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사회] 유튜브의 시대, 기만의 시대

방심위, 방송 벗어난 유튜브 등 뉴미디어 컨텐츠 규제 한계
규제 사각 속 유명 유튜버들 범죄 사실 발각 등 소비자 기만 사례 늘어
  • 등록 2020-10-18 오전 12:05:00

    수정 2020-10-18 오전 9:03:31

[이데일리 장영락 기자] [법과사회]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존재하는 법이 때로는 갈등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법과 사회’에서는 사회적 갈등, 논쟁과 관련된 법을 다룹니다.

미디어의 중심이 바뀌고 있는 시대입니다. 지상파 방송국을 중심으로 한 전통적인 방송 미디어들은 더이상 매스미디어의 확고한 중심이라 말하기 어렵습니다. 유튜브 콘텐츠로 유명해진 뒤 역으로 방송으로 진출하는 사례들만 봐도 이같은 정황이 뚜렷합니다.

이렇듯 유튜브의 전사회적 영향력은 커지고 있지만 규제나 심의는 적용이 까다롭고 모호한 상황입니다. 뉴미디어에 전통 미디어와 같은 규제 장치가 도입될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것도, 유튜브를 즐기는 것만큼이나 흥미로운 일입니다.

사진=로이터
지난 6월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올해 안에 미국 구글 본사를 직접 찾아갈 계획이라는 소식이 나온 적이 있습니다. 유튜브에서 유통되는 유해정보, 가짜뉴스 등 소위 유해 콘텐츠 차단 조치에 협조를 구하기 위해서입니다.

국내 방송 규제 현안을 총괄하는 방심위가 사기업이 운영하는 미디어 채널에 지시도 아닌 협조를 구하기 위해 바다 건너 본사를 찾는다는 소식은 변화된 미디어 시장의 상황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방심위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18조에 따라 설립된 민간기구입니다. 정부 조직이 아님에도 대통령이 상임위원 일부를 위촉하고 방송과 관련한 중요현안에 막강한 결정권한을 갖는다는 점에서 독특한 지위를 갖고 있습니다.

방심위는 방송법 제33조 심의규정에 따라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을 제정·공표합니다. 이 심의규정에는 헌법 준수, 가정생활 보호 등 전통적인 가치부터 양성평등, 방송광고 금지 품목 등 비교적 최근에 문제가 된 사안까지 다양한 항목이 포함됩니다.

문제는 이같은 심의규정은 방송법이 규정한 ‘방송’에만 해당한다는 점입니다. 영상물이라는 형태상의 동질성 외에 유튜브 등 뉴미디어가 제공하는 콘텐츠를 방송으로 규정할 근거가 없습니다. 해외에서 사업을 운영해 국내법 적용이 어려운 해외 사회적관계망서비스(SNS) 사업자는 더 말할 나위도 없습니다.

방심위가 법률적 강제가 아닌 기업들과의 소통, 협력 등으로 콘텐츠 시장을 관리하기 위해 나선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홍수처럼 콘텐츠가 쏟아지는 시대에 중앙집권적인 단일기구가 모든 것을 규제하고 심의하는 것은 물리적으로도 불가능합니다. 콘텐츠를 제공하는 주체들과 적극적인 소통과 협력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방심위는 올해 1분기 유튜브에 불법·유해정보 436건에 대한 자율규제를 요청했습니다. 이 가운데 유튜브는 363건을 삭제·차단했습니다. 이행률은 83.3%로, 페이스북(92.4%)이나 인스타그램(97.6%)에 비하면 낮은 수치지만 협조를 통해 전통적인 방송 심의를 대체하는 노력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성추행 등 여러 논란을 겪고 있는 유튜버 이근씨. 사진=유튜브 캡처
그럼에도 유튜브는 여전히 무법천지와도 같습니다. 채무, 성추행 논란으로 뒤늦게 방송 출연과 광고 등이 ‘삭제’ 당하고 있는 해군 예비역 대위 이근씨 사례는 그 극단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가학적인 군사 훈련 콘텐츠에서 “인성 문제”를 논하며 주목을 받은 그는 채무, 성추행, 폭행 등 잇따른 논란으로 단시간에 자신의 인성을 의심받는 단계로 전락했습니다.

이같은 상황에서 그나마 유튜브 콘텐츠에 대한 규제장치로 작동하는 것은 공식 기관의 제재가 아니라 소비자들의 도덕적 요구라 할 수 있습니다. 이미 올 상반기 뒷광고 논란으로 유튜브 이용자들의 비난이 쏟아지면서 많은 유튜버들이 활동을 중단한 사례가 있습니다.

뜨기 위해 선정적인 소재를 다루고 거짓말, 대중에 대한 기만도 서슴치 않는 시대에 방송 심의는 과거의 유물이 될 수도 있는 위기에 놓였습니다. 과도한 검열이 창작의 자유를 제한했던 과거사를 돌이켜보면 그것이 반드시 나쁜 흐름이라고 말하기도 어렵습니다.

그러나 눈으로 보는 것이 전부가 아님을 누구 하나 가르쳐주지 않는 현실에서, 쏟아지는 영상물들에 이용자들 스스로 공정하고 냉철한 시선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입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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