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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SPN 김영환 기자] 배우 유해진(40)이 자신의 두 번째 주연작 `죽이고 싶은`으로 돌아왔다.
`죽이고 싶은`은 서로 다른 기억을 안고 있는 두 남자가 서로를 죽이기 위해 발버둥 치는 영화다. 유해진에게는 2009년 `트럭`에 이은 두 번째 주연작이라는 의미가 있다.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모 카페에서 만난 유해진은 그러나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역할이 마음에 들어 영화를 선택했다 뿐이지 주조연을 굳이 나누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주연이나 조연이나 부담감이 생기는 것은 마찬가지에요. 연기라는 측면에서 보면 모두 똑같죠. 주연이라 더 열심히 하고, 조연이라 덜하는 것은 없어요. 굳이 차이점을 따지자면 주연보다 조연이 시간적 여유가 좀 더 있는 거 정도요?"
유해진이 영화를 선택하는 기준은 단순했다. 시나리오를 보고 재미있겠다 싶은 작품을 고른다. 2009년 영화진흥위원회가 제작지원했던 작품 중 시나리오가 가장 좋다고 소문난 `죽이고 싶은`이 유해진의 구미를 당긴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이상한 영화라는 생각을 했어요. 스릴러는 아니고 블랙 코미디?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잘 찍으면 정말 괜찮겠다 싶었죠."
◇고생스러웠던 촬영, 스태프·천호진 선배 기억에 `울컥`
"시사회 때 `주어진 조건 내에서는 최선을 다했다`는 말을 두 번이나 했어요. 촬영을 마치고 잊고 있다가 갑자기 시사 일정이 잡혔는데 촬영 때 기억이 살아나더라고요. 그래서 스태프들과 함께한 그 때의 고생이 떠올라서 `주어진 조건`이라는 말을 거듭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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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특히나 설정상 몸을 마음껏 쓸 수 없어 더욱 까다로웠다. 유해진이 맡은 상업 역이나 천호진의 민호 모두 마비로 거동이 불편한 환자다. 이 때문에 이들은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대결을 한다. 그러나 늘 미수에 그치고 최후의 대결에서 처절한 싸움을 벌인다. 영화 후반부 두 배우는 바닥을 기는 액션 장면을 선보였다.
"마지막 액션신을 찍는데 2박3일 정도 걸렸어요. 몸을 움직이지 않으면서 찍어야 했으니 더 답답했죠. 특히 연기를 마치고 모니터를 해보면 움직일 수 없는 신체부위가 움직이는 거예요. 그럼 다시 찍어야 하는 거죠."
"촬영을 하면서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눴죠. 이야기를 나누면서 선배님이 더 좋아졌습니다. 제가 많이 의지하기도 했고. 마지막 촬영이 끝나고 선배가 일정 때문에 바쁘게 올라가셨는데 전화를 해주셔서 통화했어요. 정말 고생했다는 내용의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감동을 받아 울컥했네요."
◇유해진에게 연기란…"그냥 하는 것"
유해진은 이 영화에 대해 "기억의 진실에 관한 문제를 언급하고자 하는 영화"라고 정의했다. "하나의 진실은 변함이 없는데 자기 중심적인 기억과 생각들이 얼마나 진실을 우습게 매도해버리는지 영화를 통해 알게 될 것이다"고 했다.
유해진에게 `죽이고 싶은`에서처럼 실제 `죽이고 싶은 것`이 있는지 물었다. 굳이 사람이 아니더라도 버릇이나 습관 등 선택의 폭을 넓힐 수 있는 전제도 달았다. 고민하던 유해진의 답변은 "없다" 였다. 다분히 현재에 만족하는 유해진의 면모를 느낄 수 있는 답이었다.
"유해진에게 연기란…. 그냥 하는 거예요. 그렇다고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냥 그냥 해오고 그냥 그냥 살아가는 것 같은 거죠. 사실 저도 모르겠어요. 정체가 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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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한대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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