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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짜리 CP가 있다고? 몸집 불리는 '장기CP'

올해 전체 CP에서 1년물 이상인 장기CP 비중 27.5%
여전업계, 여전채 약세에 대피처로 활용
CP, 단기 자금상환 능력 기준…회사채와 체계 달라
"발행량 느는 만큼, 등급체계 바로 잡아야"
  • 등록 2021-10-06 오전 12:10:00

    수정 2021-10-06 오전 12:10:00

[이데일리 김인경 김소연 김재은 기자] 7년짜리 기업어음(CP)이 있다?

올들어 카드와 캐피탈사 등 여전사(여신전문금융사)를 중심으로 기업들이 ‘장기CP’를 무더기로 찍어내고 있다. 한국은행의 본격적인 금리 인상을 앞두고 발행비용을 줄이는 한편 회사채 시장 외면을 막아보겠다는 의지다. 문제는 만기 1년 미만의 단기등급을 받지만, 가장 높은 ‘A1’ 등급에는 AA+부터 A+까지 신용위험이 크게 다른 장기신용등급과의 불일치가 발생하는데다 최근 여전사들의 발행 데이터는 일괄신고서 상의 한도에서 제외된다는 점이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금리인상 앞두고 카드·캐피탈사, 장기CP에 눈독

5일 신한금융투자와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올해 전체 CP 발행 금액(9조511억원) 중 27.5%(2조4900억원)가 만기 1년이 넘는 ‘장기CP’인 것으로 나타났다. 5년 전인 2016년만 해도 전체 발행 CP 중 0.7%에 불과했던 장기CP는 2018년 5.2%로 증가하더니, 2019년 6.4%, 2020년 15.7%로 점차 몸집을 불렸다.

지난해만 해도 코로나19로 단기적인 위기를 겪던 롯데그룹 위주로 주로 장기CP를 찍었다. 하지만 요즘 장기CP를 많이 내놓는 곳은 ‘여전업계’다. 이달 말만 해도 KB국민카드, BNK캐피탈, KB캐피탈, 신한캐피탈, 메리츠캐피탈 등이 장기CP를 발행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7월엔 삼성카드는 무려 7년짜리 장기CP(2557일물)를 찍어 눈길을 끌기도 했다.

기준금리 인상이 가시화되기 시작하던 지난 4월 이후 회사채 대비 여전채의 약세가 지속한 만큼, 이들은 여전채의 대체물로 ‘장기CP’에 눈을 돌렸다. 실제 본드웹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AA-등급 금융채 3년물 민평금리(민간 채권평가사들이 평가한 평균 금리)는 2.234%로 동일등급 회사채 3년물(2.045%)에 비해 18.9bp(1bp=0.01%포인트) 가량 높은 수준이다. 4월 1일 기준 14.3bp보다 확대된 수치로 금리인상 사이클을 앞두고 여전채의 약세가 이어지는 것으로 풀이된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9월 말 AA-금융채와 AA- 회사채 스프레드가 5.6bp에 그쳤던 점을 감안하면 일반 회사채 대비 여전채 약세가 심화하고 있다. 가뜩이나 금리상승 영향에 크레딧물 약세가 예상되는데다 수신기능이 없는 여전사로서 장기 CP 발행은 불가피한 선택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상훈 신한금융투자 크레딧 연구원은 “금리 불확실성이 있을 때 크레딧 투자에 불확실성이 커진다”며 “지난 3월부터 크레딧물 금리는 지속적인 약세를 보이고 있어 당분간 여전사들의 장기 CP 발행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기CP는 발행사에만 매력이 있는 게 아니다. 투자자인 증권사 등도 회사채에 비해 당일결제 등의 장점이 있어 신탁상품이나 랩 등에서는 CP를 선호한다. 뿐만 아니라 장기CP는 일종의 할인채로 투자 시에 만기시에 받을 이자분을 차감하게 된다. 1만원 짜리 장기CP를 9000원만 주고 사는 식이다. 이 경우 1만원 투자해서 1만1000원을 받는 것보다 수익률 측면에서는 더 높은 착시효과가 생긴다.

신용등급 미스매치…AA급처럼 보이는 ‘A1’?

하지만 우려도 만만치 않다. CP는 만기까지 이자를 미리 투자자에게 지급하는 상품이다. 발행사 역시 한번에 이자를 지급하는 만큼, 편리하다는 장점은 있지만 이자 지급이 제대로 되는지를 보면서 투자자가 기업 재무상황을 판단하긴 어려워진다. 금융당국의 사각지대에 대한 우려도 있다. 당국은 채권 발행이 잦은 여전사에 일괄신고를 하도록 하고 있는데, 금융당국 역시 여전사들의 차입계획을 미리 파악해 자본적정성을 관리할 수 있다. 그러나 장기CP는 일괄신고제 한도를 적용받지 않는다.

게다가 신용등급 불일치에 대한 우려도 있다. 회사채금리가 AA+인 삼성카드, AA인 현대캐피탈, AA-인 롯데캐피탈의 CP 등급은 모두 A1으로 동일하다. 장기등급이 20단계인데 비해 단기등급은 12단계에 그치기 때문이다. 회사채 등급으로는 차이가 나는 기업이지만 장기 CP시장에선 ‘A1’으로 동일하다. 발행사가 가진 신용위험의 차이는 장기 CP에선 ‘A1’으로 수렴한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이나 시장참가자들은 조달금리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에 크게 문제 삼을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여전사의 장기 CP 발행비중 증가는 모니터링하고 있다”면서도 “시장 금리가 다르기 때문에 장단기 등급 미스매치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은기 삼성증권 크레딧 연구원은 “예전엔 발행량이 크지 않았지만, 최근 장기 CP 발행량이 늘어나면서 단기 신용등급을 이용하는 게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장기CP는 일반 카드채나 캐피탈채와 같은데, 2013년에 못 바꾼 것을 지금이라도 바로잡고 가는 게 맞다”고 지적한다.

정화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원은 “당국이 장기 CP에 대해 정석대로 규제에 나서기는 어려운 면이 있다”며 “코로나19 영향이 잦아들면 건전성이나 정보 공개 부분을 고려해 공시 확대 등 투자자 보호에도 나서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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