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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줄기세포 치료제 '카티스템' "70일간 줄기세포 키우는 기술이 핵심"

메디포스트 카티스템 공장, 제대혈서 줄기세포 분리 후 배양
손상 연골 주변 환경 바꿔 염증 없애고 연골 재생
연 200건에서 월 300건으로 '퀀텀점프'
치료제·수술 및 관리법 통합 해외진출 모색
  • 등록 2018-08-08 오전 12:30:00

    수정 2018-08-08 오전 11:25:53

[이데일리 강경훈 기자] “스마트폰은 공장 안에 반입이 안됩니다. 비전문가에게는 그냥 세포를 키우는 모습으로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관련 지식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사진만 봐도 공정을 쉽게 알아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심지어는 세포를 키우는 배양기 크기만 봐도 대략적인 세포 수율을 알 수 있을 정도입니다. 이점 양해바랍니다.”

7일 서울시 구로구 메디포스트(078160) 공장에서 만난 남혁준 메디포스트 세포치료제 GMP(우수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 공장 부서장은 공장 내 촬영금지를 신신당부했다. 이 공장은 제대혈(탯줄혈액)에서 추출한 줄기세포를 이용해 퇴행성관절염 수술재료인 ‘카티스템’을 만든다. 생산시설로 들어가자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3대씩 2층으로 배열된 6대의 세포배양기였다. 이는 제대혈에서 추출한 줄기세포의 수를 늘리기 위한 첫 배양단계에 쓰인다. 남 부서장은 “공장 전체에 이런 배양기가 총 58대 있다”며 “줄기세포 치료제는 줄기세포를 원하는 목적에 맞게 잘 키우는 게 핵심이기 때문에 배양기가 공장의 핵심 시설”이라고 말했다. 메디포스트 공장에는 배양기 외에 교차오염을 막기 위한 공조기 11대, 배양한 줄기세포로 만든 원료의약품을 보관하는 질소탱크 등을 비롯해 장비를 원활하게 돌리기 위한 자가발전설비 등을 갖췄다. 하지만 유리창 너머로 볼 수 있는 것은 이 배양기가 유일했다. 나머지는 오염과 기술유출을 이유로 외부인 접근이 원천 금지됐다.

1186㎡(약 360평) 규모인 공장 안에서는 파이프관이나 원료혼합기, 탱크 등 기존 제약사 공장에서 볼 수 있는 설비는 눈에 띄지 않았다. 남 부서장은 “원료가 들어와 제품으로 만들어질 때까지 모든 공정이 수작업으로 이뤄지다 보니 일반적인 제약 공장과 모습이 많이 다르다”며 “준비·시험·제조 등 생산에 필요한 모든 구역은 사전에 허가를 받은 50명만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메디포스트 직원이 퇴행성관절염 줄기세포 치료제 ‘카티스템’을 들어보이고 있다.(사진=메디포스트 제공)
메디포스트는 2012년 카티스템을 개발했다. 이는 세계 최초 타가 제대혈유래 줄기세포 치료제로 쉽게 풀면 ‘다른 사람의 탯줄 혈액 속에 든 줄기세포로 만든 약’이라는 뜻이다. 손상된 연골 부위를 잘라낸 뒤 뼈에 작은 구멍 수십개를 뚫어 카티스템을 채워 놓으면 3개월 후부터 연골이 자란다. 거스 히딩크 전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인공관절수술 대신 이 치료법을 선택하면서 유명해졌다. 움직임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인공관절과 달리 카티스템은 연골을 건강한 상태로 되돌리는 ‘재생의학’ 치료법이다. 히딩크 감독도 수술 후 스쿼시를 즐길 만큼 무릎 상태가 좋아졌다.

카티스템을 만드는 과정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먼저 기증받은 제대혈을 원심분리기로 돌려 줄기세포만 분리해낸다. 이를 섭씨 37도에서 배양접시 크기를 바꿔가며 수차례 배양(계대배양)을 해 원료의약품을 만든다. 남 부서장은 “한 번 계대배양에 열흘이 넘게 걸린다”며 “이 과정에서 조금만 환경이 바뀌어도 약으로 쓸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이렇게 줄기세포 양을 늘리면 한 번 기증받은 100㎖의 혈액으로 수백 명 분의 카티스템을 만들 수 있다. 양을 늘린 원료의약품은 다시 영하 150도 질소탱크에 보관한다. 남 부서장은 “이렇게 안정적으로 보관을 하다 주문이 들어오면 꺼내 다시 한 번 닷새간 배양을 한다”며 “얼어 있던 줄기세포를 깨워 가장 활발한 상태로 만드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제품 속 줄기세포는 살아 있는 상태라 생산 후 48시간 이내에 환자에게 이식을 해야 한다. 이승진 메디포스트 사업개발본부장은 “단순해 보여도 제대혈 입고부터 제품생산까지 약 70일이 걸릴 만큼 시간이 오래 걸린다”며 “그 기간 동안 줄기세포가 원하는 상태를 유지하면서 자라도록 관리하는 것이 핵심기술”이라고 말했다. 배양이 끝날 때마다 세포가 원하는 능력을 갖췄는지 10여가지의 검사를 거친다.

세계 최초 타가 제대혈 줄기세포 치료제 ‘카티스템’.(사진=메디포스트 제공)
완성된 카티스템에는 750만개 이상의 줄기세포 외에 다른 성분은 전혀 들어있지 않다. 이 줄기세포가 바로 연골로 자라는 것은 아니다. 카티스템은 손상된 연골 주변 환경을 연골이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으로 바꾼다. 이 본부장은 “줄기세포가 항염증 물질을 분비하도록 신호를 보내 염증을 없애고 주변 골수를 자극해 연골을 만들 자가줄기세포 생성을 촉진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줄기세포는 우리 몸의 각종 장기나 조직으로 분화하는 능력을 가졌다. 특정 줄기세포가 특정 장기로 자라는 것이 아니라 환경에 따라 변한다. 카티스템이나 현재 개발 중인 치매치료제·미숙아폐질환치료제가 서로 다르지 않다는 의미. 남 부서장은 “그만큼 줄기세포는 자라는 환경에 민감하다”고 말했다.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백신이나 자가면역질환치료제를 만들 때 쓰는 대형 탱크(바이오리액터)에 배양액을 담아 줄기세포를 키우면 안되냐는 질문에 이승진 본부장은 “마찬가지 이유로 액체 속에서 줄기세포를 키우면 연골 대신 혈액이나 림프액 등 액체 조직으로 자라게 된다”고 말했다.

카티스템은 출시 첫 해인 2012년에는 228바이알(약병)이 판매됐지만 올해에는 1분기에만 780 바이알이 판매됐다. 회사 측은 올해 목표를 3200건 이상으로 잡고 있다. 해외 진출을 위한 글로벌 임상도 순항 중이다. 메디포스트는 올해 초 미국에서 임상 1/2a상을 마치고 다음 단계를 준비 중이다. 미국법인장을 겸하고 있는 이 본부장은 “카티스템은 수술에 쓰는 약이긴 하지만 그 자체가 새로운 수술방법이기도 하고, 수술 후 연골이 잘 자랄 수 있도록 사후관리도 필요하다”며 “이를 통합 시스템으로 구성해야 해외 진출이 쉬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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