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급격한 금리 인상 여파로 시장 유동성이 메마르면서 ‘빅딜(대형거래)’이 뚝 끊긴 해였다. 일부 기관들은 개인 회원 대출이 폭발적으로 늘면서 좋은 투자 기회가 찾아와도 현금 여력이 여의치 않아 시장 상황을 관망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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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연기금과 공제회 등 기관투자가들이 내년 투자 계획안 때문에 고민에 빠졌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잠잠해질 무렵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과 금리 인상에 따른 경기 둔화 우려로 올해 시장은 침체 국면에 접어들었다. 내년 상반기까지 금리 상승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투자전략 세우기가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한 공제회 관계자는 “시장이 위축되는 상황을 보면 최소 내년 상반기까지 유동성이 안 좋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지금까지는 대체투자 덕분에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었지만, 유동성 관리가 어려운 자산인 만큼 못 버틸 기관도 생길 수 있어 대체투자 비중을 무작정 늘리기보다 리스크 관리에 방점을 둘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공제회들은 올해 회원들 대출액이 늘어나면서 새로운 투자 건수가 있다고 해도 돈이 부족한 진퇴양난에 빠졌다. 실제로 대다수 공제회는 금리 인상 속도에 따라가기 위해 회원 이자율을 약 3%대 후반에서 5%대까지 큰 폭으로 올리는 방안을 마련 중이다. 지난해 유동성 파티가 끝나고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올해는 투자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실익도 크게 줄어들었다.
다른 공제회 관계자는 “올해 회원들이 시중은행 대출이 아닌 공제회에서 대출받는 경우가 급증해 자금 여력이 줄어들면서 신규 투자 건이 있어도 못하는 상황”이라며 “작년까지 투자를 많이 하기도 했고, 지금 투자를 하더라도 내부수익률(IRR)을 맞춰놨다가 향후 금리가 더 오르면 적자가 날 수 있어 관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CIO 교체 큰 변수 아냐…투자처 발굴 중요”
한편, 올해는 교직원공제회를 시작으로 이미 행정공제회·과학기술인공제회·공무원연금·KIC 등 다수 기관투자가의 수장들이 교체된 해였다. ‘자본시장 대통령’이라고 불리는 국민연금 차기 최고투자책임자(CIO) 인선 작업도 면접 전형까지 끝나고 막바지 단계에 접어들었다.
한 연기금 관계자는 “올해 신임 CIO들이 많이 나왔지만, CIO들이 대거 바뀐다고 해서 기관마다 포트폴리오나 투자 전략이 크게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시중 자금이 부족한 때라 허리띠 졸라매고 버티면서 내년에 투자 수익률을 개선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