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자산 가치가 급등하는 ‘에브리싱 랠리’가 한창이던 2년 전쯤 한 주식투자 커뮤니티에서 읽은 글이다. 주가가 연일 오르는 상황이니 진입 시점을 고민하지 말고 하루라도 빨리 투자에 나서야 수익률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조언이었다.
그 땐 정말 그랬다. 주식투자 환경은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2020년 초 확산된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를 비롯한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기준금리를 인하하자 시중 자금이 증시로 몰렸다. 2020년 3월19일 장중 1439.43까지 떨어졌던 코스피는 완화적인 통화정책에 따른 위험자산 선호 심리에 힘입어 지난해 6월25일에는 3316.08까지 올랐다. 1년 3개월여 만에 두 배 넘게 폭등한 것이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시중에 유동성이 늘어난 상황에서 코로나19로 억눌렸던 펜트업 수요가 폭발하자 전 세계적인 공급난이 발생했다. 여기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공급난을 더욱 부추기면서 물가가 걷잡을 수 없이 올랐다. 이 때부터 물가안정을 목표로 하는 연준은 긴축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연준은 올해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25bp(1bp=0.01%포인트) 올린 것을 시작으로 긴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빅 스텝’(50bp 인상), ‘자이언트 스텝’(75bp 인상)과 같은 생소한 단어도 이제 익숙해졌다.
문제는 주식 투자로 재미를 본 기억이 아직 우리 머릿속에 뚜렷하게 남아 있다는 점이다. 이같은 기억은 코스피 지수가 하락해도 내가 산 종목은 오를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로 이어진다. 최근 급락한 주가는 저점 매수를 하기에 상당히 매력적인 가격대로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아직은 참고 기다리며 때를 기다리는 편이 좋다는 게 대다수 증시 전문가들의 견해다. 특히 월가에서 9월은 ‘잔인한 달’로 여겨진다. 역사적으로 ‘서머 랠리’ 이후 주가 급락이 잦았기 때문이다. 올해는 더욱 그럴 가능성이 크다. 멈추지 않는 인플레이션과 이에 따른 연준의 긴축에 대한 공포가 주가를 짓누를 수 있어서다.
국내 증시 역시 호재를 찾아보기 어렵다. 물가, 소비, 생산, 투자, 수출 등 어떤 경제지표를 살펴 봐도 악재만 가득하다. 산업 현장에서 들리는 소식들도 우울하기는 마찬가지다. 원·달러 환율 급등으로 외국인이 이탈하면 코스피는 바닥이 어딘지 모를 추락을 겪을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한 때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라는 소설이 유행한 적이 있다. 이 제목에 빗대어 표현해 본다면 코스피에 드리운 그림자는 50가지도 더 된다.
이번 달에는 투자 커뮤니티에 이런 글이 올라올지도 모르겠다.
“오늘의 저점이 내일의 고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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