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블로그] SK-두산 '경쟁력 균형법칙'과 그 한계

  • 등록 2010-08-23 오전 8:07:53

    수정 2010-08-23 오전 9:46:59

▲ 김경문, 김성근 감독 [사진제공=두산, SK]


[이데일리 SPN 정철우 기자] 경쟁력 균형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다.

"세이버 매트릭스(다양한 통계를 통한 야구 기록과 선수평가에 대한 새로운 이론)의 대부인 빌 제임스는 '경쟁력 균형의 법칙'을 주장한 바 있다. 그것은 “강팀과 약팀의 차이를 꾸준히 줄이는 역할을 수행한다"고 주장했다.

빌 제임스의 추론은 다음과 같다.

1. 모든 형태의 장점은 하나의 약점을 커버하는 동시에 새로운 약점을 만들어낸다. 장점은 곧 단점의 시작이다.

2.심리학은 승자를 끌어내리고 패자를 상승시키는 경향을 보인다.

강팀을 만들수는 있지만 그 강함을 꾸준히 유지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는 뜻이 담긴 논리다. 프로의 세계에선 언제든 강팀과 약팀이 자리를 바꿀 수 있다는 주장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실제로 그렇다. 잘 하는 팀은 변화에 둔해진다. 지금도 잘하는데 굳이 뭔가를 더 하는 건 부질없는 일 처럼 느껴지기 쉽다. 잘하는 것에 대한 고마움의 크기도 점차 줄어든다.

그러나 힘의 균형은 언제든지 꺠질 수 있다. 우승팀은 전력에 빈 구멍이 없는 듯 느껴진다. 그러나 완벽해 보이던 균형이 (부상등으로)무너지게 되면 장점은 곧 커다란 단점이 되고 만다.

또 도전자들은 더욱 거세게 강팀을 압박한다. 심리적으로는 늘 도전자가 더 강한 것이 상식이다.

2년 전쯤 경쟁력 균형의 법칙에 대한 기사를 쓴 적이 있다. 새삼스레 같은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SK와 두산의 변함없는 질주 때문이다.
 

SK와 두산은 2007년 이후 라이벌 구도를 형성했다. 이후 SK는 2차례의 한국시리즈 우승과 1차례의 준우승. 두산은 2번의 준우승과 1번의 3위를 차지했다.

벌써 4년째. 그들은 강팀의 면모를 구축하고 있다. SK는 1위를 달리고 있고 두산은 2위 삼성을 1경기 반차로 압박하며 3위를 달리고 있다.

끊임없는 내부 성장을 통해 팀을 꾸려온 것이 꾸준한 상승세의 비결이다. 강력한 내부 경쟁을 통해 두 팀은 전력을 유지해 왔다.

더 대단한 것은 선수들에게 강한 정신력을 심어준 것이다. 이 부분에선 두산이 더 대단하다.

2등은 1등보다 심리적으로 흔들릴 위험성이 높다. 2등 역시 수준급 성적을 낸 승자 중 한명이다. 보상이 1등만 못할 뿐, 얼마든지 만족하며 여유를 가질 수 있다.

두산은 여전히 도전자 정신을 잃지 않고 있다. 팀이 전체적으로 하나의 마음을 지니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이 두팀의 경쟁력 균형의 법칙은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 전력을 유지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보강 전력이 약했기 때문이다.

두산은 지난 시즌이 끝난 뒤 이현승을 트레이드하며 전력 보강을 노렸다. 하지만 금민철이라는 쏠쏠한 자원을 내준 탓에 결과적으로는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SK는 더 심하다. 빠져나간 선수만 있고 보강된 전력은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 최근 몇 년간 두산이 그랬듯, 핵심 전력들이 하나 둘 빠져나갔다.

2007년을 기준으로 SK에선 조웅천 이진영 채병룡 윤길현 등이 팀을 떠났다. 두산은 안경현 박명환 홍성흔 이혜천이 없다. 팀의 기둥뿌리가 서너개씩 뽑혀나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버티고 있는 것은 박수받을 일이다. 그러나 언제까지 이렇게 버틸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건 크나 큰 오산이다.

당장 시즌 막판에 접어들며 고비를 맞고 있다. SK는 글로버의 부진까지 겹치며 선발 로테이션 짜는 것도 힘겨운 상황이 됐다. 두산은 3루수 이원석이 부상으로 빠지자 대안을 찾는 것이 마땅치 않다.

자원이 풍부한 팀이라는 시선은 외부의 것이다. 내부의 고민은 커질 수 밖에 없다.

SK와 두산이 최근 몇 년간 경쟁력 균형의 법칙을 무너트리며 승승장구해왔던 것은 감독의 지도력과 선수들의 노력이 만든 소중한 성과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한계가 생길 수 밖에 없다.

꾸준한 전력 보강을 통해 좀 더 강한 팀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해주는 지원이 필요하다.

아직 1위 자리도 장담할 수 없는 치열한 순위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그러나 누가 우승컵의 주인이 되건 SK와 두산은 2010시즌의 승자 중 하나로 기억될 것이다.

하지만 내년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그들의 겨울이 이전과 비슷한 모양새라면, 지금까지의 영광은 곧바로 옛날 일이 될 수도 있다. 오늘 박수치는데 만족할 것이 아니라 내일의 준비에 고민이 시작돼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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