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로그] 몸 풀때도 빛나는 이종범의 위엄

  • 등록 2010-08-10 오전 9:11:07

    수정 2010-08-10 오전 9:12:21

[이데일리 SPN 정철우 기자] 당초 취지와는 달리 그동안 포토로그가 너무 진지했다는 반성과 함께… 이번엔 좀 가벼운 터치로 접근해 보려 합니다.

지난 4일 KIA와 LG전을 앞둔 광주 구장에서 있었던 일 인데요.

이날 광주는 정말 뜨거웠습니다. 인조잔디 구장인 광주 구장은 서 있는 것 만으로도 힘겹게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훈련량이 많기로 소문난 KIA도 최근 들어서는 조금 그 양을 줄였다고 하더군요. 이전에 비해선 그래도 여유가 있어 보였습니다.

특타 치는 선수들을 제외하곤 대부분 정해진 시간에 그라운드로 나왔습니다. 그 중엔 ‘바람의 아들’ 이종범도 있었죠.

덕아웃에서 신발 끈을 묶으며 훈련 준비를 하던 이종범이 잠시 후 안치홍을 부릅니다. 부리나케 달려온 새카만 후배에게 딱 한 마디 하더군요. “치홍아 가서 차 좀 끌고 와라.”

야구장에서 갑자기 차를 찾다니… 무슨 올스타전 상품도 아니고. 그러나 안치홍은 늘 있는 일이라는 듯 어디론가로 달려갔습니다.

그가 도착한 곳은 운동장 정리용 전기차가 있는 자리였습니다. 능숙하게 차에 올라탄 안치홍은 제법 멋진 폼(?)으로 대선배에게 향했습니다.



이종범은 “고맙다”는 말과 함께 차로 향하더군요. 그러더니 잠시 자신이 가려고 하는 곳을 응시했습니다.


준비는 끝났지만 출발을 잠시 멈추더니 다시 후배들쪽으로 고개를 돌렸습니다. “(김)상훈아, 같이 가자. 아니면 (유)동훈이가 갈래?”

김상훈과 유동훈은 이종범을 빼면 팀내 최고참급 선수들입니다. 하지만 둘 다 극구 사양하더군요. 마치 ‘제가 어찌 감히…’라고 말하는 듯 했습니다.

이종범은 그제서야 슬쩍 웃으며 차를 몰기 시작했습니다.


이종범이 향한 곳은 외야 펜스 한 가운데 쪽이었습니다. 선수들은 훈련을 시작하기 전 특타하는 선수들의 타구를 피하기 위해 가장 먼 쪽에서 스트레칭을 하게 됩니다.

덕아웃에서 그곳까지 가려면 제법 시간이 걸리게 되는데요. 이종범은 전기차로 여유있게 그곳게 당도했고, 늘 그랬다는 듯 보조 직원들이 그 차를 다시 몰고 제 자리에 돌려놓더군요.


이종범이 떠난 뒤 얼마 후 모든 선수들이 외야로 향했습니다. 그 누구의 예외도 없었습니다. 그 중엔 메이저리그 출신 최희섭, 2010 시즌 MVP 김상현, 국가대표 톱타자 이용규도 모두 포함 돼 있었습니다.

KIA는 지난해 우승팀이죠. 올해도 16연패의 충격을 딛고 다시 기지개를 펴고 있습니다. 짧은 에피소드였지만 KIA가 부족한 전력 속에서도 선전할 수 있는 힘을 느낄 수 있었던 장면이었습니다.

KIA엔 스타가 많습니다. 하지만 선배님은 한명 뿐 입니다. 야구 좀 잘한다고 목과 어깨에 힘주며 거들먹 거리는 건 상상할 수도 없습니다.

이종범이라는 큰 산이 그들의 뒤에 버티고 있기 때문입니다. KIA 선수들은 때론 그에게 의지하고 때론 그에게 혼도 나가며 그렇게 야구선수로 한걸음씩 더 성장해 가고 있는 것 입니다.

야구는 자신감과 자만심의 경계를 잘 지키는 것이 매우 중요한 스포츠 입니다. 자신감이 없으면 타석에서건 마운드에서건 이길 수 없습니다. 하지만 자신감이 조금만 지나쳐도 자만심으로 이어지는 것이 또한 야구 입니다.

이종범이 KIA에 있다는 건 선수들이 그 경계선을 넘어서려 할 때 따끔하게 잡아줄 수 있는 존재를 갖고 있다는 뜻과 같습니다.

반대로 이종범은 후배들과 가장 많은 이야기를 하는 선배입니다. 정 힘들어하면 소주도 한잔 사주며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이종범은 지금 KIA의 붙박이 주전이 아닙니다. 대수비나 대주자로 경기에 나설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매 순간 최선을 다 합니다. 야구장에 선 이종범은 그 누구보다 겸손합니다. 그리고 화살처럼 빠르게 흘러가는 세월의 무게를 이겨내기 위해 더 많이 노력중입니다.

어릴 적 우상이었던 선수가 팀을 위해 자신을 버리는 모습은 말 없이도 귀감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올시즌 KIA가 크게 무너지자 주위에선 “KIA 젊은 선수들이 전부 스타가 돼 버렸다”는 비아냥이 흘러나왔습니다. 실제 그런 걱정을 하게 하는 행동들도 제법 있었습니다.

하지만 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듯 합니다. KIA의 슈퍼스타는 아직 이종범 하나 뿐이란 걸 그들이 더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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