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SPN 정철우기자] KIA 장성호(30)와 '달인에게 묻는다'를 진행하던 중 문득 궁금한 것 하나가 떠올랐다. 매년 빠짐없이 3할 타율을 기록했던 그에게 가장 까다로웠던 투수는 누구일까.
장성호는 질문이 떨어지자 마자 큰 소리로 답했다. "이혜천이요."
"왜"라고 묻자 더욱 과격한 소리가 쏟아졌다. "그냥 다 싫다. 걔 나오면 치고 싶지도 않고 칠 생각도 안든다. 아예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유는 결국 '두려움' 때문이었다. 장성호는 "이혜천은 빠른 공을 갖고 있지만 제구력이 좋은 투수는 아니다. 언제 몸쪽으로 잘못 제구된 공이 들어올 지 알 수 없다. 좌타자가 좌투수 공을 잘 치려면 안쪽으로 들어가며 쳐야 하는데 이혜천을 상대로는 그럴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2001년 당시만해도 최고 광속구 투수로 손꼽혔던 신윤호가 약점이던 제구력을 잡는 대신 슬라이더 하나만 추가하고도 그해 다승왕을 차지할 수 있었던 것도 같은 이치다.
'두려움'은 그 크기를 재어 수치로 나타낼 수 없는 탓에 많이 언급되지 않지만 타자와 투수의 싸움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다. '달인에게 묻는다' 1편 주인공이었던 삼성 양준혁도 "가장 치기 어려운 구종은 직구"라고 밝히며 "치기도 힘들 뿐 아니라 정말 빠르고 힘있는 직구가 몸쪽으로 오면 두려움도 갖게 된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참고로 양준혁은 이혜천에게 지난해 단 한개의 안타(8타수 무안타)도 뽑아내지 못했다. 역시 몸에 맞는 볼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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