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LB 한국야구 다시 보기 5]통쾌, 유쾌, 상쾌 고추장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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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08-02-10 오전 11:12:13

    수정 2008-02-10 오후 1:52:55

[로스앤젤레스=이데일리 SPN 한들 통신원] 2006년 3월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은 한국엔 아쉬움 그 자체였습니다. 예선 1,2라운드서 6전 전승을 거두고도 준결승서 일본에 딱 한번 졌을 뿐인데 결승에 오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일본이 쿠바를 꺾고 우승까지 해 그 아쉬움은 더했습니다.

하지만 한국 야구는 예상을 뒤엎고 ‘본토 야구’도 깜짝 놀래 키며 세계 4강에 올라 고추장 야구의 진수를 보였습니다.

사상 첫 야구 월드컵에서 얻은 가장 큰 소득은 무엇이었나요. 뭐니뭐니 해도 ‘곡선(曲線)의 야구’가 ‘직선(直線)의 야구’를 눌렀다는 사실입니다. 곧 ‘변방’ 한국 야구의 미국 야구에 대한 승리, 그것이었습니다.

한국은 매 경기 야구에서 그릴 수 있는 곡선을 모두 그려냈습니다. 투수들에게는 변화구와 컨트롤이 있었습니다. 서재응을 비롯한 투수들은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가장 빠른 볼을 던지는 박찬호가 마무리와 선발을 오가며 맹활약할 수 있었던 원동력도 바로 곡선의 변화구와 컨트롤이었습니다.

타자들의 철저한 팀 배팅은 방망이로 그려낸 또 하나의 곡선이었습니다. 욕심내지 않고 짧게 끊어 치는 타법은 안타를 못 때리면 ‘ℓ’자의 파울볼이라도 날려 상대 투수의 투구 수를 늘려 놓았습니다. 그렇게 집중력 높은 배팅은 16개국 가운데서 중하위권의 팀타율로 한국이 최고의 승률을 올릴 수 있었던 또 다른 밑거름이었습니다.

전경기 무실책으로 ‘퍼펙트’라는 극찬을 들었던 수비는 곡선의 야구가 보여줄 수 있는 고갱이였습니다. 상대 타자들의 성향을 철저히 분석한 것에 따른 수비 시프트는 안타가 될 곳에 어김없이 야수들을 갖다놓아 그물망을 펼쳤습니다.

반면 야구 본토를 자처하는 미국은 처음부터 줄곧 직선이었습니다. 투수와 타자, 그리고 감독이 하나같이 똑같았습니다.

투수들은 아직 컨디션이 100%에 오르지 않았으면서도 ‘칠 테면 쳐보라’는 식으로 밀어붙였습니다. 이승엽에게 결승 홈런을 얻어 맞았던 돈트렐 윌리스가 좋은 예였습니다(윌리스는 그 때의 놀라운 충격 탓인지 아직도 한구 야구하면 “아 그 왼쪽 타자”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미국에 팀 배팅은 아예 없었습니다. 때문에 숱하게 찾아온 찬스들이 허공으로 날아갔습니다. 마이크를 잡고 있다가 덕아웃에 앉은 벅 마르티네스 감독은 속수무책이었습니다.

미국은 선수와 감독이 그렇게 우직하기만 하더니 결국 한국이 일본을 꺾고 차려준 밥상에 숟가락도 뜨지 못하고 멕시코에 패하면서 안방에서 8강 탈락이라는 개망신을 당했습니다.

직선은 강합니다. 일방이고 단선입니다. 타협이 없습니다. 그래서 오만하고 독선적입니다.

물론 직선도 통할 때가 있습니다. 힘이 뒷받침됐을 경우입니다. 힘이 있으면 끝 간줄 모르고 한없이 뻗어만 나가는 게 직선의 속성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미국은 힘이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그 사실을 모른 채 해오던 대로 상대를 몰아붙이다 되려 부러지면서 추락하고 말았습니다.

곡선은 약합니다. 대신 부드럽습니다. 한 곳으로만 가지도 않습니다. 여러 갈래로 트여 있습니다. 그래서 막히면 우회합니다. 융통성이 있고 임기응변에 능합니다. 힘이 없어도 강할 수 있는 게 곡선의 미학입니다.

몸값과 이름값으로 따지면 비교가 안 되는 한국 야구가 미국 야구를 무릎꿇린 것도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힘없이 늘어진 것처럼 보이는 한국 초가의 처마와 구불구불한 시골길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기만 한 미국의 초고층 빌딩과 광활하게 쭉 뻗은 프리웨이를 이긴 WBC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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