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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자본은 오징어게임 못 만듭니까…"죄송하지만 그렇습니다"

[마켓인]오징어게임 이후 나온 '우리는 못 만드냐'
보수적인 국내 콘텐츠 제작 정서 여전에
넷플릭스 수준 투자 실행할 사업자 부재
1편의 대박 위해 수천억 쓰는 투자 구조
"국내 제작 환경서는 사실상 쉽지 않아"
  • 등록 2021-10-25 오전 12:10:00

    수정 2021-10-26 오전 8:34:35

[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하나만 터지길 바랐을 것이다.”

전 세계 1억4200만 시청자(20일 넷플릭스 발표 기준)가 봤다는 오징어게임을 두고 국내 콘텐츠 업계에서 내린 평가다. 올해 5500억원 투자를 비롯해 누적 7700억원의 자금을 국내 콘텐츠에 쏟아부은 넷플릭스의 전략을 함축한 말이기도 하다.

외국 자본이 오징어게임을 제작했다고 하니 정치권에서도 한마디 하고 나섰다. 지난 12일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의 한국방송공사(KBS) 국정감사 때 “(한국방송공사는) 왜 오징어 게임 같은 콘텐츠를 생산하지 못하느냐”거나 “우리도 이런 거 해보자”는 말이 나왔다.

(사진=AFP)
“지금은 오징어게임 만들 환경이 못 됩니다”

‘우리도 오징어게임 같은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느냐’는 질문에 결론부터 말하자면 ‘지금은 못 만든다’이다. 이것저것 따져야 하는 국내 콘텐츠 제작 정서를 하루아침에 깨트리기도, 넷플릭스에 버금갈 규모의 투자를 당장 실행할 사업자도 현재로선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콘텐츠 업계 설명을 종합하면 오징어게임 시나리오는 수년에 걸쳐 콘텐츠 업계 관계자들의 손을 거쳐 갔다고 한다. 흥미를 느끼던 곳도 있었지만 공통된 의견은 “방송으로 담아내기에 수위가 너무 높다”는 게 중론이었다.

제작비도 고민이었다고 한다. 오징어게임을 이전부터 알고 있었다는 한 업계 관계자는 “(오징어게임이) 지상파는 일단 힘들다고 봤고 (수위가 너무 높아) 케이블도 힘들다고 봤다”며 “무엇보다 적잖은 제작비를 감수해야 하는데 그걸 감내할 곳이 없었다”고 말했다. 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 자본이 아니었다면 오징어게임 제작은 지금까지도 없었을 것이라는 얘기다.

설령 제작되더라도 제작비 충당을 위한 ‘지못미(지켜주지 못해 미안한)’ 장면들이 적잖았을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초록색 트레이닝복 대신 브랜드가 선명히 박힌 옷을 입거나 배식시간에 나온 (상품명이 보이는) 음식이 맛있다며 감탄하는 생뚱맞은 장면과 마주해야 했을지 모른다.

사실 더 주목해야 할 점은 넷플릭스의 투자 방식이다. 넷플릭스의 창업자 리드 헤이스팅스는 미국 보든 칼리지에서 수학을 전공하고 스탠퍼드 대학교에서 컴퓨터 과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시청자들이 어떤 콘텐츠를 좋아하고, 어떤 콘텐츠를 끝까지 보는지 등의 수치화를 통해 회사 경영을 주도하는 인물이다.

통계의 중요성을 외치는 그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한 편의 메가히트가 결국 나머지 콘텐츠까지 살릴 수 있다’는 점을 꾸준히 강조했다고 한다. 하나의 ‘대박’을 위해 프로젝트당 200억~300억원의 투자를 꾸준히 이어간 것도 이 때문이다. 그 결과 전 세계 넷플릭스 사용자들이 가장 많이 본 콘텐츠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그래픽=이미나 기자)
하나만 걸려라…넷플릭스식 투자 따라 할 수 있나

언뜻 무식해 보이는 이러한 투자기법은 가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 19일 넷플릭스는 3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유료 가입자가 438만명 증가했다고 밝혔다. 3분기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16% 증가한 74억8000만 달러(8조8151억원)를 기록했다.

20일 기준 넷플릭스의 시가총액은 2890억달러(약 340조원)다. 오징어게임이 개봉한 지난달 17일 시총(2600억달러)과 비교하면 약 290억달러(34조원) 증가했다. 5500억원을 투자해 시가총액 34조원 증가를 이끌었다면 수학적으로나, 비즈니스적으로나 남는 장사를 한 점은 부정할 수 없다.

넷플릭스는 앞으로 국내 투자를 더 늘려갈 것으로 보인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올해 넷플릭스가 국내 콘텐츠 제작에 투자한 5500억원은 넷플릭스 연간 콘텐츠 예산의 2.8%에 불과하다. 한번 맛을 봤으니 예산이 더 늘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오징어게임이 국내 OTT 사업자들에 던진 과제는 간단하다. 넷플릭스가 투자한 만큼, 혹은 그에 버금가는 금액을 콘텐츠 제작에 꾸준히 투자할 수 있느냐다. 한편의 메가히트를 위해 프로젝트당 수백억원 상당의 뚝심 있는 투자를 이어갈 수 있느냐의 문제기도 하다.

해당 질문에 한 업계 관계자는 대답 대신 반문을 했다. “올해 우리나라에 (넷플릭스 제외하고) 200억원 이상의 제작비가 들어가는 영화나 드라마나 몇 편이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실제 3~4개가 채 되지 않는다.

반대로 넷플릭스가 올해 수백억원의 제작비를 투자한 국내 콘텐츠는 △무브 투 헤븐 △킹덤:아신전 △디피 △오징어게임 △마이네임 그리고 11월 공개를 앞둔 ‘지옥’ 등이 있다. 영화로 범위를 넓히면 ‘제8일의 밤’ ‘낙원의 밤’ 기존 제작 영화를 사들인 ‘승리호’나 ‘사냥의 시간’ 등 10편이 넘는다.

“넷플릭스도 다 잘 될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을 겁니다. 그런데 결국 (오징어게임이) 대박 났잖아요. 국내 제작사들이 넷플릭스의 투자 방식으로 따라갈 수 있을까요? 한다고 한들 2~3년은 할 수 있을까요?” 반전의 여지는 남았지만 당장의 오징어 게임 제작 가능성을 논하는 게 시기상조라 생각되는 이유다.
(그래픽=문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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