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들의 친구 야구] ‘김병현=불펜’의 오류

  • 등록 2008-02-27 오전 10:01:04

    수정 2008-02-27 오전 10:13:22

[로스앤젤레스=이데일리 SPN 한들 통신원] ‘김병현은 선발 투수로 적합한가, 아니면 불펜 투수가 제격인가.’

메이저리그 관계자들은 물론 팬들 사이에서 끊임없이 제기된 화두입니다.

최근 피츠버그가 김병현을 영입하면서 구원 투수로 못박고, 팀의 취약한 오른쪽 불펜에 큰 힘이 돼주기를 바란다고 밝혀 일단 논란의 화두는 불펜으로 방점이 찍혔습니다.

과연 피츠버그의 판단과 결정은 옳은 것일까요?

피츠버그의 불펜 기용론에는 다분히 ‘향수가 어려’ 있습니다. 스스로도 밝혔듯이 과거 성적에 연연한 게 큽니다.

물론 김병현은 불펜 투수로서 나무랄 데 없는 전과를 올렸습니다. 1999년 5월말 뉴욕 메츠전서 마이크 피아자를 삼진으로 솎아내며 데뷔 첫 등판서 첫 세이브를 따낸 것을 필두로 2003년까지 구원으로만 278게임에 등판해 86세이브 20홀드를 따냈습니다. 특히 2001년과 2002년엔 각각 78경기서 19세이브 11홀드(5승6패), 평균 자책점 2.94, 72경기서 36세이브(8승3패) 평균 자책점 2.04를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2003년 이후 구원 투수 김병현의 성적은 하강곡선을 긋습니다. 2004년 6.35, 2005년 7.66, (2006년은 27경기 모두 선발 등판), 2007년 8.00으로 한 번도 선발 투수로서의 평균 자책점 보다 높지를 못했습니다.

피츠버그 수뇌부가 김병현을 영입하면서 꼽은 불펜 투수로서의 세 가지 장점-언더핸드라는 독특한 투구 폼, 뛰어난 탈삼진율, 오른손 타자에 강하다는 점-도 동전의 양면입니다.

언더핸드라는 독특한 투구폼은 선발 투수로서도 장점이기도 합니다.

비교적 높은 탈삼진율은 위기 상황에 등판하기 마련인 구원 투수에게 반드시 필요한 덕목이지만 김병현은 주자가 없을 때도 비슷한 삼진을 잡아냈습니다. 지난해 주자가 없을 때-53개, 주자가 있을 때-54개로 대동소이했습니다. 선발 투수로서 탈삼진율은 109.1이닝서 102개, 0.933으로 불펜으로서 9이닝서 5개의 0.56개를 훨씬 웃돕니다.

오른손 타자에 강하다는 것 또한 양날의 칼입니다. 상대팀이 왼쪽 타자를 대타로 기용하면 별무소용입니다.

다른 여러 가지 면들로 봤을 때도 김병현의 불펜 기용은 그다지 설득력이 높지 않습니다.

지난해 김병현은 선발로 등판했을 때 투구수 90개, 이닝으로는 5~6회를 당도하는 시점에서 체력의 한계를 드러냈습니다. 과연 이틀에 한 번 꼴로 연투를 해야 하는 불펜 투수로서 체력이 버텨낼지 미지수입니다.

또 한 가지 들 수 있는 점은 볼 빠르기입니다. 불펜 투수는 짧은 이닝을 던지는 만큼 빠른 볼로 상대 타자를 밀어붙이면서 최대한 수비 시간을 줄여야 하는 게 임무입니다. 하지만 지금 김병현은 불펜 투수로서 전성기를 누렸던 애리조나 시절 뿌렸던 93마일 이상의 패스트볼이 실종된 지 오래입니다. 지난해의 경우 90마일 밑으로 형성되는 패스트볼로 체력을 안배하면서 이닝을 보다 길게 던지는 쪽으로 피칭 스타일도 바뀌었습니다.

무엇보다 김병현이 불펜 투수로서 부적합한 가장 큰 이유는 기질입니다. 비유하자면 김병현은 아직도 ‘살리에르 보다는 모차르트’에 가깝습니다. 옆에서 거들기 보다 스스로 책임지고 주도하고 싶어 합니다.

그의 기억 속에 아직도 선명하게 남아 있는 2001년 뉴욕 양키스와 월드시리즈 피홈런에서 비롯된 블론 세이브들,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 일본과의 준결승전서 똑같은 전철, 그리고 지난 시즌 118.1이닝서 20홈런을 허용한 높은 피홈런율은 모두 아직도 도망가지 않고 맞대결을 즐기는 캐릭터의 소산이었습니다.

김병현 스스로도 그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어 데뷔 때부터 줄곧 선발을 희망해왔던 것이기도 합니다.

과거의 해석은 현재를 따로 뚝 떼어놓고 해선 안 될 일입니다. 실패로 가는 지름길입니다. 다가올 시범경기서 피츠버그의 오류를 김병현 스스로 바로 잡아놓을 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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