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유망주로 바꿔라?' 리빌딩의 오해와 이해

  • 등록 2010-08-29 오전 8:56:58

    수정 2010-08-29 오전 9:15:55

▲ 한화의 기대주로 떠오르고 있는 전현태. 사진=한화 이글스
[이데일리 SPN 이석무 기자] 사실상 포스트시즌에 나갈 4강이 일찌감치 가려졌지만 아쉽게 고배를 마신 네 팀에게도 남은 시즌은 매우 중요하다.

하위 네 팀의 당장 큰 고민은 '리빌딩'이다. 단어의 뜻 그대로 팀을 다시 세워야 하는 것이다. 하위권에 머물게 된 원인을 분석하고 팀의 문제점을 해결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문제는 과연 리빌딩을 어떻게 할 것인가다. 얼마전 한화 한대화 감독은 팬들에 의해 곤욕을 치른 바 있다.

'한대화 감독이 팀의 리빌딩 대신 류현진의 20승에 더 신경쓴다'는 내용의 기사가 한 매체를 통해 나왔기 때문이다. 여기에 "너무 류현진에만 시선을 두고 있는 것 같다"는 선수의 멘트까지 더해져 팬들의 오해는 더욱 증폭됐다.

한대화 감독은 이 기사에 대해 팔짝 뛰었다. "에이스 류현진이 20승을 도전하는데 배려를 해준다는 뜻이지 리빌딩을 포기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사실 한대화 감독 입장에선 억울할 만도 하다. 한화는 올시즌 내내 리빌딩의 연속이었다. 김태균 이범호가 빠져나간 뒤 거의 대부분의 포지션에 새 얼굴들이 등장했다. 최진행 같은 선수는 단숨에 스타로 떠오르기도 했다. 비록 성적은 바닥이지만 리빌딩만 놓고보면 성공적이라는 평가다.

하지만 일부에선 베테랑들을 몰아내고 2군에 있는 선수들을 기용해야만 리빌딩이라고 생각하는 팬들도 없지 않다. 그래서 인터넷 게시판에선 늘 리빌딩에 관련된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물론 팬들과 현장 지도자들의 생각은 크게 다르다. 리빌딩이라 하더라도 선수들을 완전히 바꿀 수 없는 것이 우리 현실이다. 가능성 있는 몇몇 선수들에게 기회를 줄 수는 있어도 정상적인 팀운영까지 포기할 수는 없다.

한 구단 관계자는 "포스트시즌 진출이 좌절됐더라도 경기장을 찾아주는 팬들을 위해 시즌을 포기하는 모습을 보일 수 없다"고 말한다.

리빌딩이라는 개념은 메이저리그에서 들어왔다. 메이저리그의 경우 포스트시즌 진출이 좌절된 팀들이 베테랑들을 내보내고 신예들에게 출전 기회를 주는 경우를 쉽게 볼 수 있다.

올해 추신수가 속한 클리블랜드 인디언스가 좋은 예다. 심지어 박찬호가 뛰는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의 경우는 거의 시즌 중 주축 선수를 내다파는 것이 연례행사일 정도다.

메이저리그와 한국프로야구의 리빌딩 개념은 확실히 다르다. 메이저리그 구단의 리빌딩은 선수구성 뿐만 아니라 재정적인 부담을 더는 과정도 포함돼있다.

뉴욕 양키스와 같이 돈많은 부자구단들은 당장 큰 돈을 들여 전력을 보강할 수 있다. 하지만 중소 규모 구단은 매년 투자를 하기가 어렵다.

때문에 평소에는 유망주 육성에 주력하면서 기회가 왔을 때 과감한 투자를 통해 우승에 도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대표적인 예가 가장 팀연봉을 적게 쓰면서도 1997년과 2003년 두 차례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플로리다 말린스다.

하지만 한국은 메이저리그와 사정이 다르다. 일단 2~3년에 걸쳐 리빌딩에 주력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 미국 마이너리그처럼 실력을 갖춘 유망주가 풍부한 것도 아니다. 젊은 선수들에게는 군복무도 걸림돌이다.

여기에 8개구단 중 절반인 4개팀이 포스트시즌에 올라가는 제도도 순위 경쟁을 포기할 수 없도록 만드는 중요한 요인이다.

젊은 선수들만 기용한다고 해서 리빌딩이 이뤄지는 것도 아니다. 재능을 갖춘 유망주라 하더라도 베테랑들의 경험과 노하우를 직접 보고 몸으로 느꼈을때 비로소 잠재력이 기량으로 폭발하게 된다.

삼성이 자연스럽게 세대교체에 성공할 수 있었던 밑바탕에는 양준혁, 진갑용, 박진만 등 롤모델 역할을 할 수 있는 베테랑들이 자리하고 있다.

LG가 리빌딩을 목표로 삼으면서도 4강 진입에 안간힘을 썼던 것도 젊은 선수들의 기량과 자신감을 끌어올리는 가장 좋은 방법이 승리임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 야구에서 리빌딩은 단지 젊은 선수들을 기용하는 차원이 아니라 부진했던 주전 선수들의 문제를 파악하고 기량을 되살리는 과정도 포함돼있다. 어차피 선수 이적이 자유롭지 못한 현실에서 지금 주전선수 대부분이 다음 시즌에도 뛰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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