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부터 가사까지 月100만원 '헬퍼'…홍콩댁 "경단녀 걱정 없어요"

한국도 '외국인 가사도우미' 도입 검토…홍콩사례 보니
12세 이하 자녀 둔 가구 3분의 1이 고용
내·외국인 차등정책으로 저임금 고용 가능
한국, 외국인 최저임금 적용땐 200만원 '부담'
최저임금 적용 여부 놓고 논의 뜨거워질 듯
  • 등록 2023-06-05 오전 4:00:00

    수정 2023-06-05 오전 4:00:00

[홍콩=이데일리 김겨레 기자] “홍콩에선 아이를 돌봐야 한다는 이유로 직장을 그만두는 여성이많지 않습니다.”

홍콩의 한 금융회사에서 근무 중인 워킹맘 입 라이화씨는 “직장 생활을 하며 아이 세 명을 낳고 대학원까지 다녔는데 ‘헬퍼’(Helper·외국인 가사도우미)가 없었다면 절대 못 했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홍콩 센트럴 지역 길거리에서 일요일 휴무를 보내는 외국인 가사도우미들. 외국인 가사도우미는 주 6일 일하며 일주일에 하루 휴일이 주어진다. (사진=김겨레 기자)
2년 전 홍콩에서 취업 후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쓴 지 1년 반 정도 됐다는 한국인 임지영씨는 “남편 없이는 살아도, 가사도우미 없이는 못살죠”라며 홍콩 워킹맘들이 흔히하는 농담을 건넸다. 워킹맘에겐 돌봄·가사에 소극적인 남편보다 외국인 가사도우미가 때로는 더 절실하다는 의미다.

한국 정부도 여성의 돌봄과 가사에 대한 부담을 줄여 출산율을 높이고자 외국인 가사도우미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고용부는 서울시와 외국인 가사근로자 도입 시범사업을 준비 중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앞서 ‘외국인 육아도우미’ 정책을 제안하면서 홍콩과 싱가포르의 사례를 들기도 했다. 1970년대부터 필리핀과 인도네시아 등에서 가사도우미를 적극 받아들인 홍콩의 현실을 들여다봤다.

외국인 가사도우미, 홍콩 인구 5% 차지

홍콩 인구통계국 조사에 따르면 12세 이하 자녀가 있는 가구의 32.5%가 가사도우미를 고용하고 있으며 대부분이 외국인 가사도우미다. 이들의 수는 39만명으로 홍콩 전체 인구의 5%에 해당한다.

임지영씨의 집에서 1년 넘게 일하고 있는 필리핀 출신 가사도우미 가르샤 라모스씨의 일과는 아침 7시에 시작해 오후 9시께 끝난다. 고용주인 임씨의 집에서 숙식하는 라모스씨는 아침에 일어나 임씨 남편과 아이의 도시락을 싸고 아침을 준비한 뒤 아이의 등교 준비를 돕는다. 아이를 스쿨버스에 태우고 돌아와선 집안 청소와 주변 마트에서 장을 본다. 아이 하교 후엔 간식을 먹이고 간단한 숙제도 봐주며, 저녁 준비와 설거지를 마친 뒤 8~9시가 되어서야 자신의 방으로 퇴근한다. 점심 시간 때 1시간 남짓의 휴식 시간을 갖지만, 하루 12시간 넘게 일하는 셈이다.

입주하는 가정에 따라 반려견 산책에 각종 심부름, 운전까지 책임지기도 하고, 노인과 장애인이 있는 가정에서는 간병을 위해 가사도우미를 고용하기도 한다.

주 6일 근무하는 이들의 최저 월급은 4730홍콩달러(약 80만원). 식비를 포함해도 한 달 고용비용은 약 100만원 수준이다. 10평대 아파트 월세가 300만원이 넘는 홍콩 물가를 고려하면 고용주가 체감하는 부담은 더 적다.

임씨는 “한국에서 입주도우미 월급이 300만원 정도 하는 것과 비교하면 홍콩 가사도우미 고용에 드는 부담은 아주 적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홍콩 가사도우미 제도 핵심은 최저임금 차등

홍콩이 월 100만원의 가사도우미 제도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은 내국인과 최저임금에 차등을 두기 때문이다. 홍콩인에게 적용되는 최저임금은 시간당 40홍콩달러(약 6800원)로, 가사도우미와 비슷한 시간을 근무한다고 가정하면 홍콩인에게는 최소 1만3000홍콩달러(약 220만원)를 줘야 한다. 싱가포르는 외국인 가사도우미에게 적용하는 최저임금이 없다.

저임금으로 차별하는 것 같지만 필리핀·인도네시아 여성들 입장에선 고향에서보다 훨씬 많은 돈을 벌 수 있다. 필리핀 근로자들의 평균 월급은 40만원대로 홍콩 가사도우미 월급의 절반에 그친다. 또 홍콩에선 법정 휴가가 보장되고 근로계약서 작성도 의무여서 근로 환경이 나쁘지 않다. 이 때문에 대학을 나오거나 교사로 일하다가 홍콩으로 건너와 가사도우미로 일하는 사람들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한국은 외국인 가사도우미 검토 초기 단계이긴 하지만 역시나 ‘임금’ 부분이 제도 성패를 가를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 근로자 차별 논란과 내국인 일자리 잠식 등의 우려로 외국인 가사도우미에게도 시간당 9620원의 최저임금 그대로 적용하면 하루 8시간 주5일 근무기준으로 월급은 약 200만원 수준이 된다. 한국인 가사도우미(300만~400만원), 중국 동포(200만원 중후반대)에 비해 급여 수준이 낮다고는 하지만 적지 않은 비용이다.

비인간적 대우·노동착취 문제도

홍콩에서도 가사도우미 운영에 있어 여러 문제점이 대두됐다. 국적이 다르다보니 서로의 문화에 대한 이해가 어려운 것에 대한 불만은 항상 있다. 영어를 공용어로 쓰는 홍콩과 달리 한국에서는 외국인 가사도우미가 언어에 적응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고용주가 숙식을 제공하다보니 가사도우미에 대한 비인간적 대우와 임금 체불도 종종 문제가 된다. 관련 법에 따라 가사도우미에게 독립적인 공간을 제공해야하지만 창고와 비슷한 1평 남짓한 방에서 지내는 사례도 있고, 고용 계약이 파기되면 2주 내에 본국으로 떠나야하는 규정 때문에 부당한 대우에도 가사도우미들이 문제 제기를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영유아 때부터 가사도우미가 모든 일을 대신 해줘 자립심이 없는 ‘콩 키즈’(Kong kids) 현상도 있다. 콩 키즈란 1990년대 이후 홍콩에서 태어난 중산층 자녀를 일컫는 말로, 유아 시절부터 가사도우미에 의존하는 데 익숙하고 이기적으로 성장한 젊은 세대를 일컫는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스스로 청소를 하거나 등교를 준비할 필요조차 없었던 젊은 세대들은 스스로 해결책을 찾기보다 남이 해결해주길 바라고, 최소한의 노력을 하고는 높은 성취만 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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