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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SPN 정철우 기자] 두산과 롯데의 준플레이오프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1,2차전을 모두 롯데가 차지하며 일방적인 분위기가 됐지만 내용까지 그랬던 것은 아니다. 매 경기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치열한 승부가 펼쳐졌다.
롯데의 집중력이 놀랍지만 두산이 승리를 거뒀다고해도 이상하지 않았을 만큼 훌륭한 상대를 해주고 있다.
연장 10회초에 터진 이대호의 자존심포, 완전치 않은 몸 상태에서도 승부를 원점으로 돌리기 위한 김선우의 역투 등 참 많은 이야기 거리를 만들며 시리즈가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한가지, 목에 걸린 가시 처럼 불편한 것이 한가지 있다. 최고의 집중력과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는 양팀 선수들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 있다. 운동장 환경이 그것이다.
겉으로 보기에 잠실 구장은 완벽한 구장으로 느껴진다. 하지만 선수들이 자신의 기량을 완전히 뽑아내기엔 여전히 부족함이 많다.
두산은 1차전서 단 한 개의 도루도 성공하지 못했다. 상대 견제가 강했던 탓도 있지만 더 중요한 이유는 잠실 구장 그라운드 때문이었다.
1루 베이스 부근의 흙이 너무 부드럽고 푹신한 탓에 스타트를 끊는 것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구장측이 보수를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계속 흙을 덮고 땅을 고르는 작업을 했다. 그러나 계속해서 흙을 덮기만 하다보니 땅이 무르고 미끄러워질 수 밖에 없었다.
두 산이 그것 때문에 밀리고 있다는 의미가 아니다. 1루가 미끄러워 괴로웠던 건 롯데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시즌 막판까지 이대형(LG)과 치열한 도루왕 경쟁을 했던 김주찬도 “도루 준비를 많이 했는데 첫 1,2발이 너무 미끄럽다. 겁이 나서 뛰기 어렵다” 힘겨움을 털어놓았다.
안타까운 것은 누구도 이런 문제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저 가십 거리나 선수들의 핑계 정도로 여기는 분위기가 대세다.
야구장은 선수들이 최선의 플레이를 펼칠 수 있도록 지원돼야 한다. 부상에 대한 두려움이나 다른 변수가 최소화 될 때 최선의 기량과 기량의 향연이 펼쳐질 수 있게 된다.
우리 야구장은 어떤가. 선수들의 불만이 계속되도 묵묵 부답이다. 그라운드 관리 비용은 오히려 관중석이나 화장실 보수보다 뒷 순위로 밀린다.
새로운 야구장은 프로야구의 지상과제다. 그러나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새 구장 역시 금세 선수들의 발목을 잡는 애물단지가 될 것이다.
3차전을 앞둔 사직 구장 환경은 잠실 보다 더 좋지 못하다. 이상 고온과 많은 비 탓에 구장 환경이 가장 좋지 않은 시기에 접어들어 있다.
두산과 롯데는 지금 최고의 집중력으로 경기를 치르고 있다. 그들의 수준 높은 플레이가 혹 구장 환경 탓에 눈살을 찌프리는 장면으로 바뀌게 된다면… 생각하기도 싫은 일이다.
야 구 인기가 높아지다보니 야구장 환경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있다. 그러나 잊어선 안될 것이 있다. 환경 개선의 가장 첫번째 고려 대상은 선수다. 선수들이 최선을 다할 수 있는 그라운드가 먼저다. 최고의 팬 서비스는 최고 선수들의 최고 플레이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