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운명의 날' 신태용호, 이란 징크스 깨고 러시아 간다

신태용 감독이 29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축구대표팀 훈련에서 전술을 지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드디어 운명의 날이 밝았다. 한국 축구가 계속된 좌절을 딛고 새롭게 일어날 수 있을지 여부가 이란전에 달려있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오는 31일 오후 9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이란과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9차전을 펼친다.

한국은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A조에서 4승1무3패 승점 13으로 2위를 달리고 있다. 이란이 6승 2무·승점 20으로 러시아 본선행 티켓을 확정지은 가운데 한국은 필사적으로 2위를 지켜야 하는 입장이다.

최종예선 A조 3위 우즈베키스탄(승점 12)이 승점 1점 차로 따라붙은 상태다. 우리로선 이란전을 이겨야만 9회 연속 본선 진출의 희망을 이어갈 수 있다.

상대가 만만치 않다. 한국은 이란을 상대로 최근 4경기 연속 0-1 패배를 당했다. 2011년 1월 아시안컵 8강전에서 1-0으로 이긴 이후 승리를 맛보지 못했다.

신태용 감독도 선수 시절 이란과 얽힌 아픈 기억이 있다. 한국 축구 역사에 있어서 가장 충격적인 패배였던 1996년 아시안컵 이란전 2-6 대패 당시 신태용 감독이 선수로서 그라운드를 누볐다. 신태용 감독은 당시 팀의 2번째 골을 넣으며 분전했지만 이란의 반격을 막아내지 못했다.

신태용 감독은 이란전을 앞두고 “이란은 중동축구라기 보다는 힘과 스피드를 겸비한 유럽축구에 가깝다”며 “특유의 침대축구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선 선제골을 절대 허용하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대표팀은 이란전을 대비해 최대한 전력을 꽁꽁 숨겼다. ‘한국의 전력은 뻔하다’라는 인식을 지우고 상대의 허를 찌르기 위해 훈련 조차 최소한으로 공개했다.

기성용(스완지시티), 황희찬(잘츠부르크) 등 몸상태가 좋지 않은 유럽파들의 출전이 불투명한 상태지만 손흥민(토트넘)과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는 정상 출전이 가능하다.

특히 구자철의 역할이 중요하다. 구자철은 기성용을 대신해 중앙 미드필더로 나설 가능성이 크다. 원래 자리인 공격형 미드필더로 출전할 수도 있다. 구자철이 어느 위치에 서느냐에 따라 대표팀 전술도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신태용 감독의 팔색조 전술의 핵심이다.

이동국(전북), 염기훈(수원), 이근호(강원) 등 베테랑들의 활약도 기대된다. 실제로 대표팀 훈련에서도 이들은 좋은 컨디션을 유지해 신태용 감독을 흐뭇하게 했다. 중압감이 경기인 만큼 빅매치를 많이 치러본 이들의 경험이 팀에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새롭게 캡틴을 맡은 김영권(광저우 헝다)의 리더십에도 관심이 쏠린다. 신태용 감독의 신임을 한몸에 받고 있는 김영권은 최후방 수비 라인의 리더 역할을 맡아야 한다.

4년 전 브라질 월드컵 최종예선 당시 이란과의 홈경기에서 뼈아픈 실수로 실점을 자초했던 아픈 기억도 씻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김영권은 이번에는 “4년 전 실수는 다시 없을 것이다. 이번에는 이란이 실수하도록 만들겠다”고 굳은 각오를 전했다.

▲2018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 9차전 이란전 예상 베스트11(4-2-3-1 포메이션)

이동국(김신욱)

손흥민(염기훈)-권창훈(구자철)-남태희(권창훈)

구자철-이재성(김보경)

김민우(김진수)-김영권-김민재(장현수)-최철순(고요한)

김승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