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갤러리] 예술 아니다 치열한 노동이다…서정민 '선들의 여행 22'

2019년 작
쓰고 버린 한지 모아 압축하고 잘라 붙여
한 작품당 심는 한지조각 5000∼1만개쯤
붓끝 아닌 손끝으로 빚은 '노동의 결정체'
  • 등록 2019-12-21 오전 12:35:01

    수정 2019-12-21 오전 11:38:47

서정민 ‘선들의 여행 22’(사진=갤러리박영)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쏟아질 듯 내리꽂힌, 쓸어내린 듯 바닥을 향한 수많은 저 선들이 궁금하다. 옛 초가에 올렸던 짚인 듯도 하고, 색색으로 칠한 빨대 같기도 하다. 아니면 얇게 썬 나무토막? 그런데 다가갈수록 드러나는 실체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그거다. 한지.

작가 서정민은 오롯이 한지로만 작업한다. 10년을 넘겼다. 회화로 조각으로 다른 주제를 말해 왔지만 한눈 팔지 않고 고집스럽게 이어온 여정이다. ‘선들의 여행 22’(2019)로 작가가 만든 건 ‘숲’. 누구나 들어설 수 있는 현실풍경의 숲은 아니다. 작가 자신만 들어설 수 있는 상징의 숲이란다. 미학적 진리란 것도 결국 주관이 결정하는 게 아니냐고.

방식은 이렇단다. 글씨를 쓴, 혹은 채색한 뒤 바짝 말린 한지를 돌돌 말거나 여러 겹 붙여 단단한 묶음으로 압축한다. 이 묶음을 이 방향 저 방향에서 잘라내고, 잘라낸 조각을 색감·질감에 따라 화면에 심어낸다. 특별한 것은 그 한지의 태생이다. 이미 다른 작가가 쓰고 버린, 어떤 이유로든 예술로 채택되지 못한, 그 한지란 건데. 과거를 덮고 새 생명으로 태어나게 했다고 할까.

작품에 붙이는 한지조각은 5000∼1만개쯤. 붓끝 아닌 손끝으로 빚은 이 치열한 노동에 어느 예술이 견주자고 할까.

내년 1월 31일까지 경기 파주시 회동길 갤러리박영서 여는 개인전 ‘상징의 숲’에서 볼 수 있다. 한지. 110×110㎝. 작가 소장. 갤러리박영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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