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한 돈풀기 나선 제롬 파월 뒤에는 '그'가 있다

회사채·모기지채권 매입하는 SPV 운영 블랙록이 맡아
입찰 프로세스 없이 결정…이해상충 문제도
"블랙록 아니면 누구한테 맡기냐…최고의 적임자" 반론도
  • 등록 2020-04-04 오전 12:06:08

    수정 2020-04-04 오전 12:06:08

△래리 핑크 블랙록 최고경영자(CEO). (사진=AP/연합뉴스 제공)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무대에 제롬 파월이 있다면 무대 뒤에는 래리 핑크가 있다.

최근 월가에는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외에도 또 한 명의 인물이 주목받고 있다. 바로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최고경영자(CEO) 래리 핑크다.

코로나19에 경제도 쓰러질 위기에 놓이자 연준은 유례없는 돈 풀기에 나서며 구원투수로 활약하고 있다. 3주 만에 금리를 0% 수준으로 인하하고 ‘무제한’으로 정부 채권을 매입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급기야는 회사채·신용채권 등을 매입하는 금기까지 깨뜨렸다.

물론 미국 정부가 지급보증을 선 특수목적기구(SPV)에 이들 채권을 매입할 만한 자금을 대출해주는 ‘간접지원 방식’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우회로를 통해 연준이 실물경제에 돈을 공급한다는 점에서 큰 차이는 없다.

그런데 이 SPV를 운용하는 주체는 누구일까? 바로 블랙록이다.

파이낸셜타임즈에 따르면 연준은 지난달 23일 블랙록 자문사업부문(FMA)에 3개의 SPV 운영을 맡기겠다고 결정했다. 이 SPV는 앞으로 연준이라는 든든한 뒷배에서 유통시장과 발행시장에서 회사채, 정부 보증이 선 상업용모기지채권(CMBS) 등을 매입하게 된다.

미국 금융시장이 차지하는 위상으로 볼 때, 글로벌 경제를 쥐락펴락하는 무소불위의 권한과 책임을 짊어지게 되는 셈이다.

사실 블랙록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이 역할을 했다. 미국 대형 보험회사 AIG와 대형 투자회사 베어스턴스가 유동성 위기에 내몰리자, ‘메이든 레인’(Maiden Lane)라고 불리는 세 개의 SPV를 운용한 것이다.

이번에도 연준은 블랙록에 그 역할을 맡겼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입찰’ 등 공적인 프로세스는 없었다는 점이다. 파이낸셜타임즈는 “블랙록의 자산 운용 사업 부문이 거액의 자산을 운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SPV와 이해 충돌 문제는 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투자등급 회사채를 대상으로 하는 상장지수펀드(ETF)는 총액 1400억달러에 달한다. 연준은 3월 23일 발표에서 회사채 외에도 ETF도 구입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블랙록이 운영하는 ETF(코드면 LQD)는 이런 종류의 펀드에서는 가장 규모가 크다. 연준이 ETF를 대규모로 구입한다면 LQD가 포함될 가능성이 큰 이유다.

이 때문에 블랙록의 경쟁사들로부터는 이는 불공평하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 해외 규제당국은 핑크 CEO가 자산운용사를 대상으로 한 규제 완화 선봉장에 나선 것을 비판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비판과 지적과는 별개로 블랙록이 이같은 일을 담당할 최고의 적임자라는 반론도 나온다.

연준은 발생할 수 있는 손실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투자적격 등급 채권에 한정해서 매입을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재는 투자 등급에 있는 채권이라도 향후 신용등급이 강등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자산운용회사 구겐하임 스콧 미나도는 이 규모가 “1조달러에 달한다”고 추정했다. 지난 3월 25일 360억달러 규모의 미국 포드 자동차의 회사채는 투자부적격 등급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SPV는 미래 손실의 10%에 해당하는 300억달러까지는 재무부가 보상하는 구조로 돼 있다. 그러나 이 돈은 미국 국민들이 낸 세금이다. 손실이 발생하는 순간 비난을 면키 힘들다. 상당한 전문적인 운용능력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블랙록에 필적할 만한 기업을 찾아보기는 힘들다.

블랙록의 FMA는 280여명의 직원들로 이뤄져 영국 재무부와 유럽중앙은행(ECB) 등에도 투자 조언을 하고 있다. 앞서 2008년 당시 SPV는 AIG 등으로 매입한 부실채권을 매각하면서 연준은 177억달러의 수익을 오히려 얻기도 했다.

2008년과는 다른 방어장치도 마련됐다. 바로 미국 의회가 통과시킨 2조달러 규모의 부양책에는 연준이 한 행동의 구체적인 내역을 7일 이내 공표하도록 의무화했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블랙록이 SPV를 어떻게 운용했는지, 이를 통해 얻은 수익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할 수 있게 된다.

파이낸셜타임즈는 그렇다고 하더라도 블랙록이 맡은 역할의 중요성을 고려할 때 더욱 큰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매체는 “지금은 전시상황이기 때문에 무시하고 넘어가더라도 평시로 돌아가면 정치적 반발을 일으킬 수 있다”며 “위기가 지나가면 연준은 파트너를 고를 때 적절한 입찰 프로세스를 도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왜 자산운용업계에서 이토록 과점화가 진행돼 핑크가 군림했는지 확인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일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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