에도 홀로그램이 구현될 시장은 다양하다. 지 실장은 영상·방송 시장에 홀로그램이 우선 적용될 것이라고 봤다. 또 자동차 내에서 주행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헤드업디스플레이(HUD)와 의료 분야의 3차원 현미경, 홀로그램 프린팅 분야 등 여러 산업분야에서 쓰일 것이라고 관측했다.

현재 국내 홀로그램 연구·개발은 ETRI를 비롯한 연구기관과 일부 대기업·대학에 치중돼 있다. 특허청에 따르면 지난 2010년부터 2020년까지 10년간 국내에서 홀로그램 기술 관련 특허를 가장 많이 출원한 곳은 삼성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삼성은 64건의 특허를 출원했다. 2위는 ETRI로 39건을 출원했다. 3위는 23건을 출원한 LG로 조사됐고, 4위는 16건을 낸 광운대다. 5위는 한국전자기술연구원(KETI)으로 7건의 특허를 출원했다.

지 실장은 홀로그램 기술 개발 특성상 대규모 자금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 같은 양상이 나타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지 실장은 “선진국이 주도적으로 기술개발에 뛰어들고 있는 홀로그램 산업은 시장창출 잠재력이 매우 크고 폭발적인 성장이 예상된다”면서도 “아직은 홀로그램 수요가 많지 않고 대규모의 연구개발 비용과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중소기업에서는 기술 개발이나 투자가 어려운 실정”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정부가 R&D 투자와 함께 시장 조성자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며 “홀로그램 디스플레이를 개발하기 위해서 기초기술 분야에 우선적인 투자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6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2 메타버스 엑스포’에서 관람객들이 홀로그램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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