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5일` 조선왕조 오백년 시작…장수에서 왕으로[그해 오늘]

요동 정벌군 1388년 장마로 압록강 위화도에 발묶여
회군 요청 거부되자 개경으로 진군해 정권잡은 이성계
이성계 왕위 오른 1392년 8월5일부터 518년간 번영
  • 등록 2022-08-05 오전 12:03:00

    수정 2022-08-05 오전 7:49:03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원나라가 멸하고 명나라가 건국한 1368년. 고려는 곧장 명과 국교를 맺고 조공을 바쳤다. 외교적으로 어색한 처지를 모면하는 차원이 컸다. 원이 번성할 때 득세한 친원파가 고려 정권 유지에 기여해온 탓이다. 그럼에도 명은 노골적으로 고려에 복속을 압박했다. 고려 철령 이북 영토를 명의 지배에 두고자 했다. 한때 원이 이 지역을 점령했으니 다시 돌려달라는 것이다. 1388년 명은 이 지역을 관장할 기구 철령위(鐵嶺衛)를 요동에 설치하려고 준비한다.

조선태조어진 (朝鮮太祖御眞).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 초상화.(사진=문화재청)
고려는 이를 침략으로 규정하고 역공에 나선다. 우왕과 최영은 압록강 이북의 요동을 먼저 정벌하기로 계획을 수립한다. 정벌군의 주축은 좌군도통사 조민수와 우군도통사 이성계였다. 이성계는 우왕이 반대파를 숙청하고 정권을 쥐는 과정에서 최영과 함께 지지세력에 섰던 인물이다. 1388년 5월 출정을 떠난 두 사람은 6월 압록강 하류 위화도에 진을 친다. 지금의 신의주와 단둥 사이 압록강 한복판에 있는 섬이다. 그러나 큰비로 물이 불어나고 강을 건너지 못한 상태에서 장마가 겹쳤다.

이성계는 우왕과 최영 지휘부가 있는 평양으로 파발을 띄워 `회군`을 요청했다. 요동까지 가려면 압록강을 건너 크고 작은 강을 지나야 하는데, 시기상 어렵다는 게 이유였다. 조민수도 이성계와 뜻을 함께했다. 우왕과 최영은 회군을 물리치고 진군을 명령했다. 위화도의 이성계는 재차 회군 요청을 하지만 이번에도 막혔다. 이성계는 말머리를 돌려 평양을 거쳐 개경으로 갔다. 우왕과 최영은 응수하지 못하고 패배했다.

정권을 잡은 이성계는 전권을 행사했다. 사실상 자신이 만든 창왕과 공양왕을 차례로 왕위에 올리고 폐위시킨 끝에, 1392년 8월5일(음력 7월17일) 스스로 왕에 오른다. 공양왕으로부터 옥새를 넘겨받는 것으로 왕권이 넘어갔다. 이듬해 2월 국호를 조선으로 정하고, 1394년 도읍을 한양으로 옮긴다.

조선은 유교를 받들고 불교를 누르는 숭유억불(崇儒抑佛)을 지향하고 성리학을 장려했다. 중앙집권 체제를 공고히 하고 강력한 왕권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정치를 펴나갔다. 세종 시기 문화와 예술, 과학 방면에서 눈부신 발전을 이뤘다. 한글 창제는 으뜸으로 꼽힌다. 임진왜란(1592~1598년)과 병자호란(1636~1637년) 등 국란으로 이어진 외세의 침략에 굴하지 않고 주권을 지켰다.

북중이 접경한 압록강 하류 지역에 위치한 위화도(빨간 원).(사진=구글 지도)
조선 후기로 갈수록 조정의 암투, 관리의 부패, 계급 간 불화로 혼란을 겪었다. 상업화가 이뤄지면서 힘을 기른 민간 세력은 왕권을 위협했다. 중앙권력의 위상이 흔들리면서 국력은 쇠하기 시작했다. 결국, 1910년 일제 침략에 무너져내렸다. 이성계가 왕에 오른 지 518년 만이고, 1897년 대한제국이 건국한 지 13년 만이다.

돌이켜보면 고려는 철령위를 명분으로 출정군을 일으켰고, 이성계는 출정군을 거느리고 쿠데타를 일으켰으며, 이로써 정권을 쥐고 왕위에 올라 조선을 설립해, 조선왕조는 500년 넘게 이어졌다. 역사적 평가는 갈리지만, 명이 철령위를 설치하는 이유는 고려를 복속시키려는 게 아니라 북진을 막으려는 차원이라는 해석이 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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