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히틀러의 광기…마약이 만든 2차 대전의 비극

마약 중독과 전쟁의 시대
노르만 올러|400쪽|열린책들
  • 등록 2023-01-04 오전 12:08:00

    수정 2023-01-04 오전 12:08:00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19세기 초 독일의 화학자 제르튀르너는 아편에서 핵심 성분인 모르핀을 분리 추출하는 데 성공한다. 고통을 쾌락으로 바꿔 주는 이 약물은 의학적 목적뿐 아니라 제약 회사의 큰 돈벌이 수단으로도 이용됐다. 헤로인, 코카인, 메스암페타민이 주성분인 ‘페르비틴’이 출시되며 독일의 제약 회사들은 크게 성장했다. 강력한 마약인 페르비틴은 만병통치약으로 둔갑해 모든 계층에서 소비됐다. 심지어 ‘메스암페타민이 함유된’이라고 써진 과자가 생산될 정도였다. 이런 상황에서 나치 독일군의 광기와 2차 세계 대전의 비극은 예견된 것이었다.

책은 마약이 2차 세계 대전과 히틀러에게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는 점을 폭로한다. 언론인 출신 작가인 저자는 직접 자료를 찾고 분석해 나치 독일 시대를 마약이라는 새로운 관점에서 조명했다. 19세기 모르핀, 코카인 등 마약성 약물의 개발부터 1920년대 독일에 불어닥친 독극물 광풍과 제약 산업의 성장을 다뤘다. 2차 세계 대전 중 독일 국방군의 마약 배급, 마약에 중독된 히틀러까지. 마약으로 얼룩진 나치 독일의 음습한 역사를 생생하게 펼쳐냈다.

육군을 비롯해 공군, 해군까지 독일군은 병사들에게 페르비틴을 배급했다. 마약 복용으로 각성된 독일군은 밤낮 없이 진군했고, 망설임 없이 적진으로 돌격했다. 마약 복용은 수뇌부도 예외는 아니었다. 훗날 독일 장군 중에서 가장 유명해진 에르빈 로멜과 히틀러 역시 마약을 즐겼다. 곳곳에서 병사들과 장교들에게서 의존성과 우울 등 부작용이 목격됐다. 하지만 국방 생리학 연구소 소장인 오토 랑케는 모든 상황에 눈을 감았다.

나치 독일은 순수 아리아인의 피를 강조하며 대외적으로 마약 퇴치 운동을 펼쳤으나 내부에서는 온갖 마약성 물질을 취했다. 나치 독일군은 마약을 작전 수행을 위한 수단으로 이용했고, 히틀러와 군 수뇌부의 머릿속에 내재된 잔인함을 강화했다. 저자는 마약이 나치 독일의 광기를 강화했을 뿐 아니라 수많은 사람에게 고통을 야기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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