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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제조업이다 보니 3년째 투자자들로부터 외면을 당하고 있습니다.”(초음파 핸드드라이어 개발 A사 대표)
지난해 벤처투자가 6조원을 넘어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제2벤처붐’ 열기가 확산하면서 투자에서 성장, 회수, 재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이뤄지고 있다는 평가다. 하지만 벤처투자가 ICT(정보통신기술)·바이오·유통 등 일부 업종에 3분의 2 이상 쏠리며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3일 중소벤처기업부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벤처투자액이 사상 처음 6조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3분기 누적 투자액이 5조 2593억원으로 이미 전년 연간 실적(4조 3045억원)을 뛰어넘었기에 이미 6조원 돌파는 예견된 상황이었다. 이중 ICT와 바이오·의료, 유통·서비스 등 상위 3개 업종에 4조원 가까이 몰리며 전체 투자의 약 73%를 차지했다.
반면 지난 3분기 기준 전기·기계·장비와 화학·소재 업종에 투자된 자금 비중은 각각 7.3%, 3.0%에 불과했다. ICT와 바이오 등에는 돈이 넘쳐나고 있지만, 제조업종은 등한시되는 분위기다.
실제로 A사는 소음없이 빠르게 손을 말릴 수 있는 ‘초음파 핸드드라이어’를 정부 연구과제를 통해 2년 반 넘게 개발 중이지만, 아직 투자 유치에 성공하지 못했다. 그동안 IR행사에 5차례 참여했지만 투자자들로부터 외면받았다. A사 대표는 “자금 여력이 부족해, 우선 소형 가전제품을 만들어 매출을 일으킨 뒤 초음파 핸드드라이어 사업화에 나서기로 전략을 수정했다”고 말했다.
임채운 서강대 교수는 “초기 투자비용이 많이 들어가지 않고, 한 두개 아이템으로 대박 나면 단기에 투자이익을 회수할 수 있는 업종에 투자가 몰린다”며 “시장이 왜곡해서 나타나는 현상을 정부가 바로잡아줘야 한다. 정부가 출자하는 모태펀드 중에 제조업에 집중하는 성격의 자펀드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