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한국야구 다시 보기 3] ‘쨍’했던 광주일고 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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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08-02-08 오후 12:41:22

    수정 2008-02-08 오후 12:51:17

[로스앤젤레스=이데일리 SPN 한들 통신원] 지난 2005년 8월24일(미국 시간) 메이저리그에서는 사상 최초의 풍경화가 그려졌습니다. 뉴욕 메츠의 서재응이 애리조나전에 선발 등판해 6승을 따내고, 콜로라도 로키스의 김병현과 LA 다저스의 최희섭이 다저스타디움에서 처음으로 투.타 맞대결을 벌인 것입니다.

이들은 모두 광주일고 출신들입니다. 미국과 일본에도 숱한 야구 명문교들이 있습니다. 랜디 존슨과 마크 맥과이어, 마크 프라이어 등을 배출한 USC(대학)가 있고, 마쓰이 가즈오를 비롯한 수많은 일본 프로 선수를 키워낸 오사카 PL학원(고교)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날 광주일고 트리오처럼 한 날 한 시, 빅 리그 그라운드를 누빈 학교는 없었습니다.

셋은 나란히 1학년씩 터울입니다(김병현과 최희섭은 같은 79년생이지만 김병현이 1월생, 최희섭은 3월생입니다).

이들이 광주일고를 함께 다녔던 해는 96년이었습니다. 서재응이 3학년, 김병현이 2학년, 최희섭이 1학년으로 뛰었던 그 해 광주일고는 청룡기 우승을 일궈냈습니다.

이들 사이엔 재미난 일화도 많았는데요. 김병현은 어려서부터 ‘물수제비’(강에다 돌을 던져 돌이 물위에서 통통 튀어가는 놀이)를 잘 떳다고 합니다. 애리조나 입단 초, 이동하는 차 안에서 물수제비를 잘 던진 게 잠수함 투수가 된 한 이유가 아닌가싶다고 스스로 밝히기도 했습니다.

서재응이 최희섭을 알게 된 것은 광주일고 입학 훨씬 전이었습니다. 중학생 서재응은 초등학교에서 엄청난 체구로 홈런을 펑펑 쳐낸다는 '괴물 아이'가 있다는 소문들 듣고 직접 그 학교를 찾아가 봤는데 그 아이가 바로 최희섭이었다고 합니다.

광주일고의 야구 역사는 유구합니다. 해방 이후 6.25 동란 전까지 당시 경남중의 장태영과 함께 중학야구를 양분했던 광주서중의 김양중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그 후 침체기를 면치 못했던 광주일고 야구는 고교야구 최초의 3연타석 홈런의 주인공 김윤환과 투수 강만식 등의 등장으로 70년대 중반 르네상스의 전기를 마련하고 80년대 들어 최전성기를 활짝 열어 제칩니다.

100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한 투수라는 선동렬(78~80년), 타자 중에 처음으로 '천재' 소리를 들었던 이종범(86~88년) 등 국보급 선수들이 줄줄이 배출되면서 82년 한국 프로야구 출범과 함께 '해태 타이거스 제국'을 건설하기에 이릅니다.

유독 광주일고 출신들이 '야구 본토'에 와서도 그 이름을 드높였던 힘은 힘은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요?

서재응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광주일고 야구부는 지역 예선전에 나갈 때도 교정의 광주학생운동기념탑에 모여 항상 '우리는 피 끓는 학생이다. 오직 올바른 길만이 우리의 생명이다'를 외치고 야구장으로 향한다. 무슨 대회에 나가 건 단 한 차례도 거르지 않고 행하는 전통이다. 그런 정신이 광주일고 야구를 만들었고 그 덕분에 잘할 수 있었던 것이다."

또 한 가지가 있습니다. 광주일고 야구야말로 서재응과 최희섭이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 때마다 누누이 밝혔던, 바로 '한의 야구'입니다.

지난 1980년 5월의 광주는 세계 최현대사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반인류적인 학살과 도륙의 참극이 벌어졌던 피의 현장이었습니다.

야만의 총부리에 졸지에 부모 형제 친구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버린 광주 사람들에게 야구는 그 응어리진 한을 토해낼 수 있었던 유일한 배출구였고, 야구장은 그 해방구였습니다.

선동렬-이종범-서재응-김병현-최희섭으로 이어지는 광주일고 야구의 적자들은 바로 그 한의 용광로에서 담금질 되고, 길러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것이 메이저리그에까지 뿌리를 내리고 가지를 뻗은 광주일고 야구의 사회학이고 역사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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