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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SPN 정철우 기자] 어제 인터넷 뉴스를 통해 김광현(SK)이 9회 2사까지 노히트 노런을 하다가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했다는 걸 알게 됐다. 옛날 일도 있고 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내가 노히트 노런을 했던 날은 2000년 5월18일이었다. 장소는 광주 구장. 이전까지 5월18일에는 광주에서 경기가 열리지 못했다. 5.18 민주항쟁 때문에 의도적으로 그날의 광주는 피했던 거라 들었다.
나름 역사적인 날이었는데 광주에서 내가 대기록을 세웠다는 것이 좀 아이러니하기도 하다.
난 위기를 1회 첫 타자에게서 맞았다. 1번 타자가 홍세완이었는데 제대로 맞고 말았다. 완전히 빠지는 타구였는데 내 글러브에 맞고 굴절돼서 아웃시킬 수 있었다. 그때를 떠올려 보면 역시 투수도 수비수라는 걸 잊어선 안된다고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9회 2아웃을 잡은 뒤엔… 사실 타자와 수비 덕을 모두 봤다. 마지막 타자가 정성훈이었는데 초구를 바로 때려버렸다. 좌익수 쪽으로 큼지막한 타구가 날아갔는데 (이)영우가 잘 따라가줘서 잡아낼 수 있었다.
정성훈이 좀 더 버티며 기다렸다면 나도 결과를 장담할 수 없었다. 솔직히 말하면 나도 많이 긴장했었기 때문이다.
노히트 노런은 볼넷은 내줘도 되는 기록이다. 물론 난 5-0이라 승패에 대한 부담은 적었다. 광현이는 2-0이었기 때문에 주자가 나가는 것 자체에 좀 더 신경이 쓰였을 것이다.
따져보면 타자도 무지 긴장할 수 밖에 없다. 정성훈이 초구를 쉽게 건드렸던 것도 그 때문이 아닐까 싶다.
어제 경기 후 광현이가 “완봉이나 완투를 앞두고 마지막에 마음이 흔들리는 단점이 있다”고 말했다고 들었다.
그건 고치겠다고 고쳐지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신경 안 쓰려고 한다고 어떻게 신경이 안 쓰이겠는가.
다음에 또 그런 기회가 오면 그저 흐름에 맡겼으면 좋겠다. 얼마 전 오심 때문에 퍼펙트 게임이 무산된 사건은 일본에서도 큰 뉴스였다. 아직도 그 이야기가 나오고 있을 정도다.
그게 야구다. 내가 아무리 잘해도 운이 따르지 않으면 하늘이 준 기회도 놓칠 수 밖에 없다. 그걸 어쩌겠나.
광현이가 대기록에 도전해 준 덕에 덩달아 내 이야기까지 나왔다고 들었다. 벌써 10년이나 된 기록인데 아직 새 주인공이 나오질 않았다니… 데뷔전 완봉승도 내가 마지막 기록인데 그건 이제 22년째에 접어들었다. 후배들이 꼭 새로운 이름을 올려놓게 되었으면 좋겠다.
광현이도 또 (류)현진이도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재주가 있는 후배들이다. 꼭 좋은 결과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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