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차기에 강한 골키퍼들의 비결은 무엇일까. 이운재는 승부차기의 달인으로 불린다. K리그에서 경험한 12번의 승부차기에서 11승1패로 91.7%의 높은 승률을 기록했다. 58번의 킥 가운데 26번이나 선방해 방어율은 44.8%에 달했다.
이운재는 “승부차기는 한 두개만 막아도 되는 골키퍼에게 유리한 승부”라고 말했다. 그는 “방향을 미리 정한 것 같으면 그 방향을 읽으려 하고, 미리 정하지 않고 골키퍼가 움직이는 것을 보고 차려는 느낌이 들면 예단하지 않고 끝까지 기다렸다가 움직인다”고 말했다.
그는 14일 경기에서 부산의 3번째 키커 김근철의 모습을 유심히 살폈다. “공을 놓으면서 왼쪽 방향만 보기에 오른쪽으로 차려는 속임수 동작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상대의 심리전을 역이용한 이운재는 김근철의 킥을 보기 좋게 막아냈다.
스페인과의 2002년 한·일월드컵 8강전 승부차기에서는 끝까지 움직이지 않은 끝에 호아킨의 킥을 쳐냈다. 호아킨은 이운재가 미동도 하지 않자 당황해 실축에 가까운 킥을 찼고 이운재는 대표팀을 4강으로 이끌었다.
경남 김병지는 “킥하기 전 상대가 부담을 가지도록 큰 움직임을 보여주면 좋다”고 말했다. K리그 19년차로 워낙 경험이 많은 그는 웬만한 상대의 특성을 모두 꿰고 있다. 그는 “제주 첫번째 키커인 (김)은중이와는 서울에서 함께 뛰어 좋아하는 방향을 알고 있었다. 반대쪽으로 차지 않을까 잠시 고민했지만, 결국 좋아하는 방향으로 뛰어 막아냈다”고 말했다.
외국에도 승부차기 승부사들은 많다. 사이먼 쿠퍼와 스테판 지만스키가 펴낸 <사커노믹스>에 따르면 2006년 독일월드컵 8강전에서 독일 골키퍼 옌스 레만은 양말에 쪽지를 하나 넣고 경기에 나섰다.
쪽지에는 상대인 아르헨티나 선수 7명의 승부차기 성향이 적혀 있었다. 독일은 월드컵 전에 1만3000회의 승부차기를 분석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한 터였다.
승부차기에서 쪽지에 적힌 7명 중 2명이 키커로 나섰다. 그 중 아얄라는 쪽지에 적힌 대로 ‘오래 기다렸다가 길게 도움닫기 해 오른쪽’으로 찼고 레만은 왼손으로 그의 킥을 막아냈다. 아르헨티나 마지막 키커 에스테반 캄비아소는 쪽지에 없는 이름이었다. 그러나 캄비아소는 레만이 쪽지를 들여다보고 있는 것만으로 ‘저들이 무언가 알고 있다’고 생각해 고민에 빠졌다. 레만은 캄비아소가 혼란 속에 찬 킥을 보기좋게 막아내 4강에 진출했다.
2008년 유럽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 맨유와 만난 첼시는 판데르사르의 이러한 점을 노렸다. 실축한 존 테리를 빼고 미하엘 발라크, 프랭크 램퍼드 등이 불편한 방향으로 차 성공시켰다.
그러나 판데르 사르는 첼시의 전략을 간파했다. 니콜라 아넬카가 섰을 때 판데르사르는 어디로 찰지 안다는 듯 손가락으로 오른쪽 구석을 가리켰다. 아넬카는 당황했고 반대 방향으로 찼다. 판데르사르는 막아냈고 챔피언 트로피는 맨유에게 돌아갔다.
축구 역사상 가장 완벽한 승부차기는 1986년 유러피언컵 결승에서 나왔다. 루마니아 슈테아우아 부쿠레슈티의 골키퍼 헬무스 두카담은 승부차기에서 스페인 명문 바르셀로나 키커 4명의 킥을 연속으로 막아냈다. 동료들이 두 번이나 실패했지만 그의 눈부신 선방으로 팀은 2-0으로 승리해 루마니아 클럽으로는 유일하게 유럽 정상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